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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글 모자의 사연 "어머니,10년 악질 스토킹 범..
기획

청와대 청원글 모자의 사연 "어머니,10년 악질 스토킹 범죄에 시달리다 숨져"

이명수 기자 lms@pedien.com 입력 2020/06/09 12:25 수정 2020.06.09 12:32
'스토킹 범죄' 범칙금 8만원의 경범죄로 처벌.. 재범 예방에 실효성이 없어 법 제정 시급
창원 식당 살인사건 피해자 아들.. “가해자, 반성 없이 형량 줄이려 변호인 선임”

경남 창원시에서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40대 남성이 60대 식당 여주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알려진 진실은 달랐다. 최근 피해자 아들의 증언으로 식당 주인은 살해당하기 전까지 가해자로부터 10년 동안 스토킹에 시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창원 식당 여주인 살인사건' 관련 ⓒ 채널A 방송 화면
'창원 식당 여주인 살인사건' 관련 ⓒ 채널A 방송 화면

자신을 피해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A 씨는 8일 [창원 식당 여주인 살인사건 피해자의 아들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10년 전부터 따라다닌 남성의 악질 스토킹 범죄’라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창원 식당 여주인 살인사건’은 지난 5월 4일 오전 9시51분쯤 창원시 의창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식당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손님 B 씨(43·남)가 흉기로 고깃집 주인(60·여)을 여러 차례 찔려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이날 가해자 B 씨를 긴급 체포했다. 아들 A 씨는 “사건 이후에나 알게 됐지만 가해자는 오랜 기간 이유 없는 폭언 등 폭력 행위와 영업 방해로 어머니를 괴롭혀 왔다”라고 밝혔다.

당시 가해자 B 씨는 경찰에 “내가 단골손님인데, 다른 손님들과 다르게 차별하고 냉랭하게 대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휴대폰 포렌식 분석 결과 그는 피해자 식당 주인을 10년 가까이 스토킹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살인 혐의로 구속된 B 씨는 오는 11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아들 A 씨는 가해자 B 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약 100여 통의 전화 및 문자를 보낸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전문업체에 맡겨 어머니의 휴대폰 포렌식도 진행했다"라며 "가해자가 보낸 문자 내용들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고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이야기들”이라고 했다.

그는 "열여섯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가해자가 아버지와 저, 동생이 있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이런 식으로 어머니를 몰아세웠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남편이나 자식들에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가족들은 그동안 그의 스토킹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미리 눈치라도 챘다면 사전 조처라도 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들 A 씨는 청원 게시판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사건이 벌어져 유가족들은 분노하고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한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가 왜 우리 곁을 떠나셔야 했는지 한스러운 마음”이라고 처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40대 건장한 남성이 60대인 여성의 복부와 폐, 심장을 수차례 찔러 살해한 극악무도한 이 사건의 피해자가 세상에서 하나뿐인,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제 어머니”라면서 “가해자는 전과도 없고, 정신과 병력도 없으며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다고 한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공소장에 따르면 ‘이성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손님들보다 자신을 홀대한다고 느껴’ 살해를 결심했다고 한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렇게 잔인한 일을 꾸밀 수 있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아울러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어머니 핸드폰에서 가해자가 2020년 2월 9일부터 4월 30일까지 약 100여통의 전화를 걸었던 통화기록을 발견했다”라며 “참다못해 수신거절까지 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남성은 새벽부터 늦은 저녁 시간까지 셀 수도 없는 전화를 걸었다”라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아들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는 “사건 이후 저희 가족은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는 반면, 가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은 일언반구 사과의 말이 없다”라며 “가해자는 반성의 기미 없이 형량을 줄여보겠다고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여 감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분개했다.

그는 “더 가슴 아픈 건, (사건 당일인) 5월 4일 9시50분쯤 사고가 발생한 후 9시53분에 어머니께서 직접 112에 신고를 한 통화내역이 있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얼마나 무섭고 두려우셨을지, 그 당시를 생각하면 치밀어오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앗아가 놓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사회로 돌아올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다”라며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법이 없다. 상대방을 이성적으로 생각해 일방적으로 피해자로 몰아세우는 이런 악질적인 스토킹 범죄는 또 생겨날 것”이라며 국민청원 동참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10,000명에 가까운 인원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 마감일은 오는 7월 8일이다.

앞서 여성의당 이지원 대표는 이 사건을 두고 지난 4일 국회소통관에서 “가해자를 처벌할 스토킹범죄 처벌법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었다”라며 “스토킹범죄 처벌법은 21대 국회의 첫 법안처리 본회의에서 통과되어야 할 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일에도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 하고 살해한 남성이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으며, 지난달 23일 조혜연 프로 바둑 기사 9단이 청와대 국민 청원을 통해 약 1년간 스토킹 범죄 피해를 받고 있는 사실을 밝히며 스토킹을 강력 범죄로 다룰 것을 요청하였다.

현행법상 스토킹범죄는 장난전화와 같은 수준의 범칙금 8만원의 경범죄로 처벌되기에 재범 예방에 실효성이 없으며 보복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남인순 의원이 ‘스토킹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제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다. 법무부 역시 스토킹범죄 처벌법안을 이르면 6월 내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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