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국가정보원의 불법공작 등 이명박(MB) 정부 시절 각종 비리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MB 관련 의혹의 원조 격인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인터넷 댓글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말이 오르내리더니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를 통해 여러 의혹들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법률적으로 누구 것인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직후였던 당시, BBK특검은 비자금 120억 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008년 개인 차명 계좌에서 다스로 120억 원의 돈이 흘러 들어갔다는 내용이었다. 지난30일 국정감사에서 다스의 내부 회계문건으로 실제 이런 내용이 모두 확인됐다. 그동안 다스와 관련해 여러 차례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는데, 금액과 계좌번호, 거래은행 등 그 구체적인 실체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120억은?
17명 개인 계좌에 있던 120억 원이 2008년 2월에서 3월 다스로 옮겨갔다는 내용이다. 돈이 옮겨간 건 BBK 특검이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다스의 2008년 계정별 원장에서 문건 속 내용이 그대로 확인됐다.
같은 날짜에, 특정할 만한 숫자의 같은 금액들이 두 문서 모두에서 발견됐다. 2008년 3월 이모 씨 계좌에서 2억5900만 원, 박모씨 계좌에서는 2억700만 원이 다스로 건너갔다는 내용이다. 2008년 특검에서는 120억 비자금으로 보이는 수상한 돈흐름을 발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국감에서 검찰이 해당 거래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MB가 다스 및 BBK의 실소유주고 주가조작에까지 관여?
또한, 2007년 말 치러진 17대 대선을 전후해 검찰과 특검까지 두 차례 수사를 거쳤던 다스 의혹이 10년이 지나 다시 거론되는 시발점에는 투자자문회사 BBK가 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 대표가 2001년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조작했다는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김경준과 MB가 ‘LKe뱅크’를 함께 설립하고, 김경준이 BBK를 설립할 때 다스가 19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MB가 다스 및 BBK의 실소유주고 주가조작에까지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1987년 MB 친형 이상은씨가 설립한 다스는 자동차 시트 프레임 등을 만드는 부품업체로 현대자동차 납품으로 급성장했다. 매출이 2009년 4,000억원대에서 최근 2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업계에서는 알짜배기 회사라는 평이다. 현재 회사 지분은 이상은씨가 47.26%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MB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처 권영미씨(23.6%), 기획재정부(19.91%), MB 후원회 명사랑 회장 출신 김창대씨(4.2%), MB가 설립한 청계재단(5.03%)가 나눠 갖고 있다. 지분 구조상 MB 회사라는 흔적은 전혀 없지만, 주주들이 MB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 쉽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다스 실소유주가 MB로 밝혀지면 MB는 BBK 의혹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정치권에선 핫이슈였다.
2007년 11월 BBK 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한 달여 수사 끝에 김경준을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MB는 혐의를 벗었다. 다스 설립 및 증자 때 납입된 자본금, 이익배당 등 회사수익 귀속주체, 거액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 과정 등을 살펴봤지만 MB의 그림자는 보이지는 않았다. 계좌추적이 가능한 5년치 자금 흐름과 임의제출 받은 회계장부까지 9년치를 조사했지만 역시 다스 설립에 MB가 관여했거나 배당금 등이 넘어간 흔적이 없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검찰 발표에도 불구, 논란이 계속되자 특검이 도입됐다. 정호영 특검은 2008년 초 대통령 취임 직전 관련 의혹을 다시 들여다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검찰과 특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당시 확보된 다스 회계장부와 계좌추적 결과 등을 종합하면 MB를 다스의 실소유주로 볼 증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혹들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다스 논란은 잊을만하면 재차 터져 나왔다. 특히 올해는 정권교체 이후 적폐수사가 진행되면서 과거보다 훨씬 많은 의혹들이 불거졌다. 다스가 2003~2008년 13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중 경리직원이 일부를 빼내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수출입은행이 다스에 664억원을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이자율을 올리지 않았다는 특혜대출 의혹도 제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다스가 40개 차명계좌를 통해 120억원의 비자금을 운용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다스 해외법인 대표에 이 전 대통령 장남 시형씨가 선임된 사실도 확인됐다.
MB가 “다스는 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데도, 의혹 제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다스가 MB 소유가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다스 주거래처인 현대자동차가 MB가 몸담았던 현대 계열사고, 다스 주주에 MB가 설립한 청계재단이 포함돼 있고, 최근 MB 아들과 측근들이 다스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도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30일 MB와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옵셔널캐피탈 대표 장모씨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장씨는 ‘BBK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통해 김경준에게 횡령 금액을 돌려 받기 전 다스가 먼저 140억원을 챙기는 과정에서 MB가 외교부 등을 동원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범죄 혐의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다스의 실소유주를 파악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된 만큼 결국 다시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수사를 지휘할 윤석열 지검장과 신봉수 부장검사는 10년 전 정호영 특검팀에 파견돼 수사했던 전력이 있어 기본적 사실관계는 이미 꿰뚫고 있다.
BBK와 다스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다스는 MB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실상의 가족기업으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법률적으로 MB 회사라고 볼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당시 확보하지 못한 비밀문서가 나오거나 내부고발자 폭로가 없다면 의혹 규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10년 전 검찰이 두 차례 손댔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새로운 꼬리표를 달고 다시 검찰로 넘어왔다. 검찰이 해묵은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까.
다스 실소유 관련 본격 수사 하나?
지난 30일,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76)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BBK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를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이 전 대통령이 2011년 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 대표를 압박하는 바람에 옵셔널캐피탈 측이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했다”고 밝힌 옵셔널캐피탈 장모 대표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장 대표는 2011년 당시 옵셔널캐피탈이 김 전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기 직전이었는데 ‘BBK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김 전 대표를 상대로 별도 소송 중이던 다스가 김 전 대표로부터 140억원을 자신들보다 먼저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이 전 대통령과 김재수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등이 대통령으로서 지위를 남용해 외교당국이 다스와 BBK 등 민간회사간 재산 분쟁에 개입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다스의 최대주주는 이 전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회장으로 그간 이 전 대통령이 이 회사의 실소유주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의 질문에 “법률적으로 누구 것이냐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