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다 총에 맞아 죽어간다. 오래전 이 거친 과정을 이겨낸 나라의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것 또한 당연하다"
[정현숙 기자]=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평화 시위대를 유혈진압해 200명 넘게 사망한 것이 드러나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그런데 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뿐만 아니라 미얀마 군경이 민간인 재산까지 약탈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을 인용한 '연합뉴스'보도에 따르면 미얀마군 부대에서 탈영해 인도로 도주한 한 병사가 인터뷰에서 "필요하면 주저 없이 시위대에 자동소총을 쏘라는 명령을 받았다"라고 발언했다.
이 병사는 미얀마군 부대를 이탈해 인도로 도주한 뒤 이달 중순 피난처에서 미얀마군 신분증을 제시하며 마이니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병사는 미얀마에서 상관의 지시로 두 차례 시위 진압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병사의 증언에 따르면 군 부대는 시위 진압 때 자동소총으로 무장했고, 미리 도로에 그어놓은 선을 시위대가 넘어오면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노려 쏘라는 명령을 받았다. 현재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 병사는 미얀마에서 도주한 약 40명의 경찰과 함께 인도에 은신하고 있다.
또 이날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 18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외곽 마을에서 군경이 민간인들을 총으로 위협해 현금ㆍ귀금속ㆍ카메라ㆍ시계ㆍ전자제품ㆍ식료품 등 2000만 차트(약 1700만원) 상당의 재산을 약탈했다. 특히 민주화 운동 활동가와 시위대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이들의 집이 표적이 됐다.
피해를 본 건어물 판매상은 “경찰관들이 총을 쏴 우리 집 문을 강제로 열고는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라면서 “무장 강도와 다름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는 “그들은 마을에 있는 다른 집들도 뒤졌다”라고 밝혔다.
점점 악화되는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김원장 KBS 기자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같은 소식이 반복되면 기사가치가 떨어진다"라며 "미얀마가 그렇다. 어제 미얀마 관련 뉴스가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아침뉴스로 밀렸다. 당연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래도 한달새 KBS보도국은 거의 매일 미얀마 사태를 다뤘다"라며 "그것은 KBS의 당연한 공적 책무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다 총에 맞아 죽어간다. 오래전 이 거친 과정을 이겨낸 나라의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것 또한 당연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관심은 식기마련이고, 어제부터 포털에서 노출도 크게 줄었다. 저도 이제 다른 나라에 관심을 좀 가져야 할 시간이다(참고로 저는 지금 방콕에 있고 동남아와 호주등 20여 국가를 담당합니다. 어제는 집에 와서 샤워하는 동안에 말레이시아가 북한외교관들을 쫓아내버렸더군요)"라고 적었다.
김 기자는 "이런 사정도 모르고 미얀마 청년들(양곤외국어대 한국어학과 학생들...)과 몇몇 교민들이 지금도 사진과 영상을 계속 보내주신다"라며 "미얀마는 이틀전부터 휴대전화 데이터는 물론이고 와이파이까지 통제하고 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찍고 어렵게 SNS에 올린 몇장의 사진을 올린다. 물론 퍼가셔도 된다. 미얀마의 시민승리를 기원한다"라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