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제' 그토록 알려주고 나아가야할 방향까지 다 알려준 지지자들 말 안 듣다가 '선거' 폭망하더니, 엉뚱한 데 책임 전가까지
"쓴소리 듣겠다"는 민주당 초선의원 강연 초청자가 '5.18 왜곡' 구설 최진석 교수, 그가 강조하는 자는 '일본 극우' 뿌리 요시다 쇼인
"친일 잔재 청산이 아닌, 반도체 문제가 중요" 정말 '생뚱맞은' 시각, '과거는 그냥 덮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건 뉴라이트적 사고?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최근 신문 보도를 보고 당 대표에 출마하는 어떤 의원이 출사표로 ‘친일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말을 듣고 ‘아, 이분들이 서울시장 선거나 부산시장 선거를 패배로 생각하지 않으시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대한민국 전략적 높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친일 잔재 청산이 아니라 반도체 문제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20일 '더민초' 쓴소리 경청 공개강연 내용 중 - '서울신문' 보도 내용 인용)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점점 산으로 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패배 원인조차 전혀 진단하지 못하는 모습에, 끝까지 '밭을 갈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투표를 독려하던 지지층을 더욱 격노케하는 모습이다.
이번 재보궐선거와 전혀 인과관계가 없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패인 원인으로 짚는 '책임 떠넘기기' 기자회견을 하면서, <조선일보>와 공개적인 '검찰 반란'을 일으킨 '전직 검찰당 대표' 윤석열 전 총장에게 아주 큰 힘을 실어줬다.
지지세력들이 그렇게 외치는 말은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 말만 그렇게 떠받드는 모습에 지지층들이 더 격노한 것이다. 당연히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할 대상인 이낙연 전 대표는 어느새 이들 의원들과 언론들 덕분인지, 책임론에서 비껴간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지난 20일 '쓴소리'를 듣겠다며 공개강연에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강연자로 초청했다. 최진석 교수는 강연에서 “최근 신문 보도를 보고 당 대표에 출마하는 어떤 의원이 출사표로 ‘친일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말을 듣고 ‘아, 이분들이 서울시장 선거나 부산시장 선거를 패배로 생각하지 않으시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우원식 의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마저 옹호하는 토착왜구('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 겨냥)에 분노를 느낀다"라며 "친일 잔재의 청산을 다시금 다짐한다"고 한 것을 겨냥해 비난한 것이다. 최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 전략적 높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친일 잔재 청산이 아닌 반도체 문제"라며 전혀 생뚱맞게 반도체 문제를 꺼내들었다.
친일 잔재가 청산되지 않았기에, 특히 반민특위가 좌절되면서 일제에 적극 부역하며 떵떵거리던 자들이 기득권을 그대로 차지했기에 아직도 겪고 있는 병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들의 후예들은 여전히 사회 기득권을 지키며 조상들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반면, 전재산을 털어 독립운동을 했던 지사들의 자손들은 여전히 가난 속에 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말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것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면, 누가 공동체를 지키려고 과연 희생할까? 그냥 '동물의 왕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이 친일 잔재가 청산되지 않았기에, 일제 부역자들을 단죄하지 않았기에 생긴 것이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계기가 없으면, 똑같은 실수를 반드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면 당연히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럼에도 '과거는 그냥 덮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는 식민지 근대화론 (일제 강점기가 있었기에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다)에 찌든 '뉴라이트' 세력들의 입장과 별 차이 없어 보인다. 이를 '쓴소리'라고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경청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최 교수의 경우 수개월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모욕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 <나는 5.18을 왜곡한다>라는 제목의 시로 비꼬았던 적이 있다.
그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5.18에 대한 평가는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 속에 남겨두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누군가 의도적으로 역사 왜곡을 한다 해도 이미 그런 왜곡을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의 성숙한 사회가 됐다"고 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과 같은, 어이없는 가짜뉴스를 연일 쏟아내는 지만원 같은 자들도 처벌해선 안 된다는 그런 입장인 셈이다.
그는 특히 "지금 우리 사회가 자유로운가. 군부독재의 폭압적 행태를 닮아가고 있다"며 '역사 바로세우기' 움직임에도 딴죽을 걸었다. 그러나 독일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을 비롯한 유럽연합에서는 나치 히틀러의 전쟁범죄(홀로코스트, 유대인 대량학살)를 부정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나치 범죄 당사국인 독일의 경우엔 홀로코스트를 찬양·부인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받는다. 오스트리아의 경우엔 나치조직을 설립하거나 부활을 기도하기만 해도 10년 이상, 2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 반인륜 범죄 등을 인쇄물·방송 등에서 배포한 자의 경우에도 5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반인륜 범죄 존재에 이의제기하는 자의 경우, 1년형의 구금형 등에 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유럽연합 역시 1996년 맺은 '인종주의와 외국인혐오 행위 방지협약'에서 "대량학살, 전쟁범죄 등을 부인하거나 축소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 처벌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 교수 입장대로라면, 이들 유럽 국가들은 경악할만한 독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당의 정체성과 크게 동떨어진 이로부터 '쓴소리'를 듣겠다고 강사로 몸소 초청했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아직도 '정신차릴려면 정말 멀었네'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는 적나라한 모습이겠다.
게다가 최진석 교수의 경우 '사대주의적 친일'이라는 구설에도 휩싸여 있다. 그는 일본 극우의 뿌리 격이자 '정한론(한반도 정벌)'의 창시자인 '요시다 쇼인'의 묘를 매년 찾아간다고 지난해 9월 <미디어투데이> 기고글에서 밝힌 바 있다. (요시다 쇼인의 제자들은 '메이지 유신'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의 제자들 중엔 이토 히로부미도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가장 존경한다고 하는 이가 바로 요시다 쇼인이다. 이는 박정희도 마찬가지였다.)
최 교수는 특히 "내 제자에게는 요시다 쇼인을 공부시켰다"고도 기고글에서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를 친일 매국노로 보지 않기 바란다"며 극일(일본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벤처기업가 출신인 이영 국민의힘 의원의 후원회장도 맡고 있어, 더불어민주당과는 거리가 굉장히 멀다고 할 수 있다.
'열혈' 지지자들이 향후 개혁과제들(각종 개혁법안들 조속히 처리,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같은 편 의리 지키며 사수 등)은 물론, 당이 나아가야할 방향 등을 그렇게 친절하게 알려줬음에도 이들 민주당 의원들은 무엇하나 귀담아듣기는커녕 <조선일보>가 만들어낸 프레임 그대로 따라가며 일 년만에 심각한 민심이반을 자초했다. 이를 조금만 듣고 실천했어도, 현재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했을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를 필두로 거대 여당이 얼마나 무기력할 수 있는지, 망하는 길만 어떻게 쏙쏙 골라가는지 특히 지난 수개월간 제대로 보여줬다. 그러면서 현재 일시적으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총장이 제대로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생각나는 삼국지 인물들이 있다. 바로 원소와 전풍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원소의 대표적 책사였던 전풍은 주군인 원소를 향해 "헌제(당시 후한의 황제)를 먼저 데려오자" "유비를 공격하러 간 조조의 뒤를 치자" "조조와 단기전이 아닌 지구전을 치르자"고 계속 제안했으나, 원소는 단 하나도 들어먹지 않았다. 그의 제안을 하나만 원소가 받아들였어도, 우리가 아는 삼국지의 판도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 분명했다.
원소는 전풍이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얘기를 한다고, 그를 결국 옥에 가두고 말았다. 원소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조조와 관도대전을 벌이다 대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원소는 반성하기는커녕 무고한 전풍을 죽이고 말았다. 결국 원소는 전풍의 말을 듣지 않다가,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얼마 뒤 조조에게 처참하게 멸망하고 만 것이었다. 그러면서 조조는 당시 중국의 3분의 2를 제패한 것이었다.
그렇게 '이길 수 있는' 개혁과제들을 쏙쏙 알려주는 지지자들은 전풍에 비유할 법하고, 이를 도무지 듣지 않으면서 망하는 길만 쏙쏙 골라가는 현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을 원소에 비유할 법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