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1년 전 지난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개헌 카드'를 꺼내 정국이 요동치던 날 저녁 JTBC는 최순실 씨의 태블릿PC 관련 의혹을 처음으로 집중 보도했다.
그리고 개헌을 발표했던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제기된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비정상의 국정을 바꿔내려는 거대한 물결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연인원 1700만 명의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왔고, 바로 그 시민들이 현대사에 큰 획을 긋는 평화적인 혁명을 이뤄냈다. 또 청와대는 지난 14일 오후 예정에도 없던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문건과 메모 등 300여종의 자료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료들의 생산 시기는 우병우 전 수석의 민정수석실 재임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들 중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문서들이 포함돼 있다. 모두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직권남용’ 등의 혐의와도 관련된 내용들이다.
먼저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국정농단의 실체를 풀어낸 과정을 JTBC의 태블릿PC보도는 '비선 실세 의혹' 이라는 말 한마디에도 민감하게 대응했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장에 서게 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도 향후 재판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변호인단 몰래 지난 12일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어머니의 주장을 뒤집는 증언을 했다. 정씨는 “어머니가 삼성이 사준 말에 대해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의 ‘말(馬) 세탁’ 과정을 최씨가 독단적으로 했다는 삼성의 주장에 대해 “(삼성이)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며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정씨는 최씨에게 ‘왜 삼성이 나만 지원을 하느냐’ 물었더니 “‘그냥 조용히 해. 왜 자꾸 물어봐’라고 화를 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최씨는 앞서 “저는 삼성에 관심도 없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다”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도와준 대가로) 삼성에서 유연이(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 지원을 다 해줬다는데, 박 전 대통령 지갑에 천원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어떤 이익도 안 봤는데 (둘을) 연관시키는 건 특검의 특수성 같다”고 증언했다. 최순실 씨는 "태블릿 PC는 내 것이 아니다, 쓸 줄도 모른다"며 비선실세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태블릿PC를 국정농단 사건의 스모킹건으로 만든 건 바로 최순실 씨 본인이었다. 태블릿PC에 대한 은폐 지시를 한 본인 목소리가 공개되면서이다. 또 청와대가 전날 공개한 문건들은 검찰과 특검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지 못해 확보에 실패한 자료들이라 볼 수 있다. 공개된 자료의 내용만 봐도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준 대가로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연금 의결권 관견 조사’라는 문건에는 자필 메모로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등이 쓰여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감사원의 발표 내용과 청와대에서 새로 발견된 문건들이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당장 증거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증거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 재판부로부터 증거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검찰과 특검팀의 입장에서는 피고인들의 혐의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라면서 공세를 펼 수도 있다. 이후 또다른 스모킹건인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폰 음성파일과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을 통해서 태블릿 PC에 담긴 정황이 하나둘 실체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