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기획관은 제도, 개인 박형준 얘기하는 거 아니다" "4대강 내 업무범위 아니고, 불법사찰 지시도 관여도 안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의 핵심 중의 핵심 사업이거늘, 청와대 '홍보' 분야 맨 위에 있던 책임자가 "관련 없다"고 부인
4대강 반대했다가 피해본 단체들 "박형준 본인 요청으로 배포받은 것으로 나오는데 거짓말만, 허위사실공표로 고발"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 박 후보자께서 국정원에 불법사찰을 요청한 문건입니다. 그 내용을 보면요. 박 후보자 보신 적이 없다 그랬잖아요? 혹시 기억이 되살려질 수 있을까봐 내용을 좀 소개해드릴게요. 제목은 '4대강 사업 주요 반대인물 및 관리방안' 입니다. 2009년 7월 16일 작성된 거고요. 7월 8일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 사항이라고 제목에 적혀 있습니다. 환경부에서 운영 중인 대외협력담당체계를 중심으로 전담관을 지정관리하고 단체 간의 갈등 및 주도권 다툼 등 취약점을 집중 공략, 연대 차단, 반대활동 무력화, 종교계에 대해선 온건파인 XX스님은 친분 인사 등을 통해 순화하고, XX 신부는 카톨릭 신자 등을 통해서 간접 압박 등 맞춤형 관리, 각 지역 환경청 등 지자체에서 관리하되, 생계곤란 등 개인적 애로사항 및 활동자금 확보 과정에서의 비리 등을 적출하여 반대활동 견제 이런 내용입니다. 정보기관이 불법사찰한 증거가 뚜렷한 일들인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해명하시겠습니까? (이하 중략) 그런데 이 불법사찰 서류의 제목 자체가 보시면 알겠지만,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 돼 있습니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 (몸을 한껏 숙이면서)어디 그런 얘기가 있나요?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는 건 스탬프로 찍혀 있어요. 그 원문을 보면. 국정원 문건에서 자신들이 문건에서 홍보기획관이라는 제도를 얘기하는 거지, 개인 박형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영춘 후보 : 그러면 박 후보께서는 홍보기획관실이 요청 확인했는데, 본인은 몰랐다 그런 말씀인가요?
박형준 후보 : 제가 4대강에 관해서는 업무범위도 아니고, 그런 내용을 제가 불법사찰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습니다.
김영춘 후보 : 이 문건이 날조됐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박형준 후보 : 그 문건은 국정원 내부문건이라니까요.
김영춘 후보 : 날조된 건 아닐 수 있다?
박형준 후보 : 그 내부문건에 대해서, 지난 2년간 적폐청산으로 털었잖습니까? 세계정보기관을 민간인들이 들어가서 DB(데이터베이스)를. 왜 그때 나온 문건에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선거를 앞두고 그것을 제기하면서 여권과 가까운 모든 언론이나 기관들이.
김영춘 후보 : 홍보기획관의 다른 직원이 했을 수는 있다? 이런 말씀인가요?
박형준 후보 : 저는 그것에 대해선, 그건 국정원 문건이라니까요. 그걸 확인하세요.
김영춘 후보 : 국정원 문건인데, 문건 안에 홍보기획관실이 요청했다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요청한 것을 자기들은 수행한다는 거거든요. 그럼 지시자는 홍보기획관인 겁니다. 기획관이 결정하지 않은 일을 국정원에다 요청할 수 있습니까? 홍보기획관이 결정하지 않은 일을 다른 직원들이 요청할 수 없잖아요? (12일, KBS부산 부산시장 후보 토론회 중)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인 박형준 전 의원과 관련, 그의 각종 비리 의혹들이 까도까도 계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 청와대 홍보기획관을 지냈을 당시 4대강 사업 반대단체 사찰 연루 의혹, 딸의 홍익대 미대 입시비리 의혹, 국회 사무총장 시절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 일가족의 부산 해운대 엘시티 2채 특혜 분양 의혹 등까지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다.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서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사업에 반대했다가 국정원의 불법 사찰 피해를 입은 환경단체들이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 공개된 문건에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12월부터 2010년 6월 사이 국정원 국책사업팀, 융합전략팀 등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들이 있다.
'4대강 사업 주요 반대 인물 및 관리방안'이라는 2009년 7월 16일 작성된 제목 문건에는 제목 위에 '(2009년)7월 8일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적혀 있다.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친분 인사를 통해 투쟁계획을 파악하고, 국민적 거부감을 조성'. '환경단체 간 갈등 등 취약점을 집중 공략해 연대를 차단하고, 반대활동을 무력화'. '온건파인 스님은 친분 인사를 통해 순화하고, 신부는 가톨릭 신자를 통해 간접 압박'한다. '지역 환경단체는 생계 곤란 등 애로사항이나 활동자금 확보 과정에서 비리를 적출'한다고 적혀 있다.
역시 비슷한 시기(2009년 7월 11일자) 작성된 '4대강 사업 찬반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도 역시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2009년 6월 26일자)이라 돼 있으며, '4대강 주변 지자체장들이 종교계 인사를 설득해 신자들이 반대활동을 비판하도록 유도한다'. '4대강에 반대하는 교수단체는 보수언론을 통해 비난 여론을 조성한다'. '주도 인물의 비리를 발굴해 활동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한다'. '반대활동을 하는 한 변호사의 경우 세무조사 등으로 압박하면 활동이 약해질 것이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해당 시기의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박형준 전 의원이다. 문건 내용대로라면, 분명 박형준 전 의원이 요청한 것이다. 그럼에도 박 전 의원은 해당 문건에 대해 부산시장 후보 토론회에서도 격하게 부인했다.
지난 12일 KBS 부산에서 방송된 양자 토론회에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해당 문건에 대해 조목조목 거론하자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어디 그런 얘기가 있나"라며 몸을 한껏 숙인 뒤 "그 원문을 보면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는 건 스탬프로 찍혀 있다"며 "국정원 문건에서 자신들이 문건에서 홍보기획관이라는 제도를 얘기하는 거지, 개인 박형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홍보기획관이 자신의 직함이 아닌 제도라고 한 것이다.
박형준 후보는 이어 "4대강에 관해서는 업무범위도 아니다"라며 "그런 내용을 불법사찰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다"라고 역시 부인했다. 분명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의 핵심사업 중의 핵심사업이었고, 가장 중점적으로 홍보한 사안이었음이 분명함에도 홍보업무의 수장자리에 있었던 홍보기획관이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고 부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은 지난 2008년 6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가 한참 진행 중일 당시 신설된 부서다. 당시 박형준 전 의원이 홍보기획관에 임명됐으며, 당시 홍보기획관 밑에는 3-4명의 비서관을 두었다. 홍보기획관은 청와대 수석회의에도 정기적으로 참석하게 되며, 주로 대통령 이미지 홍보와 연설 및 메시지 관리, 인터넷 여론 수렴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돼 있었다. 당시 국정홍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직책이 '청와대 홍보기획관'이었다.
이에 김영춘 후보는 "국정원 문건 안에 홍보기획관실이 요청했다고 되어있지 않은가? 요청한 것을 자기들은 수행한다는 것으로, 그럼 지시자는 (청와대)홍보기획관인 것이다. 홍보기획관이 결정하지 않은 일을 다른 직원들이 국정원에다 요청할 수 없지 않느냐"라고 박형준 후보에 거듭 따져물었다.
그러자 박형준 후보는 "(김영춘 후보도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정무비서관 하셨잖느냐"라고 받았다. 이에 김영춘 후보는 "정무비서관도 정무수석 결정 없이는 어떤 기관에도 요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는 "제가 받은 정보보고 가운데는 불법사찰이라고 느낄 만한 정보보고를 받은 적이 없고, 특히 4대강 관련해서도 제가 어떤 지시를 했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러자 김영춘 후보는 "그러면 밑의 직원들도 요청한 적 없다는 건가, 책임자 요청없이 이런 일을 어떻게 요청할 수 있겠나"라고 거듭 캐물었으나 박 후보는 "제가 모르는 일이다. 그것까지 직원들을 (일일이)알 수는 없는 일"이라고 계속 부인했다.
박형준 전 의원은 이같은 문건이 나와있음에도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다. 문건이 작성됐을 당시 자신이 국정홍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것이 분명함에도, 국정홍보 핵심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4대강 건도 자신과 무관하다고 한다.
이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문서는 거짓을 얘기하지 않는다"라며 "‘기억이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 진실을 감추는 상투적 수법이다. 진실과 기억은 다르다. 공문서가 전하고 있는 진실은 명확하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4대강 사업 찬반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과 [4대강 사업 주요 반대인물 및 관리방안] 문건을 보면,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명확히 적혀있습니다. 또한 홍보기획관에게 배포됐다는 기록도 있다"며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박형준 전 의원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박형준 후보는 ‘기억이 없다’고 퉁치면 끝인가? 이명박 정권 당시 불법사찰 지시는 과거의 불법이지만, 거짓말은 또다른 불법"이라며 "문서는 거짓을 얘기하지 않는다. 박형준 후보는 지금이라도 불법사찰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하고,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 최소한의 학자적 양심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같은 국정원 문건에 대해, 피해 시민단체들은 "박형준 전 청와대 홍보기획관을 비롯해 당시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게 법적, 도덕적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했다.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 등 3개 시민단체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형준 후보는 홍보기획관일 때 사찰 문건을 보고받았고, 이번 문건에서도 본인 요청으로 배포 받은 것으로 나온다"며 "박형준 후보는 2월부터 각종 방송 인터뷰에서 불법 사찰에 관여한 적 없다고 거짓말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오는 17일(모레) 박형준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부산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