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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마포 쉼터 손영미, 사망 전 '검찰수사관 이름·전번'..
사회

故 마포 쉼터 손영미, 사망 전 '검찰수사관 이름·전번' 메모 남겨..

이명수 기자 lms@pedien.com 입력 2020/06/09 15:40 수정 2020.06.09 15:47
경찰 "타살 의심 정황 없어".. 부검서 주저흔 발견

지난 6일 숨진 정의기억연대 손영미(60) 마포 쉼터 소장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빈소에는 정의연 관계자와 일반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언론의 출입은 금지됐다.

손영미 소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난 가운데 그가 사망 전 휴대전화를 차량에 두고 귀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손 소장은 집 안 화장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9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손 소장의 유품 중에서 검찰 수사관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놓은 메모가 발견됐다. 검찰은 쉼터 소장이 수사 압박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선을 그은 상태인데, 이 메모가 작성된 시점과 경위 등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 마포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선 '김OO 수사관 010-xxxx-xxxx'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이 쉼터엔 숨진 손영미 소장과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만 거주했는데, 해당 메모는 손 소장의 필체라고 지인들은 설명했다.

쪽지에 적힌 인물은 정의연 기부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형사5부에서 계좌추적 등을 담당한 서울서부지검 김 수사관으로 확인됐다. 정의연 고발 사건이 형사4부에 배당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다른 부서 인원까지 충원해 수사를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손영미 소장 사망 사실이 알려진 지난 7일 "고인(故人)을 조사한 적도, 조사를 위한 출석을 요구한 적도 없다"라고 공식 입장을 내며 '수사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는 입장을 낸 상태다.

다만, 정의연은 검찰 해명과 달리 손 소장이 지인들에게 압수수색 등 수사와 언론의 경쟁적 취재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영미 소장이 메모에 적힌 김 수사관이 실제로 전화통화를 했는지, 했다면 몇번이나 했는지, 통화 내용이 무엇인지, 메모는 언제쯤 작성됐는지 등은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김 수사관은 손 소장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놓은 이유 등을 묻기 위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별다른 설명없이 "제가 답변드릴 일이 아니다"라는 말만 하고 끊어 정확한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손영미 마포쉼터 소장이 사망 전 남긴 메모에 서울서부지검 수사관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손 소장  지인 제공
손영미 마포쉼터 소장이 사망 전 남긴 메모에 서울서부지검 수사관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손 소장 지인 제공

손 소장은 지난 2004년 5월부터 최근까지 토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보살피며 함께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약 16년간 동고동락하며 가족처럼 지내온 그로선 검찰 압수수색, 언론의 의혹 제기 등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게 주변 관계자들의 일관된 전언이다.

최근 손 소장이 마포쉼터를 대상으로 진행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힘들어했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은 있으나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손 씨의 휴대전화가 집이 아닌 차 안에서 발견됐고 약 12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연락이 끊겨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많지 않아서다.

손 소장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타살 의심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외력에 의한 사망으로 볼만한 흔적이 나오지 않았으며, 손목과 복부에 주저흔이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또, 경찰의 CCTV 분석 결과 손 소장은 지난 6일 오전 자택으로 들어간 뒤 외출하지 않았으며, 집 안에서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손 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유명을 달리한 손영미 소장의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으며 시민장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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