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정치적으로 비판도 할 수 있고 꾸짖을 수도 있지만, 퇴임 후에 집 짓고 살겠다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정현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한 뒤 거처할 양산 사저를 두고 올 초부터 지난 3월 내내 국민의힘과 조중동 언론이 '영농 경력 허위 기재'와 '과대한 공사비' 등으로 터무니없는 공격을 하면서 '봉하 아방궁' 2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와대가 시달리고 있다.
이제 좀 잠잠해질 만하니 어떤 배후가 들어섰는지 사저가 들어설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주민들이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사저 건립을 추진했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봉하마을에 마련한 사저에 대해 당시 야당은 ‘아방궁’이라 공격하며 정치공세화 한 씁쓸한 기억이 대를 잇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주민 동의 안받았다" '경호 문제로 주민 불편하다" "주민을 무시하는 것이 공정, 정의, 평등이냐" "공사로 먼지가 날린다" 등 갖은 이유를 내세우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텃세'를 부린다.
급기야 28일 청와대가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건립 예정인 문재인 대통령 사저 공사를 중지한 사실이 확인됐다. 청와대 경호처는 지난 23일 양산시에 공사 중지 사실을 신고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사를 잠시 스톱한 것은 맞다. 절대 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라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하지 말고, 잠깐 멈추고 점검해보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혹여 사저 이전 가능성은 아닌가 하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사저는 쉽게 옮기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절차를 준수하며 진행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먼지, 소음 등의 피해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한 번 더 점검해 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청와대 경호처는 지난 8일 하북면 평산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착공보고회를 열고, 지하 1층-지상 1층 2개동 규모의 사저 경호시설 공사에 착수했다. 경호처는 지난달 15일 양산시에 착공계를 제출했으며, 연말까지 준공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이장단협의회' '청년연합회' 등 하북면에 소재한 단체들이 대책회의를 거쳐 대통령 사저 신축에 반대하면서 현수막 설치 등 행동에 나섰다. 양산시가 대화를 시도하려 마련한 간담회에도 1명 빼고 전원 불참했다.
하북면의 사저 반대에 매곡마을 주민들.."가던 발길 돌리고 매곡집으로 오십시요"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주민들이 건립 중인 대통령의 사저 건립을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현재 문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양산시 덕계동 매곡마을 주민들은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매곡마을로 오세요’라는 내용의 환영 현수막을 마을 곳곳에 내걸었다.
'양산시민신문'에 따르면 현수막은 덕계동 신덕계8길과 덕명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시작해 매곡마을회관, 문 대통령 현재 사저까지 18개가 내걸렸다. 이들 주민이 내는 목소리로는 사실상 하북면의 대통령 사저 건립 반대를 어떤 불순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맞불’을 놓은 상황으로 보인다.
현수막에는 매곡마을 주민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김정숙 여사님 사랑합니다’, ‘꽃과 새도 대통령님 기다립니다’, ‘가던 발길 돌리십시오’, ‘대통령님 매곡 집으로 오십시오’, ‘예전처럼 농사짓고 사십시다’, ‘대통령님 매곡주민은 기다립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매곡마을 한 주민은 “하북면에서 대통령 사저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사저 인근에 사는 주민이 대통령께 힘을 실어주기 위해 현수막 부착에 나선 것”이라며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정치적으로 비판도 할 수 있고 꾸짖을 수도 있지만, 퇴임 후에 집 짓고 살겠다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문 대통령 부부가 현재 사저에 가끔 머물다 가시지만,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라며 “평산마을 주민들이 싫다고 하면 매곡마을로 오시면 좋겠다”라고 사저 건립을 반대하는 이웃 주민들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심정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