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대변인 "정치인 尹의 선택이 국민의힘이 될 가능성은 0으로 본다. 내가 컨설턴트라도 안 권한다"
서울대 의대 나온 안철수에, 법대 나온 금태섭, 그리고 진중권·서민, 여기에 홍석현까지 가세한 제3지대?
정당과 당원의 소중함·중요함 간과한다면… 한국 정치사에서 '제3지대'(정주영·김종필·안철수 등)가 오래간 일은 없다
[뉴스프리존=고승은 기자]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 권영진 대구시장이 윤석열을 만났네요. 만나서 (윤석열을)응원하고 지지한다고 했는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 : 지지하고 응원하려면 하는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지금 국민의힘이 국회의원은 있지만 정당으로서 비전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뎁니까? 그런 정당이 아닌데, 윤석열이 바보냐? 아니거든요. 전 윤석열이 정치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국민의힘에서 정치할 가능성은 0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자기들 지지율을 지켜주고 무언가 야권 후보로서 문재인 정부를 물리쳐주길 기대하겠지만, 정치인 윤석열의 선택이 국민의힘이 될 가능성은 저는 0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용민 이사장 : 그러면 윤석열이 어디서 정치할까요?
김성회 대변인 : 아니 좋은 모델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서울대 의대 나오신 안철수 대표, 서울대 법대 나오신 금태섭님 포함해서 잘난 분들끼리 하는 제3지대라는 게 있기 때문에. 진중권님, 서민님 뭐 좋은 사람들 많이 모일 수 있을 거 같아요~ 거기에 또 홍석현님도 중간지대에 계시고. 지금 어쨌거나 냉정하게 봐도 보수세력을 국민의힘이 대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컨설턴트라도 윤석열 보고 국민의힘 가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3일 '김용민TV' 김용민 브리핑 - '김성회의 촉' 중)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전해준 삼일절의 '조언' 때문이었을까?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의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으로 옮기는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표시를 하는 언론 인터뷰를 한 후, 4일 오후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잔여임기를 약 4개월 가량 남기고 직을 던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의 사의 표명을 불과 한 시간만에 곧바로 수용했다.
윤석열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입장문에선 정치 참여 여부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정당 정치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검찰당 대표'로 불리던 그였던 만큼, 당장 내일이라도 정당 정치를 시작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어보인다. 여기에 아직 검찰조직에 남아 있는 윤 총장 측근들까지 그의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을지 모른다.
윤석열 총장이 공무원이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정치를 시작한다면 어느 곳에서 시작할까? 국민의힘에 입당할까? 아니면 신당 창당에 나설까?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정치연구소싱크와이 소장)은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전날인 3일 <김용민TV> 김용민브리핑에 출연, 윤 총장의 향후 행보를 전망했다.
김성회 대변인은 "지금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은 있지만, 정당으로서 비전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내부가 구심점(이렇다할 차기 대선주자)이 없이 매우 지리멸렬한 상황임을 짚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바보가 아니다. 윤석열이 정치할 거라고 생각하나, 국민의힘에서 할 가능성은 0이라고 본다"고 단언했다.
그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석열 총장이)자기들 지지율 지켜주고, 무언가 야권 후보로서 문재인 정부를 물리쳐주길 기대하겠지만, 정치인 윤석열의 선택이 국민의힘이 될 가능성은 0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성회 대변인은 윤석열 총장이 함께 할 이들로 윤 총장과 서울대 동문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 진중권 전 교수, 서민 교수 등을 들었다. 소위 정치권에서 표현하는 '제3지대'에서 할 정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역시 서울대 동문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합류 가능성도 들었다. 그러면서 "냉정하게 봐도 보수세력을 국민의힘이 대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컨설턴트라도 윤석열에게 국민의힘 가라고 하진 않겠다"라고 했다.
이에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그래도 현실적인 조직이나 자금, 인프라 등을 감안하면 윤석열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게 훨씬 대권에 유리하지 않겠나"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김성회 대변인은 "다른 사석에서 했던 얘기"라며 이같이 답했다.
"서울대 나오신 분들이 난닝구 정당 무서운 걸 모른다고, 이 사람들은 지역구에 있는 당원들과 또 대중들과 호흡하고 섞는 것을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해요. 정치는 자기같이 서울대 나온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거지, 지역구에 가서 같이 막걸리 마시고, 등산 다니고 같이 춤추고 이런 거는 굉장히 저열한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정당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모르니까 제3지대로 가는 거죠"
정당과 당원의 소중함·중요함을 간과하고 있어서, 결국 실체가 모호한 제3지대(중간지대)로 간다는 것이다. 김성회 대변인은 "윤석열이 제3지대에서 출마해주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최고의 호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 정치사에서 소위 제3지대로 불리웠던 정당들이 장기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다.
지난 92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주도했던 통일국민당은 현대그룹의 막대한 자금과 인프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민자당과 민주당 양당 사이에서 나온 인사들을 비롯, 당시 최고의 인기 코미디언이었던 이주일(본명 정주일)씨와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강부자 씨 등 인기 연예인들까지 영입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92년 14대 총선에서 31석의 의석을 얻는 등 바람몰이를 했으나, 그해 말 치러진 대선에서 정주영 회장이 16.3%의 득표율을 얻으며 3위에 그쳤다. 이듬해 통일국민당은 와해 수순에 들어갔다. 김영삼 정권이 현대그룹과 정주영 회장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하면서부터다. 정주영 회장이 정계은퇴를 선언하자, 소속 국회의원들은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집권여당인 민주자유당을 탈당한 김종필 전 총리가 이끌던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은 96년 15대 총선에서 충청권을 거의 석권하는 등 50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와 연합하며, 김대중 정부 집권 때는 공동여당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지역정당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하며 다음 총선에선 17석으로 의석이 크게 줄어들었고, 그 다음 총선을 거치면서 거의 소멸 수순에 이르렀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파(주로 호남을 기반으로 둔 정치인)들이 지난 2016년 초 창당했던 옛 국민의당의 경우에도,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권을 대부분 석권하는 등 38석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바 있다. 특히 정당비례득표율에선 26.7%를 득표, 2위를 기록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거대양당 사이에서 지나친 줄타기(오락가락) 행보와 안철수 대표 측과 호남계 정치인들 간의 끊임없는 계파싸움 등으로 인해, 점점 몰락의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이듬해 안철수 대표가 대선에서 홍준표 의원에게도 밀린 3위에 그치고, 대선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를 겨냥했던 '제보조작 사건'이 드러나면서 당의 지지율은 한자리수 대까지 추락해버렸다. 이후 안철수 대표가 무리하게 강행한 바른정당과의 '마이너스 합당'으로 결국 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둘로 쪼개졌다.
그 밖에도 이인제 전 의원이 이끌던 국민신당, 정몽준 전 의원이 이끌던 국민통합21 등도 한 때 바람을 일으켰으나 결국엔 얼마 못가 소멸됐다.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 소위 '제3지대' 정당이 오래가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현재 차기 대선주자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탈당해서 소위 제3지대로 불릴 신당을 창당, 대선에 출마할 거라는 설을 내놓기도 한다. 이런 낭설에 김용민 이사장은 "정말 정알못들이 하는 얘기"라며 "(이재명 지사는)정치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민주당계 정당을)탈당한 적이 없다. 그리고 민주당을 통해서만 집권 가능하다는 인식까지 하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마타도어"라고 일축했다.
김성회 대변인도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을 탈당해서, 대선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없다"고 단언하며 "그걸 아는 이재명 지사가 탈당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