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원에서 돈을 건네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의 재판이 처음 열렸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원 돈을 수령 및 관리한 심부름꾼에 불과했다는 논리를 폈다. 박근혜정부 문고리 권력들이 박 전 대통령 범죄 혐의와 자신들을 분리시키는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 전 비서관 측은 “뇌물죄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당시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되는 자금을 수령·보관하고 전달했을 뿐 어떤 경위로 지원됐는지, 그 돈이 특활비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돈을 청와대 활동비처럼 관리하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원에서 돈을 받기 시작했다"며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직접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면 봉투에 담긴 게 돈이란 것을 몰랐다는 거냐”고 재판부가 묻자 이 전 비서관은 “대통령님께서 저에게 ‘봉투가 오면 받으라’는 말씀만 하셨기 때문에 봉투 안에 있는 내용물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등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장들에게 모두 33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 내용에 두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두 사람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2013년 5월~2016년 7월 3명의 국정원장으로부터 모두 3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의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도 예고돼 있다.
이와 함께 "처음엔 봉투 내용물을 몰랐지만, 나중에 대통령이 말해서 돈인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또 “국정원 자금의 청와대 지원 관련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어 박 전 대통령과 공동정범으로 의율 될 수 없다”며 “총무비서관으로서 대통령 지시를 거부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 전 비서관 측 변호인 역시 "누가 왜 보냈고, 어떤 돈인지 알지 못했다"며 "뇌물죄의 공범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 전 비서관 측은 이 전 실장에게 개별적으로 1350만원을 받은 건 시인했다. 그러나 직무관련성이 있는 뇌물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두 사람은 국정원에서 사적으로 돈을 받고,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수억 원을 챙긴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재판부가 다시 “5만권으로 5000만원, 1억원, 2억원이면 두께도 얇지 않을 텐데 만져 보면 알 수 있지 않나”고 물었고, 이 전 비서관은 “처음에는 봉투 안에 딱딱한 박스가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었고 서류인지 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과 국정원장의 연결고리인 이헌수 전 기조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사실 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다. 국정원 특활비 일부가 청와대에서 사용됐다고 해도 특활비 사업 목적에 반하지 않는다는 항변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9일부터 3~4차례 공판을 진행한 뒤 심리를 종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르면 내년 2월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