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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이상 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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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이상 기후

김종익 (언론인) 기자 onlinenews@nate.com 입력 2020/08/18 09:42 수정 2020.08.18 09:48
[연재]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 4
모리 사야카 森さやか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
2011년부터 NHK 영어 방송 ‘NHK WORLD - JAPAN’에서 기상 앵커로 근무.
『토네이도의 불가사의』『날씨 구조』 등의 저서가 있다.

1978년 4월 1일, 잔뜩 흐린 시드니항에 기묘한 광경이 나타났다. 한 척의 소형 배에 매인 거대한 빙산이 바다에 떠 있었다. 항구는 우연히 소문을 들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왜 초가을 시드니에 빙산이 출현한 것일까. 사실은, 오스트레일리아인 창업가 딕 스미스Dick Smith 씨가 그가 예전부터 꿈꾸었던, 남극에서 빙산을 운반해 온다는 위업을 성공적으로 행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태어나 처음 본 광경에 매료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찔끔거렸으나 점점 강해졌다. 그러면 어떻게 되었을까, 빙산은 순식간에 작아지고, 마침내 바닥의 하얀 비닐 시트만 남았다고 한다.

그래, 이건 스미스 씨가 준비한 만우절 농담이었다. 얼음으로 보이는 것은, 대량의 shaving foam과 소화기 포말이었다. 운 좋게 잔뜩 흐린 날씨 덕에 거품이 진짜 얼음처럼 보였다고 한다.

왜 4월 1일의 거짓말은 관대하게 봐줄까. 애당초 만우절의 기원이란 뭐였을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일설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역법을 개정하는 데 수반된 사건이었다고 한다. 16세기 프랑스에서 그레고리 달력이 채용되자, 새해 시작이 4월 1일에서 1월 1일로 변했다. 이 역법 개정에 반발한 시민들이, 구력의 신년인 4월 1일을 ‘가짜 신년’으로 설정하고, 야단법석을 떨게 되었다. 이 일에서 만우절이 탄생했다고 한다. 필자도 해마다 만우절에 가벼운 거짓말을 해 보지만, 놀래기는커녕 헛일로 끝난다.

반대로, 요즘 일어나는 기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순순히 놀래는 경우가 많다. 기상 현상의 정도가 극단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회는 최근 일어난, 예상 밖이라고 할 수 있는 의외의 기상 현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 잇따른 전대미문의 남극 기온

남극 대륙에서 S자 모양으로 가늘고 길게 뻗은 남극 반도 맨 끝에 아르헨티나의 에스페란사 기지가 있다. 이 기지에서 2020년 2월 7일, 18.3℃라는 고온이 기록되었다. 이 시기의 평균을 15℃ 이상이나 상회하는 온난임과 동시에 남극 대륙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남극에 세력이 강한 고기압이 머물고, 맑은 날이 계속되었던 것에 더해, 팬 현상이 일어났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어서 9일에는, 에스페란사와 엎드리면 코 닿을 데에 있는 시모어Seymour섬의 기온이 20.75℃까지 상승해 남극권에서 사상 처음 20℃대가 되었다. 이 관측에 관여한 브라질인 연구자는, “믿어지지 않지만,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관측소는 관측 실적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기록으로 공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어쨌든 남극 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심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100년간의 세계 연평균 기온 상승률이 1℃ 미만인 것에 비해, 에스페란사의 평균 기온은 3℃나 상승하고 있다. 남극 반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주변 섬에 생식하는 턱끈펭귄Pygoscelis antarcticus의 수가 과거 50년 동안에 77%나 감소했다고 보고되었다.

사진: 전남 구례 폭우로 인한 사고 모습 ⓒ강승호 기자
사진: 전남 구례 폭우로 인한 사고 모습 ⓒ강승호 기자
사진: 연합뉴스 갈무리

■ 호주의 산불 제압, 앞으로는 홍수

2019년부터 계속된 오스트레일리아 산불에서는,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희생되고, 마침내는 절멸에 내몰린 종도 있을 정도였다. 이 산불 시즌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어, 소실 면적은 일본의 절반에 달하는 1,800만 헥타르에 이른다. 덧붙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사상 최대 산불은 1947~1975년에 일어났고, 이때는 서부를 중심으로 1,200만 헥타르가 불탔다. 거기에 비하면 이번 규모는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인구가 집중된 남동부를 중심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 전체 인구의 3/4이, 연기 피해 등 뭔가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기록적인 산불이 발생한 이면에는, 2017년부터 계속된 가뭄, 여기에 더해 2019년의 사상 최악으로 적었던 강수량과 고온이 있다.

애당초 산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사태는 급전, 1월 후반에 들어서자 저기압이 잇달아 발생하며 서서히 강우량이 증가했다.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은 2월 상순에 내린 ‘기적’으로 불린 큰비로, 예를 들면 시드니에서는 30년 만에 400밀리의 비가 내리고,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산불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수습되어 갔다. 그리고 이어서 2월 13일, 소방국이 산불 제압을 선언했다.

기적적인 호우는, 한편으로 대규모 홍수와 토사 붕괴를 일으켰다. 비는 양날의 검과 같다. 재가 쌓여 있던 댐 주변에도 큰비가 내려 수질 오염 등의 우려도 있었다. 그러면 도대체 뭐가 이러한 급격한 기후 변화를 낳는 것일까.

오스트레일리아의 일 평균 기온은, 25년간 1℃나 상승하고 있다. 이런 온도 변화가 가뭄과 열파를 초래하고, 산불 시즌을 장기화시키는 한편, 강한 사이클론이나 태풍을 발생시켜 큰비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된다.

■ 기록적 고기압과 기록적 비행시간

2020년 1월 하순, 유럽 서부에서 조용히 엄청난 기록이 작성되었다. 그것은 기압의 최고 기록이다. 프랑스에서는 1,049.7hectopascal의 국내 최고 기압, 런던에서는 기록이 있는 300년간 가장 높은 1,049.6hectopascal가 기록되었다. 고기압은 바로 하강 기류이기 때문에, 낮에는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이 펼쳐지지만, 야간은 방사 냉각으로 빙점 아래까지 기온이 내려간다. 지면 부근이 그것보다 위에 있는 공기보다 차가워지는, 이른바 ‘역전층’이 발생함으로써 전파 장애가 일어나 일시적으로 TV를 볼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로 대규모 장애는 일어나지 않았던 듯하지만, 마침 그날은 영국의 인기 프로가 방송 예정이었기 때문에, 안절부절못했던 사람도 많았을지 모른다.

왜 기록적인 고기압이 발생했을까. 왜냐하면, 기록적인 저기압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다. 기압의 고저는 주변 환경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 기압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면, 그 주변에서는 거꾸로 높아진다. 그 강렬한 저기압은 폭탄 저기압이다. 폭탄 저기압이라고 하면, 2020년 2월에 발생한 폭풍 Dennis의 중심 기압이 920hectopascal까지 내려갔으며, 북대서양 관측 사상 두 번째로 강한 저기압이었다. 그 결과 영국에서는 200년 만에 대홍수가 발생했다. 앞으로 온난화가 진행되어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 중의 수증기량이 증가해 저기압에 수반한 강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Dennis에 앞서 발생해 그 강함으로 ‘세기의 태풍’으로 명명되었던 폭탄 저기압 키아라는, 겨울이었지만 강한 제트 기류에 편승해 북대서양을 횡단했다. 마침 이 바람에 편승한 항공기가 전대미문의 단시간 비행을 달성한다. 2월, 뉴욕 JFK 공항을 출발한 British Airways 112편이, 통상보다도 두 시간가량 짧은 4시간 56분에 런던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대지 속도對地速度는 1시간에 1,300킬로를 넘었다고 한다.

실은 최근 북대서양을 비행하는 항공편에 의해 비행시간이 빈번하게 갱신되고 있다. 뉴욕 – 런던 간에 한정해도, 2015년부터 세 번이나 비행시간이 갱신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어느 연구소에서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제트 기류의 위치와 강도가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좋아해서만 안 된다. 안타깝게도 반대 노선의 비행시간은 더 길어져 왕복 비행시간은 지금보다 훨씬 길어진 듯하다. 그 결과, 비행기에서 배출하는 가스가 증가해 온난화를 진척시키고 말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자는 염려한다.

온난화 대책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오늘날, 인공적으로 기온을 내리려고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후 공학climate geoengineering이라고 불리는 분야이다. 구체적으로는, 직접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거나, 성층권으로 불리는 고도 12㎞ 이상의 고층에 미립자를 뿌려 태양광을 반사하거나, 나아가 우주 공간에 거대한 패널을 쏘아 올려 태양광을 차단하려고 하는, 마치 SF 영화 같은 안까지 있다고 한다. 그런 기후 공학 연구에 미국은 400만 달러의 예산을 할당한다고, 2020년 초에 발표했다. 바로 실행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온난화 대책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비장의 수단으로, 거듭 연구를 진행해 간다고 한다.

1981년 4월 1일, 영국 신문 『가디언』의 만우절판 지면에 이런 기사가 게재되었다.
“방위성과 기상청이 공동으로 기상을 조종할 방법을 찾았다.”라고.
지금부터 40년 전 세상에서는, 기후 공학은 만우절의 재료였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 당연히 인간이 기후를 조종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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