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을 하라는 취지의 적극적 조언..법적인,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영역"
[정현숙 기자]= MBC는 22일 지난 2018년 4월 무면허 의사와 의료기 영업사원의 불법 수술을 받은 환자 2명이 잇따라 숨진 경기도 파주 '마디편한병원'의 '대리 수술 사건'을 후속 취재했다. 3년이 지난 현재까지 1심 판결도 안 나왔고 병원은 지금도 환자를 받고 있다.
매체는 재판 상황을 취재하다 이상한 낌새를 채고 검사장 출신의 현직 국회의원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변호사 시절, 이 사건을 어떻게 은폐할 지 병원 측에 "내 말대로 하면 무혐의"라고 자신하며 코치해준 녹음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그후 유상범 변호사는 21대 국회에 입성해 현재 국힘당 원내부대표와 법제사법위원 등을 중요 직책을 맡고 있다. 당시 불법 대리수술로 법망을 빠져나오려는 병원 측에 전관 변호사로 대응 방법을 코치한 유 의원은 창원지검장을 거쳐 광주고검 차장검사 자리에서 퇴임한 지 1년도 안 된 '전관 변호사'였다.
지난 2018년 경기도 파주의 '마디편한 병원'에서 사흘 간격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2명이 잇따라 숨졌다. 1명은 수술 직후에, 다른 1명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한 달 뒤 사망했다.
서류상 이 환자들을 수술한 의사는 A 원장으로 나왔으나 그는 자신이 수술한 게 아니라고 했다. 실제 수술을 한 사람은 의사 면허가 없는 김 원장으로 불린 사람이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뒤, 병원 측은 고위 검사직을 막 그만두고 나온 당시 유상범 '전관 변호사'를 찾아간다. 녹취록에 따르면 환자의 수술을 정식 면허가 있는 의사가 수술한 게 아니고 무면허의 김 원장이 했다.
유상범 변호사는 녹취록에서 "그게 이제 드러나면 그때부터는 감당을 못하는 상황이야. 누가 여기서 지금 수술한 거로 돼 있는 거야?"라고 하자 김 원장은 "제가 수술을 했는데, A원장님이 수술한 걸로 돼 있다"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 원장은 영업사원인 의료기구상이 대리수술을 한 두 번째 사망자도 설명했다. 상황을 파악한 유 변호사는 경찰과의 관계와 수술일지 조작 여부를 챙기면서 잘했냐고 물어본다. 그러나 병원은 관련 서류를 미처 조작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유상범 변호사는 이에 그럼 A 원장이 했다 하라고 코치한다. 그는 "A(원장)이 나서서 막아주면 가능해. 그냥 (수술)했습니다. 했는데 나도 모르겠습니다라고 가면 돼.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유 변호사는 면허가 있는 A 원장이 김 원장 대신 뒤집어쓰기만 하면 십중팔구 무혐의라고도 자신하면서 불법적 대리수술을 막아주는 대신 금전적 보상(페이백)을 해주라고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A 원장이 감당을 했을 때 선임이 가능한 거지. 내가 선임을 해가지고 내가 끌고는 가. 그리고 무혐의까지 오케이. 내가 예상한 흐름으로 갈거야. 십중팔구는....그에 대한 상환 페이백이 있어야지. A 원장이 버티라고 하는 거를 누가 하냐는 거예요. 김 원장님, 그거 김 원장님이 해주셔야 돼."
그러면서 유 변호사는 자신은 끌어들이지 말라고 거듭 당부하면서 A 원장만 설득하면 의료사고가 보통 그렇듯 ‘무혐의’가 될 거라고 재차 강조한다.
"어느 정도 페이백을 해가지고 약속을 하고 끌고 가는 게 좋을지. 그건 나한테 들은거 아니야..변호사 할 수 있는 범위는 거기가 아니라고. 그걸 우리가 해주면 범죄를 은폐하는 공범이잖아."
매체가 국회로 찾아가 대리수술 은폐 대가로 A 원장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안한 것을 묻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병원과 계약을 하고 수임료를 받은 건 맞지만, 돈은 돌려줬고 변론을 안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변호를 안 했다고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불법으로 대리수술을 한 당사자를 은폐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취지의, 녹취록 언급들은 '범인 은닉 교사죄'에 해당될 수 있다.
관련해 최정규 변호사는 매체에 "불법을 하라는 취지의 적극적인 조언을 하는 거는 법률 상담으로 면피할 수 있는 상황은 당연히 아니고 법적인,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수사와 기소 분리로 ‘부패완판’ 걱정? 속으로는 전관예우 ‘영업중단’을 걱정"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의원이 의료 사망사고의 은폐와 범인 은닉 등에 대해 조언한 내용을 23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변호사이면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범인 은닉을 조언하고, 무혐의를 자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끼쳤다"라고 했다.
그는 "이것은 조선일보가 ‘윤석열 인맥’으로 분류한 유상범 의원 개인에 대한 의혹 제기이면서, 동시에 검찰의 아주 오래된 병폐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라며 "국민들 모두가 생생한 녹취를 통해서 불법 의혹이 있는 ‘전관예우’의 현장을 아주 적나라하게 전부 확인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전관예우는 본질적으로 검찰 내부의 조력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라며 "먼저 퇴직한 사람의 영업을 도와서 ‘불법’을 저지르는 내부의 검사들이 있고, 그들이 또 나와서 자신도 그의 전임자와 같은 대우를 받고, 그것이 계속 이어지고 이어져서 지금의 전설과 같은 ‘전관예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관예우에 대한 검찰 내에서의 조력은 전관 변호사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접’하고 ‘예우’하는 정도의 단순한 ‘관행’이 아니다"라며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할 ‘불법’이고, 엄벌해야 할 명백한 ‘범죄’다.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는 것을 검찰 퇴직 선배들을 ‘예우’한다는 것으로 적당히 포장해서 국민도 속이고, 자신의 양심도 속이고 있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간 극소수만 대접받고, 역시 돈 있는 특별한 소수만 이용할 수 있는 불법서비스가 바로 전관예우"라며 "그야말로 정말 우리 사회의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 계급’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녹취에 나오는 유상범 의원을 비롯한 윤석열 전 총장과 그 패밀리 그룹, 검찰 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검사장 이상의 고위직 출신 검사들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아울러 "바로 이런 고위 법조인들이 ‘전관예우’라는 반칙으로 공정사회를 위협하고, 법치주의 사회에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뿌리 깊은 불신을 심어 놓은 당사자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저는 윤석열 전 총장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유상범 변호사의 녹취를 듣고 윤석열 총장이 수사·기소 분리로 걱정하는 것이 ‘부패완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거리낌 없이 범죄를 저지르라고 조언하고,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전관예우’로 빼주는 것을 자신의 일이고 능력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무슨 부패범죄를 걱정하나. 어불성설이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절대로 ‘부패완판’이 아닐 것"이라며 "겉으로는 수사와 기소 분리로 ‘부패완판’이 걱정된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전관예우 ‘영업중단’을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연 윤석열 전 총장이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외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