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딸' 학점만 급상승..다른 장애학생보다 두 배 이상
'조국 일가'와 비교해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정계은퇴' 수순이라는 비판
[정현숙 기자]=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향후 당대표와 대권 도전까지 정권교체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 맡겠다며 대권과 당권을 가리지 않고 정계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29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내년 정권교체까지 어떤 역할이든 해야 될 것"이라며 "정치인의 책무다.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이만큼 키워주신 국민에 대한 보답도 아니고 정치인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진행자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나 전 의원은 "자꾸 당권 도전으로만 엮어 말씀하시는데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진행자가 다시 '그것이 대권 도전을 의미하느냐'고 하자 "선두에 서는 방법도 있고 후방에서 지원하는 방법도 있고 여러가지 있기 때문에 다 열어놓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원내대표 경선이 끝난 이후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가 터졌다. 28일 저녁 '오마이뉴스' 보도로 나 전 의원의 딸 입시 특혜가 대대적으로 터진 시점에서 다음날 방송에 버젓이 출연해 당권과 대권 도전을 시사한 데서 모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의 딸 김 씨는 성신여대 재학시절 학점 변경으로 평균 5.1단계 이익을 본 반면, 이 대학에 다닌 다른 장애학생들의 평균 학점 변경은 2.3단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국회 교육위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성신여대로부터 받은 '나경원 전 의원 딸과 일반 장애학생 성적 변경 현황' 자료를 분석한 문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이 문서에서 나 전 의원의 딸은 당시 3학년이던 2014년 2학기부터 4학년이던 2015년 2학기까지 모두 3학기에 걸쳐 6개 과목의 학점이 변경됐다. D- ~ A+까지를 11단계로 나눠봤을 때 학점 변경을 통해 얻은 학점 이익은 평균 5.1단계로 대폭 상승했다.
김 씨는 2014년 2학기 '기초메이크업' 과목의 경우 'D0→A+'로 무려 10단계나 올랐고, 2014년 2학기 '영화예술의 이해'와 2015년 2학기 '이미지 메이킹'도 각각 'C+→A+'로 6단계나 급상승한 식이다.
이 같은 학점 특혜 혐의가 드러났지만, 올해 초 검찰은 기각을 때렸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에서 "성신여대 학사 규정은 장애학생 성적 평가에서 상대평가 예외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성적 향상 범위에 별도의 제한이 없어 교·강사의 재량을 인정한다"라면서 "장애학생의 특수성을 고려해 학칙상 인정되는 교·강사의 재량을 고려하면 부당한 성적 변경의 근거로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검찰의 지적대로 '대학과 교·강사가 장애학생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면 다른 장애학생들도 학점 상승 단계가 얼추 비슷하게 나와야 한다.
하지만 강 의원이 김 씨의 학점 변경이 진행된 2015년 2학기 다른 장애학생들의 학점 변경 정도를 살펴봤더니 2.3단계 상승에 그쳤다. 나 전 의원의 딸 김 씨처럼 최고 학점인 A+를 받은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나 전 의원 딸은 모두 6개 과목에서 학점이 상승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인 3개 과목에서 A+를 받았다.
성신여대는 2015년 2학기 이전 장애학생들의 학점 변경 자료는 강민정 의원에게 보내지 않았다.
강민정 의원은 매체에 "같은 장애학생이더라도 나경원 전 의원 딸의 성적 정정 결과가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라면서 "이는 같은 장애학생 안에서도 부모에 따른 점수 차별이 발생한 사례로 보인다. 교육차별에 대한 엄격한 조사와 책임규명을 위해 교육부에서 성신여대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딸 김 씨의 성신여대 특혜 입학이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사실 임이 팩트로 드러난 것이다. '조국 일가'와 비교해 나 전 의원은 이날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정계은퇴 수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데 어불성설 일말의 책임도 없이 그다음 날 방송에 버젓이 나와 당권과 대권 도전을 시사하고 있다.
검찰은 나 전 의원 딸의 성적 조작 가능성이 이렇게 문서로 드러났음에도 문제없다고 불기소 처리했다. 이 뿐만 아니라 박형준 부산시장의 딸 홍익대 미대 입시 부정청탁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 홍대를 방문해 응시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홍대 측은 '검찰로부터 수사 중인 사항이니 응시 여부를 절대 알려주지 말라는 공문을 홍대에 보내왔다'고 거절했다.
이쯤 되면 검찰이 나 전 의원 딸과 박 시장 딸의 입시 부정을 밝히는 것을 방해 하고 있는 모양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례와는 천양지차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딸 조민 씨의 표창장으로 70여 군데를 압수수색했다. 최근 검찰이 PC까지 빼돌려 증거를 조작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또 조 전 장관의 아들에 대해서는 누구나 참가하면 발급받는 인턴증명서로 최강욱 의원을 기소했다.
검찰은 확실한 증거도 없는 표창장으로 정경심 교수를 기소해 조 전 장관을 사퇴시켰고 정 교수는 실형을 받아 수감 중이다. 나 전 의원과 박 시장의 사례만 비교해서도 과연 검찰이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담을 수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