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한 당시 8개월의 여자아이를 입양모 장하영과 입양부 안성은이 장기간 잔인하게 학대하여 16개월이 되었을 때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 이모와 이모부로부터 온 몸에 멍자국이 들고 물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를 당해 참혹하게 숨지게 한 사건으로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사람이 어떻게 그 어린 천사같은 아이를 이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는지… 인터넷에는 이 두 사건의 주인공들에게 법이 정한 최고형을 내려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가정폭력, 직장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뿐만 아니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창 시절 학교폭력 사건이 또 불거지면서 협회 측에서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하는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언젠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 내 폭행 경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2명 중 1명은 일터에서 욕설, 인신모독, 성희롱 등 직장내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포츠계의 폭력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묻지마 폭행>
서울 오금동의 한 버스 정류장… 한밤 버스정류장에서 여성 2명이 ‘묻지마 폭행’을 당하고, 경기 화성시 남양리 한 이면도로에서 승용차를 멈춰 세운 뒤, 둔기로 차체와 유리창 등을 파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집 근처 상가 건물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한잔하던 조씨는 화장실로 향하다 좁은 통로에서 김모씨와 어깨를 부딪쳤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조씨를 폭행했다. 쓰러져 저항조차 못하는 조씨의 머리와 몸통을 마구 짓밟았다. “살려달라”며 인근 가게로 피신한 조씨를 뒤쫓아가 길거리로 끌어낸 뒤 무자비한 폭행으로 방광이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소름끼치는 묻지마 폭행으로 밤길을 걷기 무섭다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쿨 미투>
성추행 성폭력은 또 어떤가? 현직 도지사와 시장이 성추행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지하철이나 공중화장실 그리고 직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몰카는 또 어떤가? 정치계, 스포츠계, 언론계, 예술계, 학계… 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미투사건은 여성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2018년 1월 29일 현직 검사 서지현에 의해 시작된 미투운동은 시인 고은, 극작가 오태석, 이윤택, 배우 조민기, 배우 조재현, 정계인사 안희정, 정봉주를 비롯해 용화여고창문에 “위드유” “위캔두애니씽”과 같은 ‘스쿨미투’로 번지면서 전국 100개 학교가 스쿨미투에 동참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의 대책>
막아도 막아도 끝이 없는 학교폭력은 어떤가? 지금까지 정부가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내놓은 대책만 해도 무려 수십 가지가 넘는다. 학교폭력이 사회문제가 되기만 하면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대책이란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및 징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 같은 시책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대책을 보자. 폭력대책반을 만들고 Wee센터를 설치하고 대안교실의 확충, 학교폭력 담당교사 인센티브 강화, 단위학교 배움터지킴이 예산지원, CCTV통합관제센터 운영, 예산의 국고 지원, 전문상담교사 배치 확대… 등 식상한 대책이 반복되고 있다.
<왜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가?>
나라가 온통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 급기야는 코로나 19로 세계를 멈춰세우기에 이르렀지만 환경부는 이렇다 할 대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폭우와 태풍 지진,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폭염과 한파를 비롯한 인수공동점염병 지구촌은 어쩌면 미래학자들이 예언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고 있다. 도대체 정부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학교폭력이나 가정폭력 직장폭력, 묻지마폭행, 몰카, 미투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물론 개인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폭력은 사회화의 결과다. 폭력을 보고 배우지 않으면 폭력은 일어나지 않는다. 젖병을 물고 유모차를 타고 다니는 어린아이 때부터 게임을 보면서 자란다. 좀 더 자라면서 게임이나 영화가 그렇고,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이며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가 그렇다. 하나같이 폭력물이다. 말이 좋아 ‘19금’이지 정말 ‘19금’을 표시해 놓으면 19세 이하는 보지 않을까? 총이나 칼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일부 학교에서는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으로 군사문화까지 체화시키기도 한다.
<자본이 저지르는 폭력>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할 수 있을까?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살상무기도 만들어 판매하는 자본주의가 공존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판단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자본의 폭력으로부터 국가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가? 교육기관이나 언론이, 정부가, 청소년들을 자본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고 있는가? 광고수익으로 유지하는 SNS는 광고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학교나 지자체는 왜 헌법이나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가? 왜 평생교육의 의무를 다 해야 할 국가는 국민들을 상대로 헌법이나 철학교육을 통해 재사회화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가?
<인간의 존엄성부터 가르쳐야...>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요, 헌법이 존재 이유이기도 한 인간의 존엄성… 태어나면서부터 가르쳐야 할 기본적인 가치가 인간의 존엄이다. 예술로 가장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영화를 보라. 나쁜 놈이니까 죽여야 한다? 정말 법도 재판과정도 밟지 않고 죽어야 할 사람이 있는가? 극단적인 예를 들어 선과 악을 만들고 정서에 호소해 폭력을 미화하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 폭력이요, 이데올로기다. 무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자본의 논리를 체화시키는 과정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정서를 파괴하고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인이와 조카를 죽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혐의자도, 형이 확정된 살인자도 인권을 존중해 얼굴을 가린다. 인간의 존엄성이 곧 인권인데 학생인권조례조차 만들지 못하게는 하는 나라. 언제까지 폭력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분노만 하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