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근 "‘박근혜 탄핵 불복론을 보면서 승리에 겨워 정신줄을 놓아가고 있구나"
"저를 포함해서 많은 국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다.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이 될 만큼 위법을 저질렀는가. 사법처리 되어 추징금을 낼 정도의 범죄를 저질렀는가. 전직 대통령을 이렇게 괴롭히고 방치해도 되는지 보통 상식을 가진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대행께서)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해 달라"
[정현숙 기자]= 친박계 중진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에게 한 발언이다. 서울과 부산의 4·7 보궐선거에서 두 곳 모두 이긴 국민의힘이 국정농단 사건과 대통령 탄핵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했다.
이날 원내대표에 출마한 유의동 의원도 "정파적 이익을 떠나서 국가적 불행이란 인식을 한다면 사면이 조속한 시일 내 이뤄졌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대한민국의 국격 문제라며 사면을 촉구했다.
서병수 의원의 사면 촉구 질의에 홍남기 권한대행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사항이기 때문에 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힘당이 사면론을 띄우는 건, 대선을 앞두고 태극기 부대를 포함한 극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오만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병수 의원의 주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간 당 내부에서 나온 사면론이 국격과 관용, 통합 등을 내세웠을 뿐 '탄핵 불복론'을 정면으로 내세우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국정농단으로 수감됐지만 국힘당은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지난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들의 과오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탄핵 관련 대국민 사과가 있은지 넉달만에 내부에서 탄핵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온 것이다. 이에 보궐선거 두 곳에서 승리했다고 오만이 하늘을 찔러 도로 새누리당 복귀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반성하고 사죄하며…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라며 "특정한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또한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었다"라고 이들의 국정농단을 사죄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느냐"는 서 의원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올 초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대표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급작스레 꺼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이 전 대표는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사면을 주장을 넘어 탄핵을 부정하는 것은 국힘당이 수구 퇴행으로 가려 한다는 신호"
이와 관련해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안에서 스멀스멀 나오는 ‘박근혜 탄핵 불복론을 보면서 승리에 겨워 정신줄을 놓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했다.
신 의원은 "얼마 전 보수의 적장자를 내세우며 국민의힘 복당을 시도하는 홍준표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통치행위에 대한 부당한 수사와 판결이었다고 주장하더니 어제는 대정부질문에 나선 국민의힘 중진인 서병수 의원이 탄핵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면 주장을 넘어 탄핵을 부정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수구 퇴행으로 가려 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민주당이 민심의 회초리를 맞고 있지만 그 회초리가 민주당 전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국민의힘 종아리에도 언제든 내려칠 수 있는 회초리라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