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대표 필두로 설훈·김한정 등 동참, 그러자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까지 재보궐선거 이후 대거 합류
당연히 '재심' 받아야할 정봉주, 그리고 검찰로부터 '누명' 쓴 것 확실한 한명숙·신계륜·김재윤·신학용 등은?
노무현 계승한다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말, "사람 대접을 받고 싶으면, 의리 있는 사람이 되라!"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부담이죠. 그러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대통령 임기 전에는 다음 대통령에게 짐을 안 주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결정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요. 그것도 여론의 추이를 봐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기 안에는 아마 사면을 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시는 거네요?)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23일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중)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올해 새해벽두 갑자기 꺼내들어 파장을 일으켰던 '이명박근혜' 사면론, 평소의 '엄중'하고 '신중'한 태도와 달리 굉장히 신속한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 당 지지층은 물론 당 내부 의원들도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사면론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이달 초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 뒤, 소속 정치인들이 잇달아 사면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30일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을 비롯, 경쟁상대였던 권성동·김태흠·유의동 의원의 경우에도 역시 사면론에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명박의 최측근격인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회 자리에서 역시 '이명박근혜' 사면론을 공개적으로 제안해 일을 키웠다. 여전히 야권 유력 정치인인 홍준표 의원이나,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홍문표·조해진 의원도 역시 사면론에 역시 뜻을 모았다.
친박계 서병수 의원의 경우 '이명박근혜' 사면론을 넘어, 시민 대다수가 찬성했던 또 국회의원 80% 가까이도 찬성했던 '박근혜 탄핵'까지 잘못된 일이라고 강변하는 등 '국정농단'까지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렇게 과거로 퇴행하려는 모습에, 국민의힘의 비호감도가 다시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처음 '사면론'을 꺼내들어 국민의힘과 언론에 빌미를 던져준 것은 이낙연 전 대표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사실 사면 얘기는 우리 당 요청이 없었음에도, 당시 민주당의 이낙연 대표가 꺼낸 일"이라고 하며, "그런데 사면 문제를 우리가 아닌, 정부·여당이 먼저 제기했기 때문에, 푸는 문제도 정부·여당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이낙연 전 대표가 '사면론'을 처음 꺼내들었을 당시 일부 민주당 내 의원들도 그를 거든 바 있다. 김한정 의원은 1월 4일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정치안정. 그리고 극단적인 대립, 대결. 이런 저주의 대결. 이제 극복해나가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낙연 전 대표를 거든 바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특보를 맡았던 설훈 의원의 경우에도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통합에 집중해서. 그렇다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전 대통령 두 사람에 대해서 사면복권 하는 것이 필요한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한다고 본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이낙연식의 접근, 이것도 생각해 볼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며 역시 거들었던 바 있다.
그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아마 대통령 임기 전에는 다음 대통령에게 짐을 안 주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결정할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 임기 내 '이명박근혜' 사면을 전망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중범죄를 저질러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에 대해선 의외로 너그러운 반응을 보이는, 민주당 내 의원들이 있다. 아직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나, 암묵적으로 찬성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같은 편'이 겪은 고초에 대해선 과연 이들이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정봉주 전 의원이나 한명숙 전 총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 지난 2007년 BBK 주가조작 사건의 몸통을 '이명박'이라고 앞장서 외친 바 있다, 당시 한없이 불리한 상황에서 총대를 매고 앞장서 희생했던 것이다. 결국 대선 직후 기소됐고, 1심에서 대법원까지 그대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며 2011년 12월 수감됐다. 그러면서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선거에 출마할 수가 없었다. (사면은 2017년 말에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다스의 주인이 이명박임이 결론나면서 'BBK 주가조작' 사건의 몸통도 당연히 이명박임이 확인(BBK 설립자금은 다스에서 나왔음)됐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은 '사실'로 증명된 것이며, 정식으로 재심을 통해 무죄를 공식적으로 선고받아 '명예회복'할 자격이 있다.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에도 '모해위증 교사' 건으로 인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의혹이 매우 짙다. 이명박 정권 시절 당시 야권의 대표적 거물급 정치인이었던 한 전 총리는 2010년 7월,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 씨(당시 수감 중)로부터 9억원가량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결국 2015년 8월 징역 2년의 실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며, 2년간 형을 살고 만기출소했다.
검찰 조사에선 "한명숙 전 총리에 불법정치자금을 줬다"고 했던 한만호 씨는 재판과정에서 수감 후 억울하게 뺏긴 회사 자금을 되찾을 욕심에 허위진술을 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가 생전에 남긴 비망록에도 역시 한 전 총리는 '무고하다'며 자신의 괴로운 심경을 계속 강조하곤 했었다. 한 씨의 법정진술로 인해 검찰이 수세에 몰리게 됐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 정치검찰의 본색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자 검찰은 한만호 씨의 법정진술을 탄핵하기 위해, 그의 동료 재소자들을 수시로 불러 입을 맞추게(거짓 증언을 강요) 했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재소자 중 한 명이었던 한은상씨가 지난해 4월 법무부에 진정서를 접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던 것이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당시 한명숙 수사팀의 조사일정을 보면, 2011년 1월 27일부터 3월 23일까지 엄희준 검사실에 한은상 씨는 무려 21회, 최모 씨는 18회 다녀갔으며 김모 씨는 출소한 이후임에도 무려 10번이나 다녀갔다고 한다. 이들 3인을 동시조사한 횟수도 8회나 됐다.
사건 피의자도 아닌 단순 참고인이자 목격자에 불과한 이들을 이렇게 강도 높게 조사할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이런 과정을 거쳐 증언연습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같은 내용만 봐도, 한명숙 전 총리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명백하게 재심을 받아 명예회복할 자격이 있고,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에도 재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부분이다. 여기에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 하명수사로 의심되는 '입법 로비' 사건도 누명을 썼을 가능성이 있어, 다시 살펴볼 부분이 명백하다.
당시 뇌물수수 혐의로 옥살이를 하고, 정치생명이 끊긴 이들은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전 의원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KBS <시사직격>에서 보도되며 알려졌다. 당시 그들의 기소와 재판과정을 돌아보면 "그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김민성 전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서종예) 이사장의 진술말고는 다른 구체적 물증이 없었다.
여기서 뇌물수수 사건의 경우, 돈을 건넨 사람에게도 당연히 '뇌물공여죄' 혐의가 적용되어야 하나 김민성 전 이사장에는 그런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여기에 서종예 교비 횡령혐의로 기소된 건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만을 선고받고 끝났을 뿐이다. 여기에 당시 검찰이 재판과정에서 제출한 CCTV 자료(한 달이 지나면 자동폐기) 등을 미루어보면, 신계륜 전 의원이나 김재윤 전 의원 등을 김민성 전 이사장 수사 전부터 표적수사한 흔적이 엿보인다.
여기에 신계륜 전 의원에 따르면, 김민성 전 이사장은 출소한 신 전 의원을 찾아와서 "잘못했다" "죽을 죄를 지었다" "아주 용서를 빈다"라고 했다고 한다. 또 4년간 옥살이를 한 뒤 출소한 김재윤 전 의원이 공개한 통화내용을 보면 김 전 이사장은 김 전 의원에게 "저로 인해서 큰 고초를 겪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용서를 구한다"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사죄를 한다.
그렇다면 이들도 정봉주 전 의원과 같이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로서, 재심대상이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정치생명이 억울하게 끊어졌다면, 최소한 명예라도 회복해야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정봉주 전 의원, 한명숙 전 총리, 신계륜 전 의원, 김재윤 전 의원, 신학용 전 의원 등에 대해 '재심해야 한다' '명예회복 시켜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나? 이들은 분명 더불어민주당 내 정치인들이었다. 그런데 자기 편의 '명예회복'에는 거의 신경조차 쓰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자기 편도 못 지켜주는 혹은 그런 노력조차하지 않는 세력의 경우 절대 세력이 커질 수가 없다. 그렇게 힘들 때 '손절'부터 하고 모른 체하면, 앞장서서 희생할 이는 아무도 없다. 같은 편이라면 최소한의 '의리'가 있어야 연대가 강해지고 단단해진다. 그래야 세력도 넓어진다.
그러나 민주당 대다수 정치인은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손절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중범죄를 저지른 상대편인 '이명박근혜'와 같은 이들에겐 굉장히 관대한 모습이라면, 더욱 우습게 비춰질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거 "사람 대접을 받고 싶으면, 의리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를 계승하겠다고 앞장서서 외치는 민주당 정치인들은, 그 말부터 마음에 새겨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