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 단순 집권 재연장이 역사에 큰 의미 있겠나", 재집권해도 국힘과 협치·연정론 주장
독일이 유럽 주인공 된 이유가 연정 덕분? 철저히 '공소시효' 없이 70여년 전 '나치 히틀러' 청산해서가 아닐까?
"조희팔·김태촌·조양은이나 다를바 없는 자들하고 통합·협치하자니? 이광재는 큰일 낼 위인, 일꾼될 자격 없다"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통합하자고? 협치해야 한다고? 내가 이래서 이광재를 천하의 몹쓸 인간이라고 말한다. 이광재는, 아직도 친일을 찬양하고 독재시절을 그리워하는 자들을 청산해야 할 구체제 인물들이라고 보지 않는다.
조희팔, 김태촌, 조양은이나 다를바 없는 자들, 오히려 무법천지였던 상태에서 수십만 명의 양민을 학살한 이승만(보도연맹사건 등), 합법을 가장하여 수많은 생명을 죽인 박정희(인혁당 사건 등), 정당한 민주화 운동을 짓밟아 수많은 생명을 죽인 전두환(광주의 5.18 등), 시민들이 눈 뜨고 있던 사이 코를 비어간 천하의 사기꾼 이명박(사자방 비리 등), 무당에게 나라의 곳간을 맡겨버린 가짜 대통령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등)를 옹립해서 사리사욕을 채운 인간들과 협치하겠다고? 통합해야 한다고? 국민의힘에 있는 것보다 더 나쁜 종자다."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 소장, 24일 페이스북)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했던 1988년 그의 보좌진으로 일하며, 최측근 역할을 했던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원 원주갑)은 지난해 말에는 <노무현이 옳았다>라는 제목의 저서도 냈다. 일부 언론에서 '노무현의 그림자'라고도 불리는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되며 9년여만에 정계에 복귀한 바 있다. 그가 1년여로 다가온 차기 대선에 어떤 입장을 냈을까?
이광재 의원은 23일 보도된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단순히 민주당이 집권 재연장을 하는 게 역사에 무슨 큰 의미가 있겠나"라며 “협치나 연정이 옳다고 본다"며 민주당이 재집권하더라도 국민의힘과 협치나 연정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례로 독일을 들면서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패하고도 오늘날 다시 유럽의 주인공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예측 가능한 정치, 연정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이 산업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면, (자신이 해당되는)86세대는 민주화에 큰 기여를 했다"며 국민의힘 측의 전신 정권들(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이 산업화에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부의 탄생 자체가 기본적으로 촛불, 탄핵의 힘으로 됐기에 적폐 청산이나 권력기관 개혁은 피할 수 없다"면서도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국가정보원법이 통과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고 본다"며 적폐청산이 마치 끝난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좀 더 통합 쪽으로 가는 게 맞는다"며 <조선일보>나 국민의힘 측에서 주장할 얘기를 먼저 꺼내들었다.
독일이 강국이 된 이유가 그의 주장대로 정권에서 협치나 연정을 해서일까? 아니면 히틀러와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과거사 청산을 해서일까? 독일은 나치 단죄에 공소시효가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 정부는 지난 6일 나치수용소에서 지휘관의 비서로 일했던 95세 여성을 홀로코스트(나치가 자행한 집단학살) 방조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해 7월엔 역시 나치수용소 경비병이었던 93세 남성을 법정에 세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처럼 독일은 70여년 이상 지난 일임에도, 또 현재 백살 가까이 된 노인이라 할지라도, 단순히 보초만 서는 등 가담 정도가 낮음에도 이렇게 끝까지 찾아내서 단죄를 한다. 반민특위가 좌절되어, 일제강점기 35년에 부역한 이들을 한 명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한국과는 매우 대조되는 일이다.
그리고 적폐청산이 다 끝난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 공감하는 여권 지지자가 얼마나 될까?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국정원법이 통과되면 다 끝나는 것일까? 최소한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어떤 성과를 내는지 확인부터 해야 한다. 그 이후에도 잘못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감시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검찰개혁 과제도 윤석열 총장과 그를 '검찰당 대표'로 만들어준 언론들로 인해 아직 갈길이 멀다. 검찰개혁 이후에도 언론개혁, 사법개혁, 재벌개혁, 교육개혁, 종교개혁 등 아직 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같이 많은데 "적폐청산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라고 하는 게 맞을까?
또 국민의힘 등 야권과 "협치하자"고 하는 것을 공감할 범민주세력도 없겠지만, 만약에 협치·연정 제안을 할지라도 그들이 과연 문재인 정부에 협조할까? 문재인 정부 발목잡기로만 일관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 20대 국회에선 두 달꼴로 한 번씩 국회를 '보이콧'하며 장외투쟁만 한 정당이 국민의힘이었다.
이광재 의원이 꺼내든 국민의힘과의 '협치' '통합' 주장과 관련,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 소장은 24일 페이스북에서 "내가 이래서 이광재를 천하의 몹쓸 인간이라고 말한다. 이광재는 아직도 친일을 찬양하고 독재시절을 그리워하는 자들을 청산해야 할 구체제 인물들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꾸짖었다.
그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악명 높은 사건들(보도연맹 사건, 인혁당 사건, 광주항쟁 유혈진압, 사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최순실 국정농단 등)을 거론하며 "그런 인간들과 협치하겠다고? 통합해야 한다고? 국민의힘에 있는 것보다 더 나쁜 종자"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광재, 안희정, 남경필, 원희룡 같은 애들을 그저 양아치로만 생각했다. 이런 정도로 천하의 몹쓸 인간들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이 기사를 보니 큰일을 낼 위인"이라며 "다음 선거에서는 반드시 이런 자들을 심판해야 할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이 원주인데, 이런 자들은 주인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일꾼이 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주인의 등 뒤에다 칼을 꽂은 국민의힘 애들과 뭐가 다른가"라고 일침했다.
황교익 맛칼럼리스트도 23일 페이스북에서 이광재 의원의 '연정' '협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집권을 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임에도, 또 그렇게 된다 해서 국민의 이익이 전혀 손상될 것으로 보이지 않음에도, 심지어 180석이라는 막강한 의회 권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지지율 바닥의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지원자가 연정을 꺼내는 것은 여야 기득권층의 야합을 통해 권력의 한 귀퉁이라도 차지하려는 얕은 술책이 아닌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참 뜬금없다"고 힐난했다.
현재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보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큰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뒤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소속은 보이지 않는다. 4~5위권에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현재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다.
이광재 의원은 야당과 '협치' '연정' '통합' 주장을 계속 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선 공수처 설치가 국민의힘 반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국민의힘이 추천했던 김경수 전 검사 같은 사람으로 (공수처장을) 합의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 측 후보를 공수처장으로 추천하기까지 했었다.
그의 이런 주장에 동감할 지지층은 거의 없어보인다. 그리고 그를 현재 차기 대선주자로 보는 이도 거의 없다. 언론은 그의 주장이 합리적이라 띄워주겠지만, 정작 지지층에서 호응하지 않고선 실현될 가능성이 없어서다. 여당인지 야당인지, 또 자기 색깔과 철학이 분명하지 않은 정치인에 환호할 지지층이 있을까?
문재인 정부 들어 오랜 기간 '대권주자 1위'를 지켰던 이낙연 대표가 왜 대권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을까? 지지층이 원하는 개혁 과제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지지층이 전혀 원하지 않는 '이명박근혜 사면론'은 뜬금없이 꺼내들어서다. 그래서 지지층으로부터 거대한 역풍을 맞았던 것이다.
이광재 의원이 이렇게 문재인 정부를 향해 협치·연정을 주장한 건, 정권 후반부인 지금뿐 아니라 정권 초기인 지난 2017년에도 해오던 일이다. 특히 적잖은 지지층에서 그가 야인시절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의 부원장과 원장을 연이어 지낸 것에 주목하고 있다. 여시재의 의제가 이광재 의원이 내세운 것과 맞닿아 있어서다.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이헌재 전 부총리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지난 2015년 12월 자신이 갖고 있던 한샘 주식 60만주(당시 시가 약 1000억원)를 팔아 그 중 300억원을 법인 설립자금으로 지원해 설립한 재단이다. 이 재단엔 전직 고위 관료나 전직 여야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곳의 실세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으로 보는 시선이 적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