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개헌만 빼고' 다할 수 있는 180석 몰아준 이유는 무엇일까? 무조건 '방해'만 하는 국민의힘 '패싱'하라는 뜻
"상임위 배정 해결하겠다", 법사위원장 넘길 수도 있다는 뜻? "소신있는 목소리 보호하겠다", 조금박해 '신상필벌'은?
'내부총질' 방치하고 '신상필벌' 안하니 '기레기'에게도 먹잇감, 국힘에 180석 주어졌다면? 과연 '협치' 시늉이라도 했을까?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먼저, 무너진 정치를 복원하겠습니다. 국회는 입법의 장이며, 정치의 장입니다. 지난 1년 정치가 사라졌습니다. 상임위 배정과 부의장 선출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174석 의석의 집권여당 답게 원칙은 지키되, 야당과 함께 해야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21대 국회의 모습은 여야가 국민을 위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협치하는 모습입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12일 기자회견 중)
재보궐선거 대참패로 사실상 '이명박의 부활'의 길마저 열어준 더불어민주당,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 지 의문이 들고 있는 가운데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진다. 윤호중 의원(경기 구리시, 4선)과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 3선)의 양자 대결구도다. 윤 의원의 경우 현직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될 시 법사위원장 직은 내려놓아야 한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완주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내부에서는 친문과 비문으로 갈라 칠려고 한다.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며 "네탓, 내탓 누구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진정한 성찰이 될 수 없다. 구태이고, 당장 혁신해야 할 문화"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 대참패의 원인이 이낙연 대표 체제가 아닌,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는 "180석 민주당이 민생과 개혁으로 공정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 기대했으나, 지난 1년은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담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민생도 개혁도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고 한다"며 180석 갖고도 제대로 한 것이 없음을 시인했다.
그는 "막연한 낙관론에 우리가 만든 혁신안은 폐기됐고 민심을 바로 보지 못하고 그 과정의 정당성에 집착했다. 민심을 읽지 못한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스스로 약속을 뒤집어버린 모습은 집권 여당의 오만과 독선으로 비쳤을 뿐"이라며 이번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것이 문제라고 했다. 당원투표라는 정상적 절차를 거쳐 후보를 냈음에도, 박영선 후보와 김영춘 후보의 정체성을 부정한 셈이다.
그는 "야당 시절 우리는 누군가의 성폭력·성비위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판하고,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으나 정작 당사자가 된 우리는 피해자를 향한 제대로 된 사과도 부족했고, 2차 가해를 막는 적극적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라고 헀다. 구체적 물증 즉 '1차 가해'조차 증명되지 않은 박원순 전 시장 사건과 관련, 고소인에게 제대로 사과를 못했다고 또 고개를 숙인 것이다.
한편 그가 제시한 혁신안은 7가지다. ▲ 원칙있는 협치를 통한 상임위 배정 및 부의장 선출문제 해결 ▲ ‘국회 코로나19 특별위원회’ 구성을 통한 민생 회복 상생연대 3법(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 신속 논의 ▲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등 개혁입법 추진 ▲ 재보궐 선거 원인 제공시 후보를 내지 않도록 당헌·당규 재개정 ▲ 당내 운영의 민주적 절차와 소통 강화 ▲ 당 주도의 실질적 당정청 관계 정립 ▲ 국회의원의 건강한 비판 가능한 환경 조성 등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지지층에서 거세게 반발할 만한 내용들을 줄줄이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지난 1년 정치가 사라졌다. 상임위 배정과 부의장 선출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했는데, 국회 상임위를 재배분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야당과 함께 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21대 국회의 모습은 여야가 국민을 위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협치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지난해 국민의힘에선 "법사위원장 자리 안 주면 의미없다"며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자리를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넘긴 바 있다. 상임위를 재배정해주겠다는 것은 국민의힘에선 당연히 기세등등하게 "법사위원장 내놓으라"고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이를 들어주며 국민의힘과 '협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서 가져갈 경우, 법안 처리가 크게 늦춰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개혁과제들은 또 차일피일 미뤄진다.
그런데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이 없어서 민심이 등을 돌렸을까? 개헌 빼고 다 가능한 180석이라는 의석을 몰아줬음에도, 무엇 하나 시원시원하게 하는 게 없어서가 아닐까? 무조건 반대만 하는 세력을 '패싱'하고 시원시원하게 개혁 과제들을 밀어붙이라고 했지, 그런 세력과 협의하고 협치하라고 그 의석을 준 것이 아니라는 뜻을 외면하고 있다.
박완주 의원은 "검찰개혁, 경찰개혁 등 권력 개혁은 국민의 요구이자 결코 멈출 수 없는 개혁 과제"라면서도 "그러나 국민은 독선적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한다"며 마치 더불어민주당이 독선적으로 개혁과제들을 다루고 있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역시 국민의힘과 같은 야당과 적극 '협치'하겠다는 자세로 읽힌다.
그는 특히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소신있는 목소리를 보호하겠다"라고 했다. 그는 "과거 소장파·소신파로 불리던 선배 의원님들의 당을 위한 진정 어린 충언과 회초리는 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었다. 하지만 우리가 기득권화된 그 순간부터 당을 위한 진정어린 비판의 목소리는 터부 시 되어왔다"며 "내부 총질이라는 비난과 낙인이 두려워 우리 스스로 입과 귀를 막으면서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오만과 독선에서 탈피해 건강한 비판이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 내에서 언론의 힘을 빌어, '소신파'를 빙자해 당론과 지지자들의 신속한 개혁 열망에 끊임없이 태클을 거는 의원들이 제대로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던가? 대표적 사례로 조금박해(조응천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박용진 의원, 김해영 전 의원)로 표현되는 이들만 봐도 그렇다.
이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얼마든지 만들어내며 '선택적 수사, 언론플레이'를 하는 검찰의 만행이나 언론의 편파보도와 가짜뉴스 살포 등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해왔다. 오히려 윤석열 휘하 검찰에 정당성을 실어주는 발언까지 한다.
지지층의 의사에 반하는 의사를 수시로 표현하는 이들을 언론들이 왜 '소신파'라고 표현하며 목소리를 비중있게 다뤄줄까? 결코 이들의 정치적 역량이 뛰어나서가 아닌, 그저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고 흔들기 위해서일 뿐이다. 그나마 '유치원 3법'이라도 주도해 통과시킨 박용진 의원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인이 한 업적은 지금껏 눈씻고 찾아봐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금태섭 전 의원은 예상대로 '철새' 행보를 보이며, 국민의힘으로 날아가버렸다.
이런 해당행위를 하는 이들은 당을 분열시키고, 지지율을 까먹는데 일조한다. 그럼에도 언론이 무서워서 이들에 대한 '신상필벌' 없이 방치하다시피 했기에 지금 더불어민주당 기강이 와르르 무너지고, 시민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특히 소위 '기레기'로 표현되는 언론에게도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이들과는 반대로 당을 위해 희생했던 이들에 대해선 '손절'하기 바빴던 것에 지지자들이 더욱 실망한 것이다.
거대여당을 이끌겠다며 도전장을 던진 이가, 지난해 180석을 몰아줬던 시민들의 열망이 무엇인지조차 아직 파악도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종 개혁과제들을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그 의석을 몰아준 것이다. 그럼에도 이낙연 대표 체제는 말만 그럴 듯하게 하고 '협치' '엄중' 모드로 일관하며 미적대다가, 결국 지지층의 인내심마저도 폭발시키고 만 것이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다.
박병석 국회의장이나 이낙연 전 대표처럼 또 '협치'를 운운하며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180석을 얻었다면? 반년 안에 각종 원하는 법안들 모두 '협치' 없이 강행했을 것이며 '영구집권'을 위한 토대를 다 갖추고도 남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