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말기 시행하려던 기자실 통폐합(소수 출입기자단 특권 폐지) 그리고 공무원의 언론 접촉 제한 시도
기존 기득권 언론들 모두 반발, 전두환 후예 정당(당시 한나라당)도 "언론통폐합, 보도지침, 독재적 발상" 비방
'그들만의 성' 쌓은 법조기자단 해체 여론은 왜 뜨거울 수밖에 없었나? 윤석열로 더욱 알려진 '검언유착' 주거니받거니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이낙연(전남 영광함평) 민주당 의원과 민병두(비례대표) 열린우리당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 명의로 "기자실 통폐합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하 중략) 이번 성명에는 열린우리당 김태홍·문학진(<한겨레>)·노웅래·박영선(MBC)·민병두(<문화일보>)·최규식(<한국일보>) 의원과 민주당 이낙연(<동아일보>) 의원이 서명헸다. (2007년 5월 23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인용)
참여정부 말기였던 2007년 5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언론인들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기자실 통폐합'을 시도한 바 있다. 2007년 1월 그는 언론에 대해 "특권과 유착, 반칙과 뒷거래의 구조를 청산하는 데 가장 완강하게 저항하는 집단"이라며 기자들이 기사를 담합하는 구조가 일반화되어 있는지를 조사해서 보고해 달라고 지시,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해 5월 22일 각 중앙 부처의 37개 브리핑실과 기사송고실을 통폐합하고 세종로와 과천, 대전 등 3개 청사로 통합한다는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발표했다. 서울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기자실을 전면 폐지하고 경찰청 1곳으로 통폐합할 예정이었다. 법무부·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기자실도 1곳으로 통폐합할 예정이었다. 청와대 기자실과 국회, 법원 기자실의 경우에만 행정부, 입법부와 사법부의 수장격 기관이라는 점에서 유지시키기로 했었다.
무엇보다 기자들의 부처 사무실 방문취재도 사전에 허락을 얻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키로 하는 등 공무원의 언론 접촉을 제한하는 데도 목적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대담이나 인터뷰, 기자회견, 생방송 토론회 출연 등을 적극적으로 하며 언론과 소통을 이어갔지만, 언론의 폐단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노 전 대통령의 발표를 왜곡하고, 생트집을 잡는 일은 일상적이었다. 그런 언론들의 왜곡으로 인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비난이 유행어처럼 번졌다. 그래서 그는 임기 말이었음에도 언론에 대한 개혁을 시도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의 혜안은 지금 보면 매우 적절했다.
당시 발표된 언론개혁의 핵심은 특정 언론들만이 갖고 있는 출입기자단의 특권을 해체하는 것, 그리고 공무원과 기자 간 사이의 유착을 끊는 것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당시 모든 언론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위협받을까봐 반대 의견을 냈다. <조선일보> 같은 수구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소위 '진보'라고 표현되는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야당에서는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언론통폐합, 떙전뉴스, 언론인 길들이기'를 주도했던 전두환 정권의 후예인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낸 논평은 이러했다.
"정부가 기자실을 통폐합하기로 한 것은 언론자유를 말살하려는 독재적 발상이며 5공시절 언론 통폐합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소름끼치는 철권 정치의 전형이다."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 논평)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을 제외하면, 야당이었던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도 모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당시 여권의 언론인 출신 의원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출신인 이낙연 당시 민주당 의원과 <문화일보> 출신인 민병두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현 보험연수원장)은 그해 5월 23일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 명의로 성명서를 국회에서 발표했다. 이들은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언론의 정보접근권과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선진화 정책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실 통폐합은 아울러 재정이 풍부한 언론사만 존립시키고 나머지 언론사의 취재력을 상당한 정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독자적으로 기자들이 상주하는 사무실을 구할 수 없는 언론사들의 취재환경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럴 경우) '거리의 기자' '커피숍의 기자'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결과를 낳고, 결국 언론의 다양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언론의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이 거꾸로 언론의 다양성을 약화시키는 정책이 되고 말 것"이라고 반발했다.
14년전 해당 성명에 참여한 이는 이들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TF 단장을 맡은 노웅래 의원(MBC 출신),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MBC 출신), <한국일보> 출신인 최규식 전 의원, <한겨레> 출신인 문학진 전 의원, 故 김태홍 전 의원이다.
그해 5월 24일자 <중앙일보> 보도내용을 보면 <중앙일보> 출신인 박병석 현 국회의장(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도 "조치가 과하다. 취재의 자유는 최대한 허용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고, <조선일보> 출신인 최구식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은 "문제는 대통령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모른다는 데 있다.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데 그걸 허무는 조치다."라고 반발했다.
<중앙일보> 출신인 이규택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도 "언론에 재갈을 물려 철권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1980년대 군부 세력에 의한 언론 통폐합, 보도 지침보다 악랄한 통제"라고 반발했고, 역시 <중앙일보> 출신인 박형준 현 부산시장(당시 한나라당 의원)도 "정부의 권한이 국민의 알 권리보다 앞선다는 오만한 발상에 기인한 변명"이라며 "참여정부가 아닌 일방정부"라고 반발한 바 있다. 그만큼 언론인 출신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시 혜안은 매우 적절했다. 그 부작용은 지금도 여전하다. 출입처를 가진 기자들이 만든 '출입기자단'이라는 장벽이 있으면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 신생 언론사, 지역 언론사 등은 여전히 접근하기 어렵다. 기자단에 소속되는 기자는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이 있으나, 기자단에 소속되지 못하는 기자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직접 접근하지 못한다.
정보력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에, 당연히 기존 언론의 영향력만 강화될 수밖에 없다. 언론사 운영의 핵심 자금줄인 '광고'를 수주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별도의 기자실임에도, 누구는 접근할 수 있고 누구는 접근할 수 없는 불공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공무원과 기자 간 사이의 유착,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인해 유행어처럼 번진 '검언유착'만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검언유착'이란 현직 공무원 신분인 검찰과 출입기자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의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검사는 타겟으로 삼은 대상의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이미지를 나쁘게 해 자신의 수사 공적을 세우는 것이며, 출입기자는 흘려준 내용을 받아 [단독] 기사를 쏟아내면서 자신의 명성을 높인다. 사실상 언론사의 편집국장 역할을 한 검사가 흘려준 말 몇 마디만 인용해도, 송고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포털 메인뉴스를 장식한다.
검사가 흘려준 내용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처벌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깔려 있으니, 그런 일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다. 취재와 면밀한 학습, 팩트체크 등이 아닌 검사와의 친분관계로 그런 명성을 쌓는 것이다.
특히 법조기자단의 경우 그 두 가지 문제가 모두 포함되는, 그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대법원, 법무부 등 법조 주요 출입처를 담당하는 법조 기자단은 기존 출입사 대다수의 동의를 비롯해 신규 출입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 일정 기간의 과정을 충족해야하는 것은 물론, 기존 매체 기자들의 투표로 가입 여부가 결정된다. 그만큼 엄청 잘 보여야 겨우 진입이 가능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한 폐단을 해소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좌초되면서 기존 언론들의 카르텔은 무너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확고해졌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로 거대 종편까지 탄생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신뢰도 꼴찌로 추락한 언론에 대한 개혁 열망은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에선 거대 의석을 갖고 있음에도, 언론개혁을 하겠다는 의지가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 손해배상액을 기존보다 3배까지 청구 가능 ▲정정보도를 할 경우 최초 보도 대비 최소 2분의 1크기로 시간과 분량을 할애해 보도할 것 ▲댓글 기능 중단을 가짜뉴스 피해자가 요청할 수 있도록 할 것 ▲언론조정단계에서 열람차단 청구권을 부여할 것 ▲ 언론중재위원을 늘리는 것 ▲출판물·명예훼손 규정에 방송도 포함하는 방안 등 6개 법안이 올라와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당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놓고는, 아직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이낙연 당시 대표가 분명 이런 방침을 밝혔음에도 말이다. 사실 해당 법안들을 통과시킨다고 할 지라도, 기존 거대 언론들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조차 미지수인데 그러하다.
언론 개혁TF 단장을 맡은 노웅래 의원은 지난 8일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소리만 지르고 끝내진 않을 거다. 지금 선거 때문에 지금 조금 지연돼서 4월로 넘어왔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확실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냈으나, 과연 언제가 될지는 구체적 시기를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이번 재보궐선거 대참패의 최고 책임자 격인 이낙연 전 대표나 당내 언론개혁 지휘부를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이나, 또 박병석 국회의장 등은 참여정부의 '언론개혁'에 반대입장을 밝힌 전력이 있다. 개헌 빼고 다 가능한 의석인 만큼 "2월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약속은 얼마든지 지킬 수 있었음에도 아직도 미적대고 있다. 이들이 과연 언론에 손을 댈 수 있을까? 14년전의 사례가 다시 떠오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