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연예인이나 문화계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 판사들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미 첫 출근길에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해소를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김 대법원장은 조만간 관련 의혹을 조사했던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들과도 만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한다. 김 대법원장이 임기 시작 사흘 만에 블랙리스트 의혹 해결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법원 내부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블랙리스트 진위 규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8일 김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요구하는 전국법관대표 회의 측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김 대법원장이 임기 시작 사흘 만에 블랙리스트 의혹 해결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법원 내부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블랙리스트 진위 규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추석 연휴가 끝나면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어떤식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판사회의 의장인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 현직 판사 10여 명이 참석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간담회에서 판사회의 측은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야기된 사법부 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3월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를 법원행정처가 부당하게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이 퍼지는 와중에 불거졌다. 법원행정처가 개별 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조사해 이를 토대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 왔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대법원이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섰으나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나면서 판사들의 반발을 불렀다. 결국 지난 6월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를 결의했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를 묵살했다.
재조사의 주체는 판사회의 내 현안조사소위원회가 돼야 하며 조사에 필요한 자료는 반드시 보전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이 쉽게 가시지 않는 배경에는 대법원 수뇌부에 대한 판사들의 불신이 깔려 있다. 판결 등을 분석해 법관 인사나 연수자 선발 때 활용한다는 소문이 진작부터 무성했던 터이다. 특히 박근혜 정권 들어 권력 주변에서 나온 석연찮은 행적들이 사법부 불신을 키웠다.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에 등장한 ‘법원 길들이기’ 나 ‘법원 지도층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의 표현은 청와대와 대법원의 부적절한 거래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다.
이는 과거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결론 내린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재차 반박한 것으로 블랙리스트가 담긴 것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훼손됐다는 등의 각종 의혹에 대해 직접 확인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판사 블랙리스트가 사실이라면 박근혜 게이트에 버금가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재 여부를 떠나 판사 블랙리스트가 거론된 것 자체가 사법부엔 부끄러운 일이다. 이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짓지 않고는 국민적 화두인 사법개혁에 매진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해당 PC의 공개범위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조사는 당장 시급한 사안'이라 한 만큼 결국 해당 PC를 열어보지 않겠냐"며 "그래야 불신이 해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중견 판사는 "해당 PC에는 법원의 블랙리스트와 관련이 없는 중요 문서들이 모두 기록 또는 저장돼 있는 만큼,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만 선별적으로 '포렌식'하는 방법으로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판사회의 측의 의견을 잘 청취했고 이후에도 다양한 의견을 들어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원 내에서는 조사 방법을 놓고 여러 방안이 거론되는 모양이지만 대법원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독립적 기구를 통해 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법원과 판사회의가 공동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뒤 상당한 기간이 흐른 만큼 자료가 삭제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억측과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증거를 확보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블랙리스트 재조사는 사법개혁과 국민의 사법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