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국정원 뇌물 수수 혐의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체포된 가운데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같은 혐의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3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청와대에 대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과 관련 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호성 전 비서관도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과 돈을 나눠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소환통보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1심에서 위증 혐의만 빼고 모두 무죄가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그러나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올랐고, 이번에는 국정원 자금을 활동비 명목으로 전달받은 혐의까지 받게 돼 다시 한 번 구속될 위기에 몰렸다. 조 전 수석을 비롯한 관련자 전원이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윤선 전 수석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수석에 대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예산으로 받은 돈은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이 받은 돈과는 별개”라며 “조 전 수석은 이들과 따로 돈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국정원 뇌물 상납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상납 대상이 문고리 3인방과 조 전 수석이라는 진술과 정황이 나왔다, 단순히 개인비리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용처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상대로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용처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들이 받은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였던 이들이 국민 세금인 국정원 특활비를 활용해 모종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구속기간이 연장된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백혜련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상납 받은 40억 원이 비자금으로 만들어져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돈이 정치권으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면서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이 박근혜 대선 캠프를 직접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백 대변인은 “국기문란 범죄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며 “검찰은 이 엄청난 범죄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이 박근혜정부 4년간 국정원장을 지낸 3명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국정원의 상납 행태가 단발적이지 않고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꼬리표가 없는 특수활동비를 현금화해 직접 정권 실세들을 만나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만간 조 전 수석과 전직 국정원장 3명 모두 검찰에 소환될 전망이다.
앞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23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이었던 손범규 변호사를 찾아가 ‘박 전 대통령측이 나를 물고 늘어지면 최순실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이 터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다녀서 검찰이 안 전 비서관을 못 잡아넣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압수수색을 당한 박근혜정부 국정원장 3명은 국정원 예산 수십억원을 현금화해 직접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과거 국정원의 정치공작 행태에 대한 수사가 국가 예산을 빼돌린 국고 횡령 및 국정원의 뇌물 제공 수사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