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당시 통과된 '송파 세모녀법', 그런데 왜 '사각지대' 놓인 빈곤층엔 전혀 와닿지 않았을까? 끊임없는 '후진국형' 아사
최동석 소장 "이낙연·정세균·홍남기, 이게 너희들의 나라냐?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나라냐? 기본소득을 하란 말이다!"
"전국민 기본소득 실시하는 데는 큰 재원 필요치 않는다. 충분히 살만한 사람들은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에서 다시 환수하면"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선별은 미친 짓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시절이었다. 송파 세모녀법이 통과되었다. 보도자료 내용을 보니 '기존의 All or Nothing의 문제점 해소를 위해 선정기준을 다층화하여 탈수급 유인을 제고하고, 급여별로 특성을 반영하고 상대적 빈곤관점을 고려하여 보장수준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급여별 선정기준이 자의적으로 결정되지 않도록 수급권자 선정기준에 기준 중위소득의 비율을 명시하고, 중위소득 결정방법을 법안에 명시하여 수급권자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것이 모두 이런 식이었다. 한 마디로 적극적으로 선별하여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빈곤층을 적극발굴해서 지원하겠다는 공무원들의 굳은 결의가 담겼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 소장, 3월 3일 페이스북)
지난 2014년 2월 박근혜 정권 당시, '송파 세 모녀 사건'이라 불리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집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 두 장이 남겨 있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당시 이들 세 모녀는 가장인 아버지를 떠나보낸 이후 생활고에 시달려왔다. 어머니는 식당 일을 나가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후 자택에 머물렀다. 큰 딸은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었으나 비싼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작은 딸은 만화가 지망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있었으나 빚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 상태였다. 이들이 숨진 자리에는 이렇게 적힌 쪽지가 놓여 있었다. 봉투 안에는 70만원이 들어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들 세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신청을 할지라도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하는 소득이 있었으며, 큰 딸의 질병인 당뇨와 고혈압은 근로가 불가능할 정도의 병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게다가 작은 딸도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지원받으려면 자신의 가난함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만 가능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른바 '송파 세모녀 법'이라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그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발표된 내용을 보면, "급여별 선정기준 다층화와 중위소득을 반영한 상대적 빈곤 개념이 도입된다"고 돼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통해 전체 수급자 수는 현재 약 134만명에서 210만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만 연간 약 1조2천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렇게 '송파 세모녀법'이 통과된 지, 6년 넘게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에는 도움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넘쳐난다. 빈곤에 의한 고통으로 사망한 일가족의 사례, 즉 '송파 세모녀'의 비극은 7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더 비극적인 것은 일가족이 숨진 지, 한참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사례들도 수없이 많다.
소위 '송파 세모녀법'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글로썬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마디로 요약하면 '더 선별해서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부터 주장했던 '무상급식 반대(선별급식)' 그 논리와 일치한다. 한 마디로 "당신의 가난을 더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지원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저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의 저자인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3일 페이스북에서 '송파 세모녀법' 세부사항을 거론한 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것이 모두 이런 식이었다. 한 마디로 적극적으로 선별하여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빈곤층을 적극발굴해서 지원하겠다는 공무원들의 굳은 결의가 담겼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2019년 9월 서울 관악구에서 모자(어머니 42세, 아들 6세)가 굶어죽었다. 탈북자 가족이었다. 발견되기 2개월 전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연명하다가, 남편이 조선소에서 잠시 일을 했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비도 끊어졌다. 그 일자리를 잃은 남편은 중국 등으로 일을 찾아 떠났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일을 하지 못했다. 남편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사이 모자는 굶어 죽었다. 작년 2020년 9월 창원 모녀는 굶어 죽었다. 발견되기 20일 전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뿐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서 먹을 것이 없어 죽는다."
2019년 한 해에만, 빈곤에 의한 일가족 혹은 젊은 청년들의 집단 사망사건은 이러하다. 이것도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인 만큼,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최동석 소장은 이를 두고 "전형적인 후진국형 자살이자 아사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불린 지도 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런 후진국형 사례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서울 화곡동 일가족 4명 자살(1.24) ▲경남 거제 펜션 20대 청년 3명(2.22) ▲전남 여수 리조트 한 가족 4명(2.25) ▲경기 남양주 펜션 3명(3.2) ▲충남 공주 일가족 4명(3.6) ▲부산 한 가족 3명(3.13) ▲경기 양주 한 가족(3.18) ▲경기 화성 일가족4명(3.26) ▲경기 시흥 일가족 4명(5.5) ▲경기 김포 구래 한 가족(5.7) ▲대구 동구 2명(5.17) ▲충남 공주 여인숙 2명(5.20) ▲경기 의정부 한 가족 3명(5.20) ▲경기 시흥 한 가족 4명(6.9) ▲울산 모자 자살(7.10) ▲울산 청년 3명(7.10) ▲제주 펜션 3명(7.14) ▲경기 의왕 한 가족 4명(8.17) ▲대전 한 가족 4명(9.4) ▲인천 아라뱃길 자매 2명(9.21) ▲충북 단양 청년 4명(9.22) ▲인천 남동구 2명(9.24) ▲제주 연동 한 가족 4명(10.1) ▲경남 김해빌라 한 가족 3명(10.2) ▲경기 시흥 한 가족 4명(10.8) ▲경남 거제 한 가족 4명(10.15) ▲경기 의정부 모자 2명(10.23) ▲서울 성북동 한 가족 4명(11.3) ▲경기 양주 한 가족 3명(11.6) ▲경기 가평 펜션 젊은 남녀 5명 자살 시도 2명 사망(11.19) ▲인천 계양구 한 가족 4명(11.20) ▲충남 천안 쌍둥이형제(12.4) ▲대구 북구 한가족 4명(12.24)
최동석 소장은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부하고 '선별 지급'을 고집한 정세균 총리, 그리고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이게 너희들의 나라냐?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나라냐?"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 자료를 찾으면서, 이 글을 쓰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쁜 놈들. 대한민국이 너희들의 나라냐? 기본소득을 하란 말이다. 기본소득!!"이라고 외쳤다. 그는 이런 후진국형 자살이자 아사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선 꼭 기본소득을 해야 한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본소득을 하면 bottom이 위로 올라가는 bottom-up현상이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곧바로 선진국형 복지국가가 된다. 전국민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실시하는 데는 결코 큰 재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충분히 살만한 사람들은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에서 다시 환수하면 된다. 왜 이렇게 간단한 것조차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재난지원금 지급의 방법도 무조건 '전국민'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이렇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여유있는 사람들에겐 연말정산 등을 통해 다시 환수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소득 재분배가 일어나는 것과 함께 '절대적 빈곤'도 줄어들 것이며, IMF 이후 늘 사회적 문제인 빈부격차 문제도 크게 완화될 것이다.
지난해 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모든 시민들에게, 특히 소상공인들에게 큰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기한이 정해진 재난지원금을 쓰기 위해 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주어진 여윳돈을 즐겁게 사용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불황의 시작 기간이었음에도, 그렇게 시장에 큰 활력이 돌았던 것은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2차, 3차, 4차 재난지원금은 계속 '선별' 지급이었다. 이런 '선별지급'에 앞장선 사람들은 이낙연 전 대표와 홍남기 부총리다. 그리고 이낙연 체제의 최고위원들은 이 전 대표의 방침에 이의 하나 달지 않았다. 시민들의 외침은 무시하고 '곳간지기'를 자처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끌려다닌 것이다.
특히 '1등 최고위원'이었던 김종민 의원의 경우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앞장서 외치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며 이낙연 전 대표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소시민들의 삶보다는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지사에 대한 '견제'에 훨씬 더 집착했던 모습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선별 지급'으로 방침을 정할 경우, 지급대상과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이 사람이 정말 빈곤층인지, 아니면 부유층인지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만약 자신은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되고, 다른 사람은 받게 된다면 '저 사람만 힘든가, 내가 더 힘든데'라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영업자들이 전부 다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작 피해를 크게 본 사람이 지원을 못 받고, 오히려 피해가 없었던 사람이 지원을 받는 일까지 수없이 터져나왔다.
또 공무원들이 일일이 선별 작업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수밖에 없어 곧바로 지급이 불가능, 한시가 급한 사람에게 지원해줄 수가 없다. '송파 세 모녀' 처럼 빈곤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제대로 골라내지 못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게다가 자영업자가 '매출 감소' 등을 증빙해야할 서류들도 여러 가지다. 그래서 신청하고도 수개월째 받지 못한 사람들까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전국민으로 지급방침을 정하면 하루 안에도 지급할 수 있는데, 이와는 매우 대조적인 것이다. 이런 '선별 지급'은 문재인 정부 붕괴만을 고대하는 <조선일보>와 같은 수구언론과 국민의힘 측에서 내놓은 주장과 일치한다.
[사설] 코로나 재난 구호금, 美·日처럼 취약층 집중 지원으로 (2020년 3월 27일자 조선일보)
[사설] 코로나 지원금, 피해 저소득층에게 신속·집중 지급해야 (2020년 4월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2차 코로나 지원금, 취약 계층 집중 지원해야 (2020년 8월 24일자 조선일보)
'폭넓고, 두터운' 지급을 선별론자들은 그렇게 외쳐댔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어도 어떠한 지원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분노는 누적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낙연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외면하고 '선별' 지급을 세 번 연속 고집할 때부터, (물론 다른 개혁과제들을 무시한 것도 있지만)이미 재보궐선거에 참패하려고 작정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이미 경험한 성공사례를 무시하고, 자신들이 그렇게 '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던 오세훈 시장의 방식을 그렇게 따라가다 초대형 참사를 자초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극찬받고 있는 코로나 방역의 성과마저, 이들은 날려버린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