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하자" 제안, 김종인 "한번 해보자" 국힘 공식논평에서도 "환영. 내일부터 당장 하자"
LH 직원들 투기 여부 조사엔 "정부 자체조사 못 믿겠다"며 검찰 수사 외치는 주호영, 정작 자신들은 '셀프 조사'하자니
외부 기관까지 거부하는 셀프 조사도 모자라 "민주당이 하면 우리도 하겠다"라니, 국회의원만 '특권' 누리겠다는 태도?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민주당은 자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먼저 하고, 자당 소속의 광역단체장·지방의원·기초단체장·관계되는 공기업의 직원부터 모두 전수조사하라. 그러고 나면 우리도 스스로 전수조사를 하겠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파장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원내대표)이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여부를 조사하자고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이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한번 해보죠"라며 수용 의사를 전했으나, 정작 주호영 원내대표는 "각 당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하자"라며 "더불어민주당부터 전수조사하라. 그러면 우리 스스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김태년 직무대행은 지난 11일 의원 전수조사를 건의하면서 "국회가 충분히 능력이 된다. 필요하면 외부 인사를 포함해 조사 기구를 만들면 된다. 실효성을 확보하는 문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국회의장실 산하에 조사기구를 설치해 의원과 그 배우자·직계존비속 부동산 소유와 거래 현황을 조사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이마저도 공개적으로 거부하며 '셀프 조사'를 꺼내들었다.
주 원내대표는 1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날 공식 논평에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입장처럼, 김태년 직무대행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 앞에 당당해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망설이지 말고 내일부터 당장 여야 국회의원 3백명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에 착수하자. 국민의힘은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식제안을 환영하며 더불어 청와대에도 제안한다. 청와대 직원 전수조사, 김태년 대표가 책임지고 추진하라"고 했었다.
김태년 직무대행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수용 직후, 곧장 기자간담회에서 “김종인 위원장께서 ‘다 하자’고 응답을 하셨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합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급물살을 타나 싶었는데, 정작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셈이다.
전날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 전부 조사하면 될 일이고 부동산 투기는 개발 정보 가진 지자체장, 지방의원들이 (투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들부터 전수조사하면 될 것이지 우리 당을 끌고 들어가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한 바 있는데, 역시 이같은 입장을 그대로 피력한 것이다.
의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자는 것은 합리적인 제안으로 보이는데도, 이를 '본질 흐리기' '물타기'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여야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닌 "민주당부터 하면, 우리도 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조사를 끝내고 발표할 경우, 자신들은 마음이 바뀌어 "안 하겠다"라고 버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부 기관이 아닌 당 차원에서의 '셀프 조사'를 하면 발표에 신뢰를 가질지도 의문이다. 당연히 듣는 사람 입장에선 대충 면죄부를 줬다고 생각할 게 분명하다. 주 원내대표가 이처럼 '전수조사'를 거부하고 나섬에 따라, 국회의원 전수조사가 진행될지 의문부호가 걸렸다.
국민의힘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선 정부합동조사반이 아닌 검찰 보고 수사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현재 정부가 하는 조사는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다"라며 “감사원이 투입돼서 즉시 감사에 착수하고, 유사 사건 수사 경험을 가진 검찰을 즉시 투입해서 합동수사단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셀프 조사'는 안 된다며 목청 높이고는 정작 자신들 관련 건에는 '셀프 조사'하자고 제안하니, 이는 이중적인 태도로 볼 수 있겠다. 국회의원 '특권'을 공개적으로 외친 것으로도 해석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며, '찔리는' 게 많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