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등 일간지의 '부수 부풀리기' 파장, 왜 뜯지도 않은 신문들이 '계란판 제조공장' 등으로 직행했나?
실제 매년 '뚝뚝' 떨어지는 신문 구독률에도,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광고료 더 받아내며 영향력 유지
시민들에게 직접 '후원할' 언론(기사) 선택권을, 정착 시 언론 '공정' 성장에도 '신뢰도' 상승에도 기여할 전망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공정한 언론, 국민만을 바라보는 언론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자 변화의 시작점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제안합니다>
문체부 사무검사 결과 ABC협회‧조선일보의 신문부수 조작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저는 3월 18일 30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했습니다. 지금까지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언론의 공정한 생태계를 파괴한 당사자의 엄벌에 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에 대한 정책으로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제안합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1일 페이스북)
<조선일보> 등 일간지가 신문 유료부수 조작을 통해 막대한 국가보조금·광고비를 부정수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신문의 발행·유료 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ABC협회의 부수 부풀리기 의혹을 확인해 발표한 바 있다.
ABC협회는 2019년 기준 <조선일보> 유료부수가 116만2953부라고 발표했으나,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실제 유료부수는 그의 절반을 조금 넘기는 60만부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의 2019년 유가율(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은 ABC협회 자료에는 95.94%였지만, 실제 유가율은 평균 67.24%였다. 이 신문사의 성실률(신문사가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실제 유료부수 비율) 역시 협회 자료에는 98.09%였지만, 조사 결과 55.36%에 그쳤다. 이는 <조선일보>뿐 아니라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다른 일간지에게도 해당되는 일이다.
실제로 적잖은 부수가 포장이 뜯기기도 전에, 계란판 제조공장으로 직행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보도된 바 있다. 그 외에도 돼지 사료로도 쓰이고 각종 수출용으로 쓰인다는 증언까지 나온 바 있다. 또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보면 뜯지도 않은 종이신문을 Kg 단위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니 시민들이 보지도 않을 신문을 찍어내서 잉크값, 종이값을 낭비하는 이유는?
ABC협회가 공표하는 부수는 수백~수천억에 이르는 각종 정부 보조금과 광고 집행의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부수가 부풀려질 경우, 정부나 기업에서 집행하는 광고 단가도 크게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광고비를 받아내기 위해, 시민들에게 향하지도 않을 신문들을 의도적으로 찍어냈다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낸 혈세가 이들에게 더 많이 지급된 것이고, 또 일반 사기업의 경우에도 이들에게 더 많은 광고비를 지급한 셈이다. 그러니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는 정당한 단가로 광고계약을 맺지 못한 것이다. 이런 부수 조작은 이런 기존 언론들의 영향력을 부풀려주는, 언론시장의 질서 왜곡 문제에도 해당한다. 결국 ABC협회가 <조선일보> 등 기존 언론들의 영향력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들의 부수 조작을 눈감아줬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달 <조선일보>와 한국ABC 협회를 사기죄·국가보조금법 위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갑)은 1일 페이스북에서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제안해 주목을 끈다.
김승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미디어 바우처' 제도에 대해 "공정한 언론, 국민만을 바라보는 언론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자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은 언론사 등에게 보조금과 공공광고 등의 비용으로 매년 추산 1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며 "위 예산을 국민께 돌려드려 정부가 예컨대 국민인 독자에게 매년 2~3만원 정도의 바우처를 제공하고, 국민께서 좋은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 언론사나 기사 또는 전문영역 잡지에 위 바우처를 후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적합성, 정부 지원의 형평성 등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저널리즘 지원 정책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언론계에 대한 정부나 공공기관의 보조금이나 광고 등 지원은 주로 ABC협회의 신문부수등에 따라 산정되었으나, 이제는 그 기준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조선일보의 신문부수공사가 조작된 것이 밝혀진 만큼 신뢰성이 떨어졌습니다.
둘째, 온라인신문 구독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반면, 종이신문 구독자는 끝없이 감소하는 상황입니다.
셋째, ABC협회의 신문부수 기준으로는 정부보조금이나 광고가 기성 거대 언론사에 편중되는바, 모든 언론이 공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언론계 새로운 대안이자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실제 자택에 배달된 종이신문을 보는 가구 비율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언론수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종이신문 구독률은 6.3%를 기록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가구당 신문 구독률은 거의 70%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그 비율이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될 정도로 쪼그라든 것이다. 실제로 요즘 대부분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신문을 본다. 그 경로가 포털일 수도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일 수도 있고, 페이스북 등의 SNS일 수도 있다.
김승원 의원이 언급한 "ABC협회의 신문부수 기준으로는 정부보조금이나 광고가 기성 거대 언론사에 편중되는바, 모든 언론이 공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결국 ABC협회가 기존 언론사들을 봐주면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신생 언론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셈이다. 더 이상 소위 '사다리 걷어차기'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승원 의원은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라면서도 "공정한 언론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올바른 길이 될 것이다. 앞으로 언론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 많은 분들과 미디어 바우처 제도 연구와 도입에 힘쓰겠다"고 알렸다.
1조원 가량의 세금으로 시민에게 선택권을 주어, 제대로 된 보도를 하는 언론사들에게 후원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제도가 정착될 경우 기존 '기울어진 운동장' 그 이상으로 불리는 현재의 언론 환경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뢰도 꼴찌'를 수년 연속 기록하고 있는 한국 언론의 신뢰를 높이는 데 있어서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