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을 둔기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허 모 씨가 구속됐다.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허모(41)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수원지법 여주지원의 이수웅 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면서 29일 허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여전히 범행 이유에 대해서 입을 다문 허 씨를 상대로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허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에서 오후 8시 50분 사이 양평군에 있는 윤모(68)씨의 자택 부근에서 윤씨를 흉기로 3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이튿날인 26일 오후 5시 45분쯤 전북 임실의 국도상에서 검거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으려 모습을 드러낸 피의자 허 모 씨, 쏟아진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문 채 곧장 법원으로 향했다. 허씨는 이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 여주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설 때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20여명의 취재진은 “왜 살해했느냐”, “왜 윤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느냐”, “빚이 게임으로 인해 생긴 것이냐”,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지만 허씨는 고개만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법원은 허 씨가 증거를 없애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허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살인 혐의는 인정한 반면 “부동산 일을 보러 양평 현장에 갔다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면서 “내가 내 정신이 아니었다. 사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오후 범죄심리분석관 프로파일러를 투입하는 등 범행 동기를 집중 추궁했지만, 허 씨는 사건과 관련된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허씨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 도구 등 수법, 범행 후 행적 등에 대해 신빙성이 낮은 진술을 하거나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허 씨가 범행 당일 자신의 차량을 타고 미리 세 차례 범행현장을 찾은 점과, 전날과 달리 휴대전화 발신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 등에서 피해자 윤 씨를 노린 계획적 범행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경찰은 인터넷 게임과 허씨의 채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통신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허씨가 어떤 게임 아이디를 보유하고 있는지 조사한 뒤 해당 게임업체에 요청해 허씨의 인터넷 게임 접속기록, 아이템 거래 내역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폭행 혐의로 2~3건의 전과가 있는 허 씨가 현재 8천만 원의 빚을 져 매월 200~300만 원씩 이자를 갚고 있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허씨는 엔씨소프트가 만든 게임 ‘리니지’의 고가 아이템을 거래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아이템은 게임 캐릭터의 무기 능력을 강화해주는 것으로, 거래 가격이 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허 씨가 입을 닫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허 씨에 대한 금융기록과 인터넷 게임 기록 분석 등을 통해 범행 동기를 찾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의 통신영장 신청은 범행 동기에 대한 신빙성 있는 진술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허씨의 범행과 인터넷 게임인 ‘리니지’를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허씨의 심경에도 변화가 생기리라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조사 계획을 논의 중”이라면서 “오늘은 허씨를 상대로 한 조사는 하지 않고 범행 전후의 행적과 범행에 사용된 도구를 찾는 데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