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1분기에만 3월 수주 싹쓸이 "작년 10배 수주..13년만에 최대"
3월 수출 500억 달러 돌파…5개월 연속 증가
[정현숙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한국 경제에 ‘따뜻한 온기’가 돌고 있다는 고무적인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3월 수출이 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다는 보도에 이어 한국 조선이 1분기에만 작년의 10배를 수주해 '13년 만에 최대'라는 낭보가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전세계 조선업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올해 1분기에만 작년 10배에 달하는 수주를 따내 전 세계 수주실적 1위를 달성했다. 2006~2008년 조선 호황기 이후 13년 만의 1분기 최대 수주량이다.
4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에서 총 1024만CGT(표준선 환산톤수·323척)가 발주된 가운데 한국은 532만CGT(126척)를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성과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923%, 2019년 대비 157% 증가한 실적이다.
1년 전과 비교해 수주량이 10배로 급증한 것이다. 또 14%에 그쳤던 수주 점유율도 올해 1분기 52%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전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의 절반 이상을 한국이 가져간 셈이다. 이번 1분기 성과에는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선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의 선전이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이다.
선박 수주 전세계 1위 달성은 물론 우리나라의 총 수출이 3년만에 처음 5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일평균 수출액도 역대 3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보수언론과 야당이 한국이 곧 베네수엘라처럼 경제가 망한다고 주술을 걸었지만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양호한 수출 흐름을 바탕으로 주요 경기지표·심리지수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국제금융기구들의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거듭 상향 조정되는 등 ‘경기 회복의 시간표’가 빨라지고 있다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정부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고, 대한민국 동행세일 등 내수진작 효과까지 더해지면 경기 반등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38억 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6%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16.6% 증가해 22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액 500억 달러 돌파는 역대 월 수출액 중 세 번째이며, 3월 기준으로는 최고치다.
산업부는 “지난해와 비교해 수출이 두 자리 증가한 것도 의미가 크지만, 역대 3월 중에서 총 수출액과 일평균 수출액이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기저 효과를 배제하더라도 이번 달 수출이 선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화품목들의 선전이 돋보였는데, 석유제품은 국제유가 회복으로 2년 3개월 만에 플러스 반등에 성공했고, 석유화학은 역대 최고 월 수출액(47억5000만달러)을 경신하며, 반도체를 제치고 이번 달 수출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일반기계는 중국·아세안 등 주요시장의 경기회복과 건설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3개월 만에 증가해 역대 2위의 수출액(47억5000만달러)을 기록했다.
철강과 섬유는 각각 29개월, 6개월 만에 두 자리 증가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9개월 연속 증가해 이번 달 수출액(95억1000억달러)은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여기에 올해 1분기 반도체 총 수출액은(265억9000만달러) 1분기 기준으로는 2018년 1분기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자동차는 3개월 연속 증가해 이번 달 40억달러를 돌파하며 4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바이오헬스는 19개월 연속 증가 및 16개월 이상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으며, 가전 등 IT 품목들도 5개월 이상 연속 증가했다.
수출 지역별로 보면 중국 26.0%, 미국 9.2%, EU(영국 제외) 36.6%, 아세안 10.8%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EU로 가는 수출액은 역대 1위, 미국으로 가는 수출액은 역대 2위의 실적을 기록했다.
대중 수출은 철강(수출 품목의 국가별 증감률은 3월1~25일 기준, 39.8% 증가)·기계(33.9%)·석유화학(59.3%)·석유제품(151.5%) 등 중간재 수출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중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충격을 받았던 지난해 1분기 부진이 기저효과로 작용해 급등세에 영향을 미쳤다.
대미 수출은 반도체(20.6%)·배터리(257.3%) 등 IT 품목과 차(17.1%)·가전(41.2%) 등 소비재 품목이 증가한 덕을 봤다. 사상 최대 경기부양책에 따른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제한적이었던 국내 업체의 수출이 좋았던 점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 생산력, 역대 최고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2.1%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전산업생산지수는 111.6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1월 이후 최고치다. 한국 경제의 생산력이 역대 최고라는 의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7로 0.3포인트 올랐고 앞으로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오른 102.9로 9개월째 상승세다.
기업과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도 나아지는 추세다.
특히 3월 수출은 수출액과 증가율 면에서 기존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그야말로 ‘훨훨’ 날았다. 수출액은 538억3000만달러로 역대 3월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증가율 16.6%는 2년 5개월 만에 최고의 기록이다.
주요 금융기구, 한국 경제 성장률 잇따라 상향 조정
국제금융기구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거듭 상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6일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전망치인 3.1%보다 0.5%포인트 올린 3.6%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9일 내놓은 ‘중간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2.8%에서 3.3%로 0.5%포인트 높여 잡았다.
국제금융센터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지난 2월 말 기준 바클레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씨티·크레디트스위스·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해외 투자은행(IB) 9곳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값은 3.6%로 집계됐다.
이는 그동안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와 한국은행(3.0%) 등 주요 기관은 물론 정부 전망(3.2%) 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과 추경 효과 등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내수 진작에 사활
정부도 이 같은 흐름에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경제가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이 추세를 더 살려 경기회복의 시간표를 최대한 앞당기고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포용적 회복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3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3월 경제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에 희망의 싹이 트고 있다. 지표 대부분이 우상향을 가리키며 회복 깜빡이가 켜져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은 아픈 손가락이다. 2월 재화소비가 반영된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4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8.4% 증가했지만, 전달과 대비하면 0.8% 줄며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4차 재난지원금 등 현금지원사업 7조3000억원 가운데 80% 이상을 2개월 내 빠르게 지급하고, 지난해 첫 개최한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올해도 다시 개최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고효율 가전 환급사업, 소비쿠폰 재개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양대 하준경 경제학부 교수는 “지출 규모가 적지 않은만큼, 4차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효과도 꽤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나라 내수는 결국 서비스업의 회복과 궤를 같이하는데, 빚 문제 등을 겪고 있는 민간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정부 지원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