[뉴스프리존=김원규 기자] 마지막 반포일대 대단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반포3주거구역 수주전을 두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신경전이 점점 더 격화되는 모습이다. 반포3주구는 서울 서초구 반포본동 일대 35개동 1490채 규모의 단지를 지하3층~지상35층, 17개동 2091채 규모로 재건하는 사업이다. 공사비 규모만 보더라도 8100억원에 달한다.
재건축시장의 마지막 랜드마크 깃발을 꽂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 12일 서울시는 두 건설사의 위법사항 등을 검토하기 위해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삼성물산이 ‘스타조합장’으로 꼽히는 인물과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15일 더퍼블릭 보도에 따르면, 최근 대우건설은 삼성물산과 한형기 조합장을 방배경찰서에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한씨가 삼성물산과 공모해 지난 6일 반포3주구 조합원들에게 대우건설에 대한 허위사실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유포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6~7일 한 조합장이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살펴보면 대우건설과 현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집행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장문으로 적혔다. 현 조합 임원들에 의해 삼성보다 수백억 원 손해인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다, 일부 이사들과 조합원들이 불법을 자행하는 대우건설을 옹호한다 등 삼성물산을 추켜세우며 대우건설에는 비판적인 내용 등이 주를 이룬다.
한 조합장이 이 같은 문자를 보낸 것은 그의 뒤에 삼성물산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판단, 한 조합장과 삼성물산을 고발하게 됐다는 것이 대우건설 측 설명이다. 더 나아가 반포3주구 조합원도 아닌 한 조합장이 휴대폰 번호를 입수해 문자를 보낸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위반될 뿐만 아니라 불법 수주홍보에도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반포3주구 이사 간담회 녹취록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전체 메시지를 발송하기 이전인 지난달 30일 한 중식당에서 조합 이사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금 삼성이 나에게 뭐라고 하냐면, 삼성은 나하고 뭘 논의하고 있냐면, 이걸(반포3주구 수주전) 계속 가야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지금 둘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한 조합장이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그는 이어 “어제인가, 그저께 (삼성물산 수주팀)권모 차장만 안 오고 다 와서 두 번째 대책회의를 했다. 왜? 삼성을 내가 데리고 들어왔으니까”라고 재차 삼성물산과의 관계를 짐작케 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한 조합장 사무실이 있는 건물 방문 모습이 담긴 영상
이외에도 김모 상무 등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한 조합장의 사무실을 방문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대우건설 측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삼성물산 측은 이에 대해 같은 건물에 있는 원베일리 조합을 방문했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한 조합장이 원베일리 조합원의 자격도 갖추고 있어 삼성물산 측의 해명만으로는 이들의 만남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는다.
월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한 조합장은 해당 매체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28일 삼성물산 김모 상무가 반포3주구 관련으로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체 측에서 “김모 상무는 대면하지 않았다고 하던데”라고 말하자, 돌연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한 조합장은 월간조선 측에 “그 많은 사안 중에 왜 그게 궁금한지 모르겠다”며 대답을 회피하는 데 이어 “삼성 측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면 사실이 아닌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현재 한 조합장과의 관계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조합원에게 보낸 문자는 한 조합장 개인의 의견일 뿐, 삼성물산의 전체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한 조합장의 도움으로 입찰에 참여할 만큼 작은 회사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