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특채 부당 지시' 조희연 교육감 경찰 고발·비서실 직원 징계 요구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권한 범위 내 적법하게 추진..특별채용은 교육감 재량"
최재형 감사원의 감사를 들이미는 잣대가 여권으로만 쏠려 그동안 '정치감사'와 '표적감사'라는 논란이 많았다. 정부 정책인 월성 원전 관련 감사를 두고 검찰 수사를 촉구했고 최근에는 뉴스공장 김어준 씨 계약과 관련해 TBS가 세금이 지원된다면서 직무 감찰대상이라고 밝혔다.
급기야 감사원은 지난 23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018년 해직교사 5명의 특채를 부당 지시했다고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고 비서실 직원의 징계를 요구하면서 관련 자료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공했다. 감사원이 기관장을 직접 경찰에 고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조 교육감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사학 민주화와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한 사면 복권이나 교육양극화 해소와 특권교육 폐지, 교사의 권익 확대 등과 관련돼 교단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교사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전임 문용린 교육감도 조연희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 등 2명을 특별채용으로 복직시킨 바 있다"라고 했다.
이날 교육단체들은 감사원의 조 교육감 고발을 두고 "표적감사·정치감사"라며 맹비판했다. 서울교육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는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감사조치와 경찰 고발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3일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공무원 특별채용 제도(특채)는 특별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채용하고자 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선발방법으로 시기, 공모 조건 설정, 최종 인원 결정 등은 교육감에게 재량권이 있다"라며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감의 권한 범위 내에서 특별채용업무를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추진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감사원의 행보를 두고 교사들의 해직 자체가 부당한 해직이었다면서 복직이 뭐가 잘못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해직교사들은 사학비리 등을 고발했다가 부당해직 당하고 대법원판결에도 복직을 이행하지 않아 10년씩이나 버틴 사람들이다. 특채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불공정의 관행이 행정부문에도 남아있을 수 있으니 그 부분을 잘 살펴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월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세 가지 당부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불공정’ 문제에 대한 철저한 감사였다. 하지만 ‘최재형 감사원’의 칼날이 향한 곳은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여권 인사들이었다.
언론 또한 회당 200만원의 김어준 씨의 출연료는 따지면서 돈의 액수부터 다른 박덕흠, 강기윤, 전봉민 의원 등 야권은 철저히 무시했다.
‘최재형 감사원’과 여권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킨 건 지난해 10월 발표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였다. 최재형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근거가 됐던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라고 지적했고 '윤석열 검찰'의 수사로 확대시켰다.
경제성만 보겠다는 감사라고 했지만 원하던 목적을 끌어내기 위한 강압적 감사였다. 검찰은 산자부 공무원을 구속하고 SBS는 공소장과 복원된 문건을 보도하고 김종인 전 국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북한 원전건설과 꿰어 맞춰 '이적행위'라고 비난했다. 검찰은 국힘당과 함께 무슨 큰 비리나 있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했지만 백운기 전 산자부 장관은 법원에 의해 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과 야당의 여론몰이는 실패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30일 페이스북에서 "감사위원들의 반대를 무릅쓴 최재형 감사원장의 꼼수 수사자료 검찰 이첩"이라며 "윤석열 총장의 측근이 있는 대전지검 고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과 수사 착수, 감사원-국민의힘-검찰-언론-김종인으로 이어지는 아주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각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치 그렇게 하면 안된다"라고 꼬집었다.
TBS방송 탄압, 최재형 감사원장 직권남용 공수처 고발 4월 28일 과천청사 공수처 앞
앞서 국힘당이 TBS와 김어준 씨의 계약과 관련된 의혹을 연일 제기하자 감사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한다며 지난 21일 TBS를 방문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이번 사전 방문은 사실상 감사의 한 절차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사실상 국힘당과 조중동의 '김어준 퇴출작전'과 궤를 같이 하는 모양새다. 이에 언론노조가 TBS 침탈로 규정하고 '독립성 침해'라며 비판 성명을 내는 등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아울러 지난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이명박 씨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감사원을 동원하여 KBS 정연주 사장을 찍어 낸 판박이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감사원은 지금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 쪽으로 칼끝을 세우고 있다. 현재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일환인 금강·영산강의 보 해체 결정 등에 대해서도 감사에 돌입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오는 28일 오후 1시 30분 과천정부 청사 내 공수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최재형 감사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