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이천호기자] 딸의 중학생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35살 이 모씨가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타당한 이유가 있고 도망할 우려와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 모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희귀난치병을 앓으면서 ‘어금니 아빠’로 대중에게 알려진 이 모씨가 여중생인 딸 친구의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8일 구속됐다. 이 모씨의 딸 이모(14)양이 살인에 가담한 정황이 나온 데다 아내가 최근 자살한 사건까지 알려지며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8일 피해 여중생의 부검 결과, 끈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받았다며 타살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이 모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딸의 친구 김모(14)양을 살해하고 이튿날 강원도 영월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모씨가 사체유기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부검에서 김양이 목이 졸려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 모씨가 살인 혐의 입증과 범행동기 규명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선 “성폭행 정황은 아직 없고 성적 학대도 확인이 안 됐다”고만 밝혔다.
이 모씨의 부녀는 검거 당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잠들고 깨어나기를 반복하던 이 모씨가 8일 오전 경찰 조사에서 개인 신상 등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등 반응을 보였으나 사건 관련 질문에는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조사실에서 나온 이 모씨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모씨가 수면제 복용 전 차 안에서 딸과 함께 유서 형식의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상 속 이 모씨가 “내가 자살하려고 뒀던 약을 김양이 먹었다”며 김양이 살해된 것이 아니라 사고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범행을 감추려 한 정황도 있다. 영월에 가기 전 차량 블랙박스를 뗐다가 서울에 와서 다시 붙이고 시신을 유기한 뒤 동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이 모씨가 부녀가 붙잡힌 자택도 검거 이틀 전 마련한 도피처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범행 장소로 추정되는 이 모씨가 중랑구 자택에서 끈과 장갑 등을 수거해 감정을 의뢰하고 통신 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모씨가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한 달 전 투신한 아내의 사망까지 다양한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아내 최모(32)씨의 투신 사망사건도 조사 중이다. 최씨는 지난달 5일 중랑구 자택 5층에서 투신했다. 최씨는 지난달 1일 영월경찰서에 의붓시아버지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이 모씨가 목숨을 끊으려는 아내를 말리지 않은 혐의(자살방조)에 대해 수사 중인 상태였다.
또 수면제를 복용한 채 발견된 이 모씨가 딸에 대해서도 의식을 되찾는 대로 범행 가담 정도와 경위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 모씨가 부녀를 서울 도봉구 은신처까지 태워준 지인 박 모 씨도 범인 도피혐의로 구속됐다. 거대백악종이라는 병을 앓는 이 모씨가 부녀의 사연이 알려진 것은 2006년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다. 거대백악종은 치아와 뼈 사이에 악성 종양이 계속 자라나는 병으로 이 모씨가 자신과 같은 병을 가진 딸의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모씨가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수차례 받으며 잇몸을 모두 긁어내 어금니 하나만 남아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