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오늘은 故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일구신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20년 전 오늘 남·북이 만나 한반도의 미래를 논하며 뜻을 모았던 그 대업을 함께 모여 축하해야 하는 오늘, 작금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기화로 남북연락선마저 단절된 상황이 매우 안타깝기만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취임 후 남북 대화재개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얼마나 혼신의 노력을 쏟으셨는지 모르지 않기에 그 누구보다도 상심이 크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위로와 함께 힘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미력하나마 현안을 풀어가는 데에 도움이 되실만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수 십 년간 적지 않은 대화와 협상 그리고 여러 차례의 공동합의문을 작성하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쉽게 반목과 대립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남과 북의 갈등을 바라보며 함께 해소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구해보라고 한다면 저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들고 싶습니다. 즉,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사고(思考)가 없으면 상대의 처지를 이해할 수 없고, 역지사지의 이해심이 없으면 현안의 문제가 무엇인지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역지사지라는 입장의 전환만이 각자 내부의 이견을 조율할 수 있고, 내가 그의 입장이 되어 고민하는 역지사지의 결단만이 현재 어렵게 꼬여 있는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북전단> 사태로 촉발된 남북의 긴장상황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에 대해 북한의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탈북자라는 것들이 수십만 장의 반공화국 삐라를 날려보냈다”,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 똑바로 해야 할 것”등 최고조의 불만을 쏟아내었고 이후 통신선을 차단하였습니다. 북한은 담화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결코 모른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 역시 지난 2018년 4.27판문점선언과 이어진 9.19평양공동선언에서 양자간 합의한 내용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항변할 수 있는 여지의 폭이 좁은 것도 사실입니다. 2018년 4.27판문점선언 제2조 제1항에서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할 것을 합의하였고, 이어진 9.19평양공동선언 군사합의서 제1조에는 4.27선언의 군사적 이행을 위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한측의 강력한 반발이 ‘다소 의외’라는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정작 전단을 살포한 당사자인 보수단체에서 “작년에도 동일한 내용의 전단을 살포했는데 그땐 별 반응이 없었다”고 주장하듯, 왜 이번에 북한측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에 대하여 소위 여러 전분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도 그것을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만, 저의 조심스런 견해는 이렇습니다. 이번 북한측의 초강력대응과 조치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쌓여 온 불만과 불신 그리고 불쾌감이 누적된 결과의 표출이며, 이번 대북전단은 그 뇌관을 건드리는 ‘촉매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 북측의 불신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하나씩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文 대통령 사상 첫 北 주민 상대 연설 - 2018. 9. 19 문 대통령님께서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뜨겁게 포옹하고 4.27판문점선언 발표에 이어, 9월 19일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북한주민들을 상대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첫 연설을 하셨습니다. 평양시민들에게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며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그 날은 참으로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TV를 통해 본 우리 국민들은 “아, 살아서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는 대목에서 우리 국민들은 수천 년을 거슬러 ‘한 민족’이었던 역사를 주마등처럼 떠 올렸을 것입니다. 우스개 같지만, 현재까지 이어진 남북 갈등심화의 가장 큰 책임은 청와대 연설비서관과 안보·통일 참모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맘 같아서는 그 사람들 모두 잘라버리라고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그 분들은 대통령님께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온갖 좋은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한껏 부풀려 연설문 혹은 합의문 문장 곳곳에 박아 놓은 당사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연설문이나 합의문 어디에도 <미국의 입장을 살펴가며 협상해 나가겠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좋은 말들만 모아 얘기하지만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니 이해해 달라>는 솔직한 표현도 없습니다. 그러나 2018년 9월19일 이후 지금까지 문 대통령님께서는 북측과 합의하였거나 북한 주민께 직접 하신 말씀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 서울 초청 - 2018. 4. 27 문 대통령님의 평양 연설, 그 다섯 달 전으로 거슬러 2018. 4. 27 판문점 회동에서 대통령님께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서울로 초청하셨습니다. 남북 정상의 만남은 그 자체로 남북 화합과 한반도 긴장완화의 시그널이었기에 4.27판문점 회동으로 물꼬가 트이고 문 대통령님의 평양방문으로 절반을 이루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방문>으로 화합의 큰 문을 열 일만 남겨놓았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이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누구도 공식 발표한 적은 없지만, 그 단초를 엿볼 수 있는 일이 지난해 있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작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응하지 않았습니다. 북측은 북미 협상에 진전이 없고 남북관계도 경색되어서라고 했지만 그것은 작년의 상황이고, 2018년 4.27 판문점 회동 당시 초청이 결국 성사되지 않았던 것은 <현실적 걸림돌>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했을 때 예견되는 일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대한민국 서울로 초청하였을 때, 공항과 서울 땅을 밟는 김정은 위원장 앞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삼척동자도 예측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정말 궁금한 것은 대통령님께서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셨을 때, 혹은 참모들이 그러한 초청을 계획하였거나 건의하였을 때, 심지어 초청을 하고 난 이후라도 ‘김정은 위원장 방남을 대비한 분석과 조치’를 하셨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여쭙고 싶습니다. 정말로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초청을 한 것인지,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전제로) 예의상 건넨 말씀이신지도 매우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을 수락할 것을 대비한 그 어떤 조치나 준비의 기미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까운 지인을 집으로 초대할 때도 상당한 준비와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인데 분단 후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초청하였음에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의외였고 황당한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그런데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북측의 입장에서는 어떠했을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방남시 연설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국회(國會) 문 대통령님께서는 평양 5.1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연설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그만한 관중을 모을 수도 없거니와, 오라 한다고 가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설사 그렇게 모인다고 해도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이스라엘 국기가 휘날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국회(國會) 본회의장일 수밖에 없는데 그곳에 앉아 계신 의원님들께서 진지하고 예의 바르게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경청하며 간간이 박수를 칠 수 있는 수준과 환경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수준은 자질을 말하며 환경은 정치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수 십 년 동안 조작과 날조와 왜곡과 거짓을 일삼으며 온갖 패악한 악행과 국민 도륙하기를 봄날 개 잡듯 하던 수구세력들이 역사의 심판에도 불구하고 응징되기는커녕 여전히 국회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마당이고 보면 그들의 손에 어떤 플래카드가 들려 있을지는 너무나 자명한 일입니다. 국회 밖에서는 태극기 부대가 그리고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는 수구 의원들이 입에는 ‘X’ 표시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손에는 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 청와대 통일·안보·군사·정책 참모가 있다면 당장 집에 보내버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상황은 우리 국민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고, 대통령님을 비롯 청와대 참모 누구나 우려할 수 있는 것이며,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북한측에서 가장 염려하는 것 또한 바로 그러한 현실적 걸림돌이 아니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통령님께서는 김 위원장을 초청하신 후 청와대 참모들에게 어떤 준비와 대비를 하라고 지시하셨는지 여쭙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가 가까운 친구를 집으로 초대할 때도 참으로 정성스럽게 준비를 하지 않습니까. 어떤 음식을 나눌지, 어떤 장소에 앉아 담소를 나눌지, 대문에서 걸어 들어오는 길에 돌부리가 있지는 않을지 둘러보는 것이 바로 초대자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침을 질질 흘리는 핏불테리어를 마당에 풀어놓고 친구를 초대하는 것은 ‘모욕’일 수 있습니다. 북한에 <살인> 누명을 씌워놓고 화합과 대화가 가능하겠습니까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남과 북의 정상이 수차례 만남의 회동을 가졌고, 국방·안보·통일·정보 관련 수뇌부들이 만나 회의를 하였음에도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상> 문제가 단 한 번이라도 상호 간 논의 테이블에 오른 사실이 있었는지 혹은 없었는지 여부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래서 정말 여쭙고 싶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만약 우리나라가 주변국으로부터 ‘살인범’ 혹은 ‘살인국가’의 누명을 쓰고 매도된다면, 대통령님께서는 웃는 얼굴로 그들과 평화회담을 하는 것이 가능하시겠습니까? 천안함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올해로 꼭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방부 발표가 거짓이라 주장한 것으로 인해 지난 10년간 재판을 받아 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만 세 번 교체되면서도 쉽게 결론 내리지 못할 만큼 뜨거운 감자인 이 사건은 현재 최후진술 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항해를 전공하고, 해군장교로 복무하는 동안 상륙선을 몰고 백령도를 숱하게 들락거렸으며, 항해사로 태평양을 항해하였고, 조선소에서 컨테이너 선박 등을 13척 건조한 저의 경험과 경력은 천안함 침몰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에 전혀 모자람이 없으며, 그로 인해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이 되었습니다. 제가 조사한 천안함 침몰사고의 원인은 <인재人災에 의한 일련의 복합 해난사고>였습니다. 그러나 MB정권의 군 당국은 <북한 어뢰공격에 의한 폭침>으로 둔갑시켜 버렸습니다. 선체 어느 곳에서도 폭발의 흔적은커녕 그을음조차 발견할 수 없었음에도 폭발로 결론내린 군 당국은 결국 어느 창고에 처박혀 있던 어뢰를 등장시켜 증거마저 조작하기를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님께서는 2015년 3월 25일, 천안함 침몰 5주기를 하루 앞두고 해병대 기지를 방문하셔서 <천안함 폭침> 표현을 하심으로 MB정권과 군 당국의 조작과 거짓에 힘을 실어 주셨고 보수매체들은 신이 나서 보도하기에 바빴습니다. 저는 대통령님의 말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의 입장을 묻는 질문을 여러 매체로부터 받았습니다. 참 마음이 아팠고 비난도 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야당 대표로서 정보취득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정부의 공식발표를 거부 혹은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셨기에 그리 말씀하실 수밖에 없으셨을 것이라 제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그리고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되셨습니다. 저는 대통령님께서는 체제정비의 시간을 가지신 후 반드시 이 문제를 살피실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대통령님의 남북긴장완화 의지가 굳건함>을 잘 알고 있고, <천안함 조작사건에 대한 응징과 해결 없이 남과북의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제가 만약 북한의 입장이라 하더라도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쪽에 씌운 살인범 누명을 벗겨주지 않으면 남북 대화와 경협을 지속해 나가기가 어렵습니다>라고 천명할 것이기에 분명 이 문제는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시간만 흘렀습니다. 곪으면 썩고, 썩으면 도려내어야 합니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곪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썩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일관된 정책도, 치밀한 전략도, 브레인 스토밍 조차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그 모두 존경하는 대통령님께서 사려 깊게 판단하시고 결단을 내리셔야 할 일을 하지 않으심으로 인하여 만들어지고 있는 결과입니다. 대통령님은 참 좋으신 분, 선하고 착하신 분, 다정하고 배려가 많으신 분이십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님을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그런데 왜 그런 대통령님께서 ‘진실(眞實)의 문제’를 애써 외면하시는지 저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것은 정말 문 대통령님답지 않아 보입니다. 대통령님께서 국정 운영을 맡으신 직후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진상을 밝힌 후 대못을 박았어야 할 일을 회피함으로 인하여 정작 국정운영을 위한 각료임명 절차에서부터 혼선과 수모를 겪어야만 했고 그 분들은 평소 갖고 있던 자신의 소신을 꺾어야만 했습니다. 국방장관 임명 전, “한·미 공동작전 중 북한 도발 가능성 없다”고 발언하였던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 “천안함 사건을 지지한 미국. 균형자 역할에 의문”이라던 정현백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야당의 집중포화에 진땀을 흘리며 말을 바꾸어야 했습니다. 결국 송영무 후보는 야당의 집요한 ‘북소행’여부를 묻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믿는다”며 인정하고 말았고, 정현백 후보는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한 적이 없다”며 에둘러 상황을 모면하였습니다. 그나마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국민의 의심을 해소시켜야 된다”며 “재조사를 해야 하고 재조사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포함되어야 한다”하였고, 그에 더해 “정확한 천안함 조사가 있어야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올 수 있고 평화체제가 지속된다고 생각했다”며 소신발언을 한 것은 그나마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한 것이어서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가장 안타까웠던 분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였습니다. 그분은 대통령님께서 2015년 해병대 기지에서 <폭침> 발언을 하신 것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복입고 쇼나하고 있으니…”라고 비판글을 올렸던 사실을 야당의원이 지적하자 얼버무리던 모습은 참 보기에 민망하였습니다. 김연철 후보는 결국 “천안함은 북한 어뢰공격으로 침몰”하였다고 자신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판단과 소신을 꺾음으로써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보는 제 마음은 참으로 답답하고 울적하였습니다. 이런 분이 우리나라 통일 문제를 관장하고 있으니 정권출범 첫 단추를 잘못 꿰신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남북문제에서 가장 뜨겁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자신의 소신조차 지키지 못하고 수구들이 파놓은 함정 속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 분이 남과 북의 통일문제를 관장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결단하십시오. 대통령님, ‘고름 살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곪은 것을 잘라내 버리십시오. 대통령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버터 바른 달콤한 문구로 가득한 서류만을 올리는 자들을 과감하게 내치십시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그에 속했던 무리들은 지난 10년 동안 천안함 사건을 종북과 빨갱이로 낙인찍기 위한 요술방망이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들이 그 방망이를 쳐드는 시늉만 해도 우리 민주개혁진영의 내노라하는 의원·각료·도백들이 주눅 들어 납작 엎드렸던 세월이 무려 십 년입니다. 지금 대통령님께서는 국정을 장악하고 계시고 180석의 우군과 함께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진실의 문을 열어젖히실 권한과 의무와 책임, 그 모두를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권한과 의무와 책임은 같은 무게로 대통령님 어깨에 올려져 있습니다. 부디 무거운 사명감을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천안함 조작사건’이라 부르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지금까지 저는 공식적으로 ‘천안함 침몰사건’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천안함 조작사건’이라 칭하고자 합니다. 그만큼 저의 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크기 때문이고,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천안함이 침몰한 사실’보다 ‘천안함 침몰원인을 조작한 사실’이 더 큰 ‘사건’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천안함 조작사건의 실체를 아시려면 무엇보다 대통령님을 에워싸고 있는 불편한 장막들을 걷어 내셔야 합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자들, 미국의 눈치를 열심히 살피는 자들, 군사력 증강만을 외치는 자들, 방위비분담금을 주지 못해 안달인 자들을 멀리 하실 수 있는 용기를 가지셔야 합니다. 지난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어뢰공격이 아니라 우리 군 당국이 조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왜? 북한은 자신들이 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느냐고. 참으로 가슴 답답한 이 질문 속에 우리나라 언론실태의 현 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조중동과 메이저 방송>이 다루지 않으면 국민의 70%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소위 진보언론들 마저 진실을 외면하는 현실, 그리고 쓰레기 같은 종편매체들이 언론의 탈을 쓰고 거짓뉴스를 양산하는 현실, 그로인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천안함 사건과 무관함을 여러 차례 공식발표 하였으며 공동조사를 제의하였습니다. 주요한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北, 검열단 보내겠다 제의 (2010-05-22) 2010년 5월 20일 우리 군 당국이 천안함 조사결과로 <북한 어뢰공격>을 발표하자 북한은 즉각 전화통지문으로 검열단 파견을 제의하였고 이틀 뒤인 5월 22일 통지문으로 재차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그 제의를 거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틀 뒤 <5·24조치>를 강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2010년 9월 16일 미국주도의 유엔군 사령부와 북한간 군사회담에서 美측에 공동검열단 구성을 제의하였으나 거부하였습니다. 2. 北, 미국에 공동검열단 제의 (2010-09-16) 그에 더하여 북한측은 2010년 10월 5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유엔사 대령급 실무회담에서 “천안함 사건의 물증을 판문점에 갖다 놓고 북미양국이 공동 조사하자”고 미국측에 제안하였으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3. 北, “판문점에서 천안함 물증 공동 검증하자”(2010-10-05) 2010년 10월에는 <어뢰추진체와 어뢰설계도 같은 물증을 판문점에 갖다 놓고 정밀 분석하자>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제의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흐른 2015년, <5.24조치 5주년> 당일에도 공동조사 제의를 하였습니다. 미국·북한·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첫 공식반응 존경하는 대통령님, 미국과 북한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첫 공식반응이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천안함 사건의 단초를 풀어감에 있어 커다란 시사점을 갖고 있으며 이후 어떻게 변화하고 변질되었는지를 살펴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3국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결론을 차례대로 언론을 통해 발표하였습니다. 1. 미국 정부의 첫 공식반응 (2010-03-30) 미국 정부의 첫 공식반응은 2010년 3월 30일 미 국무성 대변인인 크롤리 차관보의 발표를 통해 처음 알려집니다. 크롤리 美 국무성 대변인은 “천안함 자체 이외에 다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국방부가 상황을 장악하고 <잠수함 전문가>인 토마스에클스가 미국측 대표단장으로 한국에 파견된 이후 <폭발>과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선회하게 됩니다. 2. 북한의 첫 공식 반응 (2010-03-31) <참고사항 : 2010. 3. 26 -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추모일> 천안함 사고가 발생한 2010년 3월 26일, 그날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추모일>이었기에 남북의 기념사업회 관계자 분들이 중국 류순감옥 현장에서 행사를 갖고 저녁 식사를 하던 중에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하였다는 것 또한 중요한 참고사항이며 이와 관련 정부내 보고서 혹은 기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녁 식사 중 천안함 침몰소식이 전해져 양자간 모두 당황한 상태에서 저녁식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양측 관계자들이 만나 각자 파악한 내용을 서로 교환했다는 사실은 당시 행사에 참석하였던 분들의 증언과 방송을 통해 알려진 바 있으며 양쪽 모두 군사적 움직임과 관련하여 특이사항 없는 것으로 의견을 나누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 대한민국 대통령의 첫 공식 반응 (2010-04-01) 선박조선이 주력인 현대중공업 사장 경험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은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북 개입 증거없다”고 하였습니다. 4. 대한민국 국정원장의 입장표명 (2010-04-06) 대한민국의 대북 정보를 총괄하고 있는 국정원의 수장인 원세훈 국정원장은 2010년 4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하여 “현재로서는 북한 관련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증언하였습니다. 이것은 나흘 전인 2010년 4월 2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하여 “어뢰 가능성”을 발언한 이후에 나온 것으로서 당시 사고 원인과 관련하여 정보수장인 국정원장과 군 최고 책임자인 국방장관의 견해가 달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단히 중요한 사실로서 각각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떠한 보고를 하였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되었습니다. 천안함 항소심 진행 중 저는 김태영 국방장관과 원세훈 국정원장을 법정 증인으로 신청하여 최초 견해가 달랐던 이유를 확인코자 하였으나 김태영 국방장권은 법정에 출석하여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였고 원세훈 국정원장은 끝내 증인 출석을 거부하였습니다. 2012 노크 귀순의 사례 존경하는 대통령님, 2012년 10월 2일 밤 10:30분경, 북한군 귀순 병사 1명이 강원도 고성지역으로 우리측 철책선을 넘어 귀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3중으로 된 철책선을 모두 넘는 동안 전혀 발각되지 않았던 북 귀순병사는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을 두르렸느나 반응이 없자 내륙1소초로 가서 문을 두드린 뒤 귀순의사를 밝혔습니다. 북한의 병사가 철책선을 넘어 우리 측 소초 두 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문을 두드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이 사건을 우리는 <노크귀순 사건>이라 부릅니다. 제가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님께 말씀드리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습니다. 이 사건은 총성 한 발 나지 않았으며 북한 귀순병사와 우리 측 병사를 포함 다친 병사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잦아든 후, 북한군 병사가 지나갔던 곳의 군 지휘관들은 줄줄이 징계를 면하지 못하였습니다. 군 장성 5명(중장 1, 소장 2, 준장 1)과 영관장교 9명(대평 5, 중령 2, 소령 2)을 포함 모두 14명이 문책 대상에 올라 ‘경계작전태세 허점’을 이우로 군에서 취한 문책조치중 ‘역대 최대규모’라고 보도되었습니다. 비록 경계실패의 과실을 겪었지만 이러한 일벌백계가 바로 정상적인 군의 모습이며, 경계태세 실패에 대해 어떻게 징계를 해야 하는지 잘 말해주는 사례인 것입니다. 그런데 (국방부의 주장에 의하면)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에 실패하여 초계함(천안함)을 반파 침몰시키고 46명의 대원을 사망케 한 대형사건에 대해 우리 군의 징계 상황은 그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일련의 해난사고를 그들의 필요에 의하여 적의 공격으로 조작하였고, 그에 연루된 관련자 모두가 공범의 관계로 엮어졌기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이상으로 대통령님께 드리는 네 번째 브리핑을 올립니다. 2020년 6월 15일 前 천안함 민군합동 조사단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