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원기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6년 임기를 끝내고 퇴임한다. 평생법관제 도입, 사실심 충실화, 대법원 전원합의체 강화 등 수요자인 국민 중심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퇴임을 하루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에 ‘헌정질서 파괴’와 ‘사법부 독립 훼손’ 책임을 물어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사와 엄중한 법의 심판대 앞에 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1일 사법피해자모임 등 2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성명을 내고 “양승태 대법원장의 6년은 이 같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부정의 결정판이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에 결탁해 법관 인사권을 목줄삼아 부당하고 불공정한 재판을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정원 댓글사건’ 1심판결을 비판한 판사에는 중징계인 정직 2개월을 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내부진상조사위나 법관윤리위원회에서조차 모두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한 판사에는 감봉 4개월에 그쳤다”며 “국민의 사법개혁 요구에는 귀 막고 입 닫아 사법 불신은 최고조에 달했다”고 꼬집었다.
연석회의는 “이것이 모두 양승태 대법원장의 책임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렇다고 단언한다”며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만 대법원을 구성하고 제왕적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법부 체제를 완성했기 때문이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의 폐해가 드러났다며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각종 권한과 사법행정권의 분산을 요구하는 의견이 불거졌다. 법원행정처에 특정 판사들에 관한 부정적 평가를 정리한 자료가 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제기됐다. 진상조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일단락됐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나와 차기 대법원장 체제에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야심 차게 추진한 상고법원 도입은 법조계 전반의 공감대를 얻지 못해 좌초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면서 “임기를 마친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역사와 엄중한 법의 심판대 앞에 서야 한다”며 “검찰은 고발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해야 하며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국민을 대신해 사법농단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석회의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이는 “국민이 주인 되는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여망의 반영이며 잘 받들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혔던 전관예우 근절, 사법감독제도 강화, 법관 증원이 실현되어야 한다”며 “나아가 사법부의 오랜 적폐인 사법 과거청산, 사법피해 구제, 배심제 전면 확대 등 국민의 주권이 보장되는 과감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사회, 국민과의 광범위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민주적 사법개혁을 간단없이 추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6년 동안 사법부를 이끈 양승태 대법원장, 오늘 퇴임식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어제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은 오는 25일, 월요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