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자택 압수수색당할 때 취재진 질문 "어떤 메뉴를 먹었나? 몇 그릇 시켰나?" "찌개류냐? 짜장면, 짬뽐같은 거냐?"
'군부 쿠데타' 일어난 미얀마는 현지 기자들만 겨우 보도 가능, 그들은 '민주화 투쟁'을 위해 목숨 걸고 보도하는데
관심끌기형 '막장보도' 아니면 말고식 '가짜뉴스', 그들은 '표현의 자유' 마음껏 누리고 있으나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안에 나이든 여자분 있었어요? 딸은요?"
"사장님, 어떤 메뉴를 먹었나요? 몇 그릇 시켰어요? 그것만 말씀해주시면 안 돼요?"
"찌개류를 먹었나요? 아니면 짜장면, 짬뽕 같은 걸 먹었나요?"
지난 2019년 9월 23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이 압수수색당할 때 엄청나게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이미 수사 개시 한 달만에 '동양대 표창장' 따위로 70곳이 넘는 곳을 압수수색하며 '멸문지화'식 수사를 벌이던 윤석열 휘하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집안을 11시간 동안 압수수색하던 도중, 배달음식을 시켜먹은 바 있다.
당시 배달노동자가 철가방을 들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 바 있다. 윤석열 휘하 검찰 수사팀이 자장면과 같은 중화요리를 시켜먹은 셈이다. 당시 배달노동자에게 취재진이 했던 질문이 "안에 나이든 여자나 딸이 있었나?" "어떤 메뉴를 먹었나? 몇 그릇 시켰나?" "찌개류를 먹었나? 짜장면, 짬뽐같은 걸 먹었나?" 등이었다. 이 따위 말 같지도 않은 질문을 하면서 윤석열 휘하 검찰이 흘리는 내용들을 [단독]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베껴쓰던 언론의 기막힌 자화상이었다.
이래서 등장한 대표적인 기사 제목은 이렇다. <중앙일보>는 <조국 자택 들이닥친 檢···"중년 여성과 젊은 여성 집에 있었다">라는 기사에서 음식배달 노동자의 말을 인용해 기사 제목을 달았다. 이 기사 조회수가 포탈 '네이버'에서 클릭수 1위였고 조회수가 10만회를 아주 가볍게 넘겼다고 한다.
이런 막장보도들은 박근혜 정권 들어 <TV조선> <채널A> 등 종편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TV조선> 개국 첫날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근혜를 초청한 인터뷰에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는 그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지상파 방송에까지 전염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세월호 사건 때 신뢰를 와장창 깎아먹었고 '기레기'라는 단어가 상징처럼 등장했다. 정부의 발표만 받아쓰다 벌어진 ‘전원구조’ 오보 대참사를 시작으로,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황당한 어뷰징(포털 실시간 검색어로 클릭수 장사) 기사 남발,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유병언'으로 물타기하기 위해 진상규명과는 전혀 무관한 온갖 관심끌기형 막장보도들, 피해자의 심경을 무시한 막무가내 취재 경쟁, 진상규명을 외치는 유가족의 신변 캐기와 무차별 공격 등 이들 언론이 끼친 패악질은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TV조선> <채널A>에서 시작된 막장보도들은 지상파에까지 전염이 됐다. "비오는 날에 소시지빵" "알통 굵기가 정치신념을 좌우한다" 등이 메인뉴스에 그대로 나갔고, "유병언 속옷은 10만원" "박근혜는 김정은의 부모 역할 가능" "성완종-이완구의 이름궁합은?" 등이 방송됐다. 특히 진행자나 패널의 관심끌기형 '막장 발언'이라든지, 사진 조작을 통한 오보까지도 쏟아져 나왔다. 특히 광주민주화항쟁을 왜곡하기 위한 "북한군 개입설"까지도 퍼뜨리기까지 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로 탄생한 종편 방송이 이토록 수많은 막장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이에 대한 징계나 처벌 등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오히려 이들은 최근 들어 '트로트'와 같은 예능프로들로 자신들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켰다. 그러니 지금으로선 대다수 언론의 자성을 촉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행위라 봐도 되겠다.
반면 현재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민주주의가 '풍전등화' 위기에 처한 미얀마의 상황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은 어떠한가? 이들 군부의 만행으로 인해 현재까지 확인된 희생자가 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군부는 부상자를 산채로 불에 내던지는가 하면 장례식장에서도 총격을 가했다. 사실상 41년전 광주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지휘를 받은 공수부대의 잔혹한 모습을 보는 듯하다.
시민들이 희생당하는 와중에도 이들 쿠데타 세력은 자기들만의 초호화파티를 벌이는 만행까지 벌이고 있다. 특히 쿠데타 세력은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얀나잉툰씨와 소모뚜 씨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났다는 이유로, 지명수배까지 했다고 한다. 약한 시민들에게만 이렇게 악랄한 탄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얀마는 외신기자들이 취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분쟁지역 전문PD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미 PD는 30일 CBS <김종대의 뉴스업>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얀마에는 다른 외신기자들도 접근이 전혀 안 되고 있어서, 미얀마를 취재하거나 뉴스를 내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오로지 미얀마 기자들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미얀마 기자들과 소통해서 취재를 원격으로 하거나 아니면 미얀마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취재를 한 내용을 받는 걸로 그렇게밖에 취재가 안 된다"며 인터넷 송신탑마저 군부가 부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간간이 그 눈을 피해서 지금 취재를 진행 중이고, 또 메신저를 통해서 계속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소식을 전해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미 독립PD는 현재 온라인에서 보도되는 기사나 사진, 영상 등에 대해 "미얀마 기자들이 목숨 걸고 군부의 눈을 피해서 한 장이라도 내보내고 있는 아주 값진 뉴스들"이라며 "이런 것이 나왔을 때 관심있게 봐주고 또 미얀마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 그게 지금으로써는 가장 시급하다"고 전했다. 그만큼 미얀마 기자들은 현재 목숨 걸고, 군부와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기레기'라는 비난을 받는 한국의 대다수 언론들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이미 한국 언론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주요 국가들의 뉴스 신뢰도 순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은 40개국 중 40위로 4년 연속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언론사들에 책임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은 법안 얘기가 나오면 "언론의 자유가 위축된다"며 결사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수구족벌언론들을 '세무조사' 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반발할까? 그들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세무조사 등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요즘엔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도 그들의 기사를 메인에 배치해주는 등, 죽어가던 그들의 영향력을 팍팍 키워주는 모습이다.
민주화 투쟁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미얀마의 언론, 그리고 반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한국의 언론을 바라보면 정말 대조적인 모습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