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교사 1~4등급' 나누는 발언로 구설. 성차별, 외모차별, 이혼차별, 한부모 가족차별까지 파장
'피해자' 의사도 없이 강행한 '위안부' 합의에도 "외교적으로는 잘했다", 홍준표도 "뒷거래다, 파기하겠다"고 한 것을
일베 용어인 '달창'을 대중집회에서 쓰고, 일베 폐쇄도 반대하고, 장자연·김학의 건 수사에도 "보복수사, 야당대표 죽이기"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1등 신붓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붓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붓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붓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 2008년 11월 11일 진주시청 시민홀 강연 중)
최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은 정치활동을 하며 수많은 구설에 휩싸이고 있는데, 이 중 하나는 여교사의 등급을 나눈 발언이었다. 지난 2008년 11월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경남 진주시청에서 열린 '경남여성지도자협의회 정기총회'에서 교원평가제 도입을 주장한 뒤, "1등 신부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부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부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부감은 애딸린 여자 선생님"라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여성 교사의 등급을 이렇게 넷으로 나눈 이 문제의 발언 하나에는 여러가지 '차별'이 모여 있다. 성차별에, 외모차별에, 이혼차별에, 한부모 가족차별이다. 나 전 의원은 당시 문제의 발언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한 것이며, "비하 의도는 없었다. 당황스럽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전교조 여성위원회는 당시 성명을 통해 "여교사를 예쁘고, 못생기고, 이혼하고, 애 딸리고 같은 말도 안 되는 기준으로 조롱하고 차별하고 냉소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어느 여교사도 미혼·비혼·기혼·성·외모·이혼·한 부모가족을 이유로 차별받음을 원치 않으며 등급까지 나눠서 차별해도 된다고 허용한 적 없다. 또한 농담이라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가 무시되어서는 안 되며 혹시라도 장애, 인종, 성, 성적, 빈부 등의 차별을 소재삼아 장난치는 일은 극히 삼가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심각한 성차별적이고 성희롱적인 농담을 개인이 하는 것과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나 전 의원이 "내 발언은 비하가 아니다"라고 한 데 대해서도 "외모 차별을 부추기고 이혼가정을 비정상적이라 차별하며 한 부모 가정을 차별한 발언을 해놓고 문제의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당시 야당(민주당·민주노동당·자유선진당 등)들도 공식논평을 통해 나경원 전 의원의 공식사죄는 물론, 한나라당 차원의 공식사죄와 나 전 의원에 대한 징계조치 등을 촉구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그때도 파장이 컸던 것인데, 지금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면 "정계 은퇴하라"는 이야기를 분명 들을 것이다. 물론 이런 차별 발언은 사석에서도 해서는 안 될 발언이다.
그런데 이후에도 나경원 전 의원은 수차례 여성혐오, 여성차별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지난 2015년 12월 박근혜 정권이 '위안부' 피해자들과는 아무 상의도 없이 강행한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굴욕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음에도 나경원 당시 의원(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현실적 제약 하에서 외교적으로는 그래도 잘 한 협상"이라고 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공식사죄를 비롯,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나 법적 배상 등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음에도 그러했다. 요즘 여성계가 강조하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가 분명함에도 말이다.
그래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의원도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합의해서도 안 되고 합의대상도 아니다"라며 "외교가 아니라 뒷거래라고 생각한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집권할 경우 "파기하고 없었던 일로 하겠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많은 막말로 구설에 오른 그도 '위안부' 합의가 얼마나 문제였는지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던 것이다. 여기에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도 "일본과 재협상 안 되면 파기하겠다"고 역시 공언했었다.
그럼에도 나경원 전 의원(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은 2019년 1월 故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외교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며 같은 입장을 냈다. 故 김복동 할머니는 “죽기 전에 아베 총리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그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뿐만이 구설에 오른 것이 아니다. 지난 2019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故 장자연 리스트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특수강간' 사건, 버닝썬 사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하자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는 "적폐몰이 하고 있다" "야당 대표 죽이기로 가고 있다" "보복수사"라고 반발한 바 있다.
세 사건 모두 여성의 인권이 유린당한 성범죄 사건이 명백한 본질임에도 그러했다. 요즘 여성계가 강조하는 '2차 가해'를 사건 피해자들에게 한 것이나 다름없는 대목이다.
그는 2019년 5월 대구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는 '문빠'에 이어 '달창'이라는 단어를 써 파문을 자초했는데, '달창(달빛창녀단의 줄임말)'이라는 단어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몸파는 성매매 여성에 비유하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그런 여성비하 단어는 수많은 사회적 패륜으로 물의를 빚는 '일베(일간베스트)'에서 쓰는 용어라 더 문제였다.
나 전 의원은 일베 폐쇄 여론이 빗발치자 "일베 폐쇄 추진은 표현의 자유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후퇴시키는 행위”라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방송장악에 이어 인터넷 공간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릴 높인 바 있다. 일베는 '여성비하' 사이트로도 유명한데,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여성차별' '여성비하'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나경원 전 의원을 돕겠다며 그의 캠프에 이수정 경기도 교수가 합류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수정 교수는 성인지 감수성의 강화에 깊은 열정을 갖고 있다"며 영입 이유를 밝혔다.
이 교수는 <뉴시스>에 "이전에도 나경원 후보에 자문을 했었고 이번에도 정책 발굴 부분에 있어 자문을 해 드린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것임에도 "정치 프레임 씌우는 건 이해 안 된다"며 자신이 정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그럴 만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었고, 이후엔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에도 참여했다. 그래서 국민의힘 소속 인사라고 봐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 정작 이수정 교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건 관련해선 고소인에 대해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지 않는 상황은 전례가 없다. 왜 그렇게 2차 가해 행위를 계속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바 있다.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박원순 전 시장을 '가해자'로 단정짓고, 사건 진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2차 가해'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렇게 '피해자 중심주의'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며 국민의힘에 합류한 이수정 교수가 수차례 '여성비하' '여성차별'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나경원 전 의원을 돕겠다고 하니 의아하다는 시각이다.
정작 이수정 교수의 이중반응 논란은 지난달에도 문제가 됐다. 비서 성폭행 논란이 제기된 지 하루만에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병욱 의원 건에 대해선 “피해자가 안 나왔고 있는지 없는지도 불분명하지 않나. 다양한 의심을 하게 된다”라며 "피해자가 신고하고 제대로 된 형사절차를 거쳐야 한다"라고 했다.
박원순 전 시장 건과는 전혀 딴판 입장을 낸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에 입장표명을 요구한 여론에 "화가 났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외치는 '피해자 중심주의' '성인지 감수성'은 "국민의힘만 예외냐, 일관성이 없다"라는 비난이 쏟아졌던 것이다. 그가 외치는 '성인지 감수성'은 나경원 전 의원에는 적용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