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중앙일보' 조언 나오자마자 움직인 尹, "불과 하루 만에, 그대로 받아 따르는 볼썽사나운 모습 연출했다"
'중수청 반대' 이유로 '치외법권' 꺼내든 尹, "본인 측근과 가족들이 변칙적으로 누리고 있는 치외법권부터 걷어내고"
"얼마 남지도 않은 총장직 '던지네 마네' 쇼하지 말고, 임은정 검사 손에서 뺏어간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이나 원위치시키길"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아직은 검찰총장인 윤석열 씨가 이틀째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중수청에 반대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보이라는 중앙일보의 훈수가 꽤나 감명 깊었던 모양입니다. 뭘 하든 큰 관심은 없는데 몇 가지는 지적을 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중수청에 반대하는 이유로 힘 있는 사람들에게 치외법권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던데, 정치고 공직이고 떠나서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말을 하려면 최소한 본인 측근과 가족들이 변칙적으로 누리고 있는 치외법권부터 좀 걷어내고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4일 페이스북)
검찰의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으로 옮기는 법안(수사와 기소 완전분리)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민일보> <중앙일보>와 잇달아 인터뷰를 가지면서 본격적 여론전에 나섰다. 지난 1일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586 강경파 쿠데타.. 윤석열이 선택할 때가 다가온다)에선 윤 총장을 향해 "중수청 법안이 발의될 무렵, 그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며 결단을 촉구했는데 그 직후부터 윤 총장이 공교롭게도 행동에 나섰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 이어 3일 오후에는 대구지검을 찾아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며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윤 총장이 도착하기 전부터 일부 지지자들이 청사 앞으로 모여들었고, 그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화환까지 다수 있었다. 특히 윤 총장을 마중나온 이 중에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있었다.
권영진 시장은 차에서 내린 윤석열 총장을 맞이하며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총장님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고, 국민 한사람으로서 응원하고 지지한다"며 꽃다발까지 건넸다. 현직 광역단체장이 현직 공무원 신분인 검찰총장을 버선발로 마중나가는 모습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검찰당 대표'라 불려오던 윤석열 총장은 4일 오전 반차를 낸 뒤, 아예 총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공식적으로 정계입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사실상 정치 입문 선언이라고 봐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현재 그의 잔여임기는 약 4개월 가량이 남았다.
이같은 윤석열 총장의 정치행보에 대해,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4일 페이스북에서 "아직은 검찰종장인 윤석열 씨가 이틀째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라며 "중수청에 반대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보이라는 중앙일보의 훈수가 꽤나 감명 깊었던 모양"이라고 힐난했다.
앞서 <중앙일보>는 지난 1일자 <“지지율 30% -> 7%, 尹의 추락.. 급기야 ‘총장 조기 사퇴설’ 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총장을 향해 소위 '전문가'들의 조언 두 가지를 넣었다.
1) 안티테제(반대편)로서 다시 존재감을 내며 반사이익을 얻는 것
2)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히는 등 자체 동력을 확보하는 방안
1번안의 구체적 방식은 윤 총장이 중수청에 반대해서 직을 걸고 싸우는 것이며, 2번안의 구체적 방식은 퇴임 직후나 아니면 조기에 대선 도전을 선언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정훈 의원은 "이 기사를 보면서, 아무리 권력에 중독되었기로 검찰총장씩이나 하는 사람이 일개 언론의 훈수를 그대로 따르겠는가, 진즉 그렇게 마음을 먹었어도 언론 때문에 오히려 못하게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그것은 저의 심대한 착각이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씨는 불과 하루 만에 중앙일보가 던져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 따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고 힐난했다. 그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를 언급한 뒤 "과연 명언은 괜히 명언이 아니다"라며 "칼잡이 대장을 자처하는 검찰총장이 저렇듯 일개 언론의 훈수에 즉각적으로 복종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이로써 중앙일보 홍석현 씨와 윤석열 씨 두 사람이 만나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더 이상 궁금할 일도 없어졌다"라고 짚었다.
윤석열 총장은 지난 2018년 11월경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비밀리에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정훈 의원은 "중앙일보와 윤석열 씨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지금 자신들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를 깨닫는다면 큰 실망은 하지 않을 것도 같다"라고 힐난했다.
그는 또 윤석열 총장이 '중수청 반대' 이유로 "힘 있는 사람들에게 치외법권을 주게 될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사람에겐 최소한 양심이 있어야 한다"라고 꾸짖으며 "그런 말을 하려면 최소한 본인 측근과 가족들이 변칙적으로 누리고 있는 치외법권부터 좀 걷어내고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직격했다.
여러가지 범죄 의혹에 휩싸여 있는 윤석열 총장의 배우자(김건희 씨)와 장모(최은순 씨)를 비롯해, '검언유착'(사실상의 총선개입 시도) 사건에 관련된 한동훈 검사장, 그리고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수감 중인 증인들 협박 및 회유)에 연루된 엄희준 부장검사 등은 윤 총장이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있어서다. 특히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은 공소시효가 채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 법무부로부터 수사권을 부여받아 수사에 착수하려는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연구관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기까지 했다.
신정훈 의원은 윤 총장이 전날 대구를 방문해서 ‘중수청 설치는 부정부패에 대응해야 하는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이건 사람이 내용 없이 오버할 때 나오는 전형적인 저세상 논리"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예전 코메디에서 시덥잖은 재주를 뽐내며 '이건 나만 되는겨'를 반복하던 개그맨이 생각나곤 한다. 검찰 권력을 하늘이 부여한 것으로 아는 모양인데 참 심각하다"라고 힐난했다.
또 윤 총장이 "부정부패 대응은, 수사와 법정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가 되어야만 가능하다"고 한 데 대해서도,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가 바로 그 ‘적법절차,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중수청 설치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반박하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도 검찰 특유의 오만과 조직 이기주의만 사라지면 얼마든지 ‘유기적 일체’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정치지망생 윤석열 씨에게 조언합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직격했다. 신정훈 의원은 현재 재선 의원이며, 국회의원 전에는 재선 나주시장을 지낸 바 있다.
"얄팍한 궤변과 보여주기 위한 액션부터 배운 정치인 치고 제대로 된 사람 없습니다. 얼마 남지도 않은 총장직을 던지네, 마네 쇼를 할 것이 아니라 본인의 측근들인 특수부 검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임은정 검사의 손에서 뺏어간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이나 원 위치시키기 바랍니다. 일부 언론이 치켜세우니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지만 언제고 사필귀정의 이치가 뭔지를 깨닫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