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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도의 경계’도, 코로나 재난으로 지연되는 대책..
기획

‘최고도의 경계’도, 코로나 재난으로 지연되는 대책

김종익 기자 onlinenews@nate.com 입력 2020/12/07 15:14 수정 2020.12.07 15:18
기후와 생명 - 메뚜기의 폭발적 발생과 기후 위기 [연제]

오랜 세월에 걸쳐 가꾸어 온 땅. 몇 달 동안 길러온 작물. 한 해를 살아갈 수입원 -.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메뚜기의 대량 발생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올해 1월 케냐 사무소 직원으로부터 보고받았다.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랐던 것은, 요 몇 해, 한결같이 기후 위기 대책의 일환으로 유기 농법 투자 확대를 위한 정책 제언 활동을 함께 해 온 농가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엄청난 메뚜기는, 농작물을 순식간에 먹어 치워버린다. 안전 대책을 갖추지 못한 영세 농가 입장에서, 일 년 치 수확을 단숨에 잃어버리는 일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 ‘최고도의 경계’도, 코로나 재난으로 지연되는 대책

동아프리카에서, 메뚜기 발생은 이제까지도 정기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관의 경고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다. 동아프리카에서 빈번하게 또 큰 규모로 발생하는 사막메뚜기는, 1㎢에 들어가는 크기의 떼도 약 4,000만 마리이며, 이 정도만으로도 35,000명의 인간이 먹는 것과 거의 같은 양의 식량을 먹는다고 한다. 또한, 사막메뚜기는 잡식으로 거의 모든 작물을 먹지만, 특히 곡물을 좋아하며, 옥수수, 수수 등 주식이 되는 귀중한 작물을 먹어 치운다.

이번의 대량 발생은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케냐 사람들의 예측을 뛰어넘고, 그리고 기존의 규모와는 다른 규모의 맹위를 떨치고 있다. 케냐에서는 이번 메뚜기 발생과 관련해, 2019년 12월부터 경고가 있었다. 그러나 그 규모가 밝혀진 것은 몇 개월 후. 2020년 2월에 현지에서 보도되며, 케냐 북부에서 관측된 2,400㎢에 달하는 무리는, 케냐 국내 관측 사상 최대였다.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유엔은 4월,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메뚜기 대량 발생이 최악의 식량 위기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최고 등급의 경계’를 각국에 촉구했다.

기이하게도, 전 세계의 정치적 관심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에 쏠려 있던 시기였다. 수백만 명의 생명에 관한 위기지만 국제적 관심은 낮았다. 케냐 정부도 코로나 대책을 위해, 주州 간 이동 제한 등의 대책을 막 시작하여, 농약의 배포 지연, 시민 사회와 농민단체의 연대 결여 등, 대책의 지연은 불을 보듯 뻔했다.

■ 케냐 농가의 대응

우리 그린피스 아프리카는, 2월 상순에 현지에 들어가서, 조사, 농가로부터 의견 청취 등을 행했다. 이미 메뚜기 피해가 나오기 시작하고, 일부 농가에서는 고추를 사용한 스프레이로 메뚜기 구제驅除를 시도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보가 전해지지 않는 가운데, 농가끼리 네트워크로 휴대전화와 SMS(Short Message Service)를 사용해 필사적으로 정보 교환을 하고 있었다.

그린피스 아프리카와 함께 유기 농법을 확산하는 활동을 계속해 온 농가의 무니오키 씨는, 2019년 12월에 시작된 제1차 대발생으로, 옥수수, 콩, 강낭콩 등 주요 작물을 메뚜기가 다 먹어버렸다고 이야기했다. 무니오키 씨처럼 다양한 작물을 기르며 유기 농법을 실천하는 일부 농가에서는, 케일 등 몇 가지 작물만은 먹히지 않아 겨우 전멸을 면한 농가도 있다.

그 후, 메뚜기 구제를 위해 정부 차원의 농약 살포가 개시되었다. 농약 살포는 메뚜기 대책으로는 효과가 높지만,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에는 안전하지 않다. 게다가 이번 피해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져 있어, 그 영향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메뚜기 발생 영향을 가장 빨리 받은 지역에는, 도시에 음료수를 공급하는 주요 하천이 있고, 국립공원이 인접한 지역도 포함되어, 무턱대고 살포하는 농약 살포는, 제2, 제3의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었다. 우리가 아는 농가에서도,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저 농약이 살포된 지역에 들어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포된 지역의 주민에게는, 눈의 통증, 가축 상태의 변화 같은 것이 보고되었다.

앞으로 경작 시기에 들어가면 새로운 문제가 부각될지도 모른다. 작물을 잃은 데 더해, 앞으로 어떠한 농약 살포의 악영향이 가족 그리고 땅과 가축에 나올까, 많은 농가는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에 떨고 있다.

식량 위기 엄습

첫 번째 파동에서는, 케냐 국내 전체 47개 주 가운데 28개 주에서, 사막메뚜기로 인한 피해가 이미 확인되었다. 그 영향은 너무나 심대해 아직도 경제, 환경에 끼친 영향을 정량화하지 못하고 있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도 있어, 케냐는 이미 식료의 수요와 공급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상태에 빠졌다.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수단과 같은 인접국에서도 피해가 보고되었으며,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에리트레아에서는, 2,000㎢ 이상의 경작지, 5,000㎢ 이상의 목초지가 피해를 입었고, 100만 명 이상의 주민에게 식량 원조가 필요로 하다고 알려졌다. 또한, 일련의 피해로 식량 위기는 주변국에서도 심각한 상태이며,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은 2,000만 명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현재, 2020년 11~12월에 걸쳐서, 두 번째 파동이 될 메뚜기 대량 발생이 일어날 가능성, 특히 케냐 북부에 경고가 내려졌다. 케냐 정부는 우기가 본격화하는 10월까지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지만, 다시 밀려올 새로운 메뚜기 떼에 대한 대응을 재고해야만 했다. 거의 일 년 전 첫 번째 파동에 비하면, 예측 능력도 정부의 준비도 갖추어졌다고 하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불안한 나날의 연속이다.

메뚜기 대량 발생 원인은 기후 위기라는 人災

이번 메뚜기 대량 발생을 둘러싸고는, 기후 위기가 그 피해를 악화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인도양 열대 지역에서 통상 초여름부터 늦가을에 걸쳐 동부에서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고, 서부에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Dipole mode 現象[인도양 서쪽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과 달리 동쪽보다 현저히 높아 발생하는 기상 이변. 인도양 동부 국가에서는 가뭄과 폭염, 동아프리카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발생하는 양극단의 기상 이변을 보인다]에 기인한다. 인도양 서부의 해수면 온도의 상승 영향으로, 이번 메뚜기 대량 발생 때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일 년 반 사이에, 매우 습한 대기가 동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사막 지대에 대량의 비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건조한 지대에서 메뚜기가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자라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평상시보다 큰 메뚜기 떼가 생겨났고, 그 후 번식으로 이어졌다. 이번 메뚜기 대량 발생은 70년 만의 대규모라고 전해지는데, 기후 위기로 발생 빈도가 점점 높아질 조짐이라고 한다.

Dipole mode 現象은, 2019년부터 일어난 오스트레일리아의 사상 최악의 산불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그 연결된 사슬이 이처럼 생생하게 인명을 위협하는 뉴스를, 이렇게 빈번하게 목격한 적이 있었을까? 기후 위기는, 많은 사람이 어딘가 멀리, 하늘 위에서 일어나는 일로 여긴다. 그러나 얼굴을 마주하고 말을 나눈 적이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빼앗고, 목숨을 위협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낳는 것도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메뚜기 대량 발생이라는 악화의 원인이 기후 위기라면, 이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것도.

이제까지 함께 활동해 온 농가 사람들은, 유기 농법으로 다양한 작물을 기르고, 기상 예보 기술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탄력적 농업을 진전시켜 왔다. 동시에 자신의 땅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환경을 지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이번 메뚜기 구제를 위해 농약 살포밖에 대응 수단이 없어, 그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일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대증 요법으로 일시적 결과만을 추구하는 대응책을, 우리는 진지하게 재고해야 한다.

우리도 연구 기관이나 NGO 등과 함께 가능한 환경에 가하는 부하를 경감시킨 농약의 연구 개발을 호소하지만, 그것은 대증 요법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메뚜기를 농약으로 구제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기후 위기, 평균 기온 상승을 저지하지 않으면, 메뚜기는 더욱 큰 떼가 되어 맹위를 떨칠 것이다.

기후 위기의 현실

그린피스 아프리카는, 코로나 대책을 방패로 삼은 단기적 정책이, 케냐의 영세 농가를 더욱 배제하고, 식량 위기를 악화시킬 것을 걱정한다. 그 때문에, ‘식료의 안전과 확보’를 4대 매니페스토로 내건 케냐 대통령과 농업부에 대해 “지역 농가에서 매입과 부흥 등의 대책”을 요청하는 서명 운동을 포함해, 기후 위기 대책을 염두에 둔 식료안정보장정책에 주력해 몰두하도록, 농가와 시민 사회와 연대를 강화하려고 한다.

내가 이곳 아프리카에서 만난 많은 사람은, 위기를 극복할 기법과 강함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악화하는 기후 위기는, 그들만으로는 극복이 곤란한 규모와 빈도에서 위협을 느끼고 있다. 메뚜기 대량 발생, 코로나 재난, 홍수 등 케냐에 사는 사람들을 잇달아 위협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 균형이 무너진 데에서 일어나고 있다. 온 세계 사람들이 코로나 재난의 경험을 공유하듯이, 기후 위기는 어디에 살더라도 공유할 현실이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곳이다. 그런 한편으로 기후 위기의 영향을 가장 심하게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후 위기 대책은, 어느 나라의 누군가의 개별 행동만으로는 이미 너무 늦었다.(『世界』, 20201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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