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당명사를 통해 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오피니언

당명사를 통해 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기자 chamstory@hanmail.net 입력 2021/09/27 10:29 수정 2021.09.29 15:34

몇 년 전 ‘이승민’이라는 이름의 고3수험생 셋이 똑같이 수능만점을 받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정말 이름이 좋아 만점을 받았을까? 자녀가 태어나면 유명한 작명가를 찾아가 거금을 내 짓기도 하지만 요즈음은 부르기 좋고 듣기 좋은 이름으로 부모가 지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개인이 평생 상징이 되는 개인의 이름도 그런데, 집권을 해 모든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야망을 가진 정당의 이름은 어떤 이름이 좋을까?

정당의 이름은 당의 철학과 이념을 담은 얼굴이다. 미국 민주당(1820년대~)과 공화당(1850년대~), 영국 노동당(1906년~)과 보수당(1912년~), 독일 기민당(1845년~)과 사민당(1890년~) 같은 정당들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념 정당이다.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100년 정당'을 내세우며 출범하지만, 당명이 10년을 넘긴 정당은 흔치 않다. 녹색당, 정의당..과 같은 정당이 듣기도 좋고 추구하는 이념도 분명해 좋은데 국민의힘은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사흘이 멀다 하고 당명이 바뀐다.

현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어떨까? 6월항쟁이후 진보를 가장한 민주당의 당명사도 국민의힘 못지않다. 신민당이후 한국민주당과 신한민주당으로 분열, 통일민주당→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으로 분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정당들은 당의 개혁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당명을 변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지율이 낮은 정당은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보이기 위해 당면을 바꾼다.

사람이나 정당명은 그 개체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명도 그럴까? 헌법을 유린해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주권자를 개돼지·취급한 박정희가 만든 정당은 민주공화당이다. 박정희가 ‘민주’니 ‘공화’를 입에 올린다는 것부터가 소가 웃을 일이다, 또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유신헌법으로 대통령이 된 전두환이 만든 정당이 ‘민주정의당’이다,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주권자를 학살한 살인자가 ‘민주주의’니 ‘공화’ 운운하는 것은 민주와 정의에 대한 모독이다. 그들이 민주주의의 뜻을 알고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아니면 유권자들을 콩을 팥이라고 해도 곶이 들을 것이라고 믿고 붙인 이름일까?

대한민국 보수정당이 가장 좋아했던 정당명이 ‘자유’와 ‘공화’다, 그만큼 자유를 갈망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주권자들이 가장 잘 속아 넘어갈 것 같아서일까? 1990년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의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 김종필 주축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이회창‧심대평 주축의 자유선진당 등 때도 그렇다. 그들이 ‘공화’의 뜻을 알고 붙인 이름일까? ‘공화당’, ‘민주공화당’, ‘신민주공화당’도 공화를 도용했다. 현재까지 등록한 정당 204개 중 정당명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민주'다. 모두 42번이나 등장한다.

‘민주’나 ‘자유’, ‘공화’와 같은 이름이 식상해서일까? 아니면 아예 붙일 이름이 없어서일까? 자유에다 한국을 조합한 자유한국당이니 바른 미래당도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국민의힘 족보를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얼마나 누리고 또 누리고 싶었으면 새누리당이라는 속내까지 드러냈을까? ‘국민의힘’이라니....? 정당명이 국민의 무슨 힘이라는 말인가? 더불어민주당도 그렇다. 마치 지역명을 드러내려고 서로 싸우다 타협을 본 ‘김천구미역’과 같이 기차역 이름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당명의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영국 노동당과 보수당, 독일 기민당과 사민당이 우리나라 정당의 당명을 들으면, 얼마나 유치하게 들릴까?

본인의 이름에 만족하는 사람은 30%밖에 없다는 통계가 있다. 옛날 남자 고등학생 이름이 ‘임신중’이어서 놀림감이 됐던 일이 있다. 교복에 명찰까지 달고 다니던 시절, 남학생의 이름표에 ‘임신중’이라고 써 붙이고 버스를 타고 다니다 승객들이 웃음거리가 된 얘기는 지금도 자주 인구에 회자된다. 사람이나 이름을 왜 바꿀까? 자신의 과거를 감추고 싶은 사람... 부끄러운 짓을 많이 해 당명이니 로고도 모자라 땅바닥에 엎드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해놓고 돌아서면 또 그런 망나니 짓을 하는 정당이 아니고서는 이름을 바꿀 이유가 없다. 부끄러운 이름을 당당히 달고 보란 듯이 제대로 하면 오히려 박수를 받지 않을까? 우리도 정당 이름에 걸맞는 그런 정당 정치를 보고 싶다.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