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휘하의 검찰에게 '멸문지화'식 수사를 당하게 된 배경으로는 단연 '동양대 표창장'이 꼽힌다. 한 달 동안 70여곳 먼지털이식 압수수색을 한 고리가 바로 표창장이었다. 검찰이 전적으로 의존했던 것은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진술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언론은 '기사 100만건' 구설까지 쏟아질 정도로 수많은 보도를 연일 쏟아냈다.
1심 재판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도 "최성해 전 총장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조국 전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에게 지난해 12월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렇게 검찰과 재판부가 강조하는, 최성해 전 총장의 진술은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었을까?
이미 윤석열 전 총장 휘하 검찰의 먼지털이식 압수수색과 멸문지화식 수사가 시작되던 2019년 9월 초부터 최성해 전 총장의 진술이 오락가락했음이 드러난 바 있다. 한 네티즌이 간단하게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당시 타임라인을 찾아서 요약해봤다.
조국과 두 번 통화했다→한 번 통화했다→두 번 통화했다
조국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2019년 9월 6일 <채널A>와의 전화통화에서는 "정경심 교수가 조국 후보자를 바꿔 전화 통화를 했으며, 한 차례 통화 이후 5분도 지나지 않아 조 후보자가 다시 정 교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해당 건과 관련,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최성해 총장과 두 번 통화했냐"며 조국 당시 장관 후보자에 따져물었다.
그러나 최성해 전 총장은 당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선 "(2019년 9월 4일)정경심 교수와 통화를 하던 중 이어받아 조국 교수와 통화를 한 게 전부"라며 "그 다음날인지 정 교수 전화번호가 부재중으로 한 차례 더 들어온 것을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어 <SBS>와의 통화에선 "두 번 통화한 게 맞다"며 또 입장을 바꾸었다.
[단독]동양대 총장 "조국 2번 전화..보도자료 배포 종용" (채널A, 2019년 9월 6일)
[단독]최성해 총장 "조국 교수와 통화 한번했다" (중앙일보, 2019년 9월 6일)
최성해 총장 "말 바꾼 적 없어..두 번 통화한 게 맞다" (SBS, 2019년 9월 7일)
조국과의 통화 녹취 파일은 있다? 없다?
조국 당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2019년 9월 6일, 조국 전 장관은 '최 총장에게 전화로 동양대 총장 표창장 직인을 배우자에게 위임한 것으로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 아니다"라고 답했다. 장제원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제가 듣기로는 동양대 총장께서 파일을 갖고 있다"며 압박했다.
최성해 당시 총장은 당일 <한국경제>와의 통화에서 “(9월)4일 있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의 통화 녹취 파일이 있지만, 아직은 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 후보자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면서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런데 당일 <MBN>과의 통화에서는 "녹음은 내가 할 줄 모른다. 그런 건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이라며 녹취파일이 없다고 헀다. 그런데 다음 날 <TV조선>과의 통화에서는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 씨하고 (통화)한 것도 그렇고, 조국 씨하고 한 것도 그렇고 다 (녹취가 돼 있고)그렇더라고"라고 또 말을 바꾸었다. 그는 통화당 1분 정도씩이라면서도, 핵심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단독] 최성해 동양대 총장 "조국 통화 녹취록 있지만 아직은 안 풀것..이념갈등 안타까워" (한국경제, 2019년 9월 6일)
[단독] 최성해 "조국과 통화 내용 녹취 없다"..진실 공방 예고 (MBN, 2019년 9월 6일)
동양대 총장 "조국과 통화 녹취 있다…핵심내용은 없어" (TV조선, 2019년 9월 7일)
표창장엔 총장 직인 찍혀 있어야 하며, 총장 결재 받아야 한다→그렇지 않은 표창장도 있다. 부총장이 결재하기도 한다
최성해 전 총장은 지난 2019년 9월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이런 표창장을 결재한 적도 없고 준 적도 없다"며 조국 전 장관 딸에 '표창장'을 준 적 없다고 했다. 그 전날인 9월 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과 이 학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동양대 측이 해당 표창장이 발급된 적이 없다고 검찰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최성해 전 총장은 그 다음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도 "(표창장엔)총장 직인이 찍혀야 된다. 직인은 나한테 결재를 맡야야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총장 직인은 결재를 받기 때문에 대장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기록이 없어 위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3월 18일자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선 '총장 시절 본인이 결재하지 않은 표창장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표창장이 있다"고 두 차례 걸쳐 답했다. 그러면서 "표창장보다 졸업장도 직인이 들어가는데 워낙 사람이 많으니까 조교들이 직인을 찍는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결재하지 않은 정식 표창장도 존재한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그는 '(총장이 아닌) 부총장이 결재한 표창장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내가 외국에 나갔다든지 그러면 부총장이 결재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총장이 누가 표창장을 받았는지 모두 기억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는 질문에는 "하나하나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경심 교수 딸과 아들은 기억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3월 30일 정경심 교수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표창장은 위조됐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갔다.
[단독] 조국 딸 받은 '동양대 총장상'..총장은 "준 적 없다" (중앙일보, 2019년 9월 4일)
[단독] 靑해명 반박한 동양대 총장 "해당교수 조국딸 모른다고 말해" (매일경제, 2019년 9월 5일)
'정경심 재판' 앞둔 최성해 "내가 결재 안 한 표창장 있긴 있어" (오마이뉴스, 2020년 3월 18일)
'최우수' 표창장은 없다→ 임의로 나갔나보다
최성해 전 총장은 지난해 3월 30일 정경심 교수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직 기간 동안 ‘최우수봉사상’이라는 종류의 표창장도 발급한 적이 없다”며 “봉사상이면 봉사상이지 최우수봉사상은 없다”라고 증언했다. 검찰에선 동양대 포상 규정을 보면 교육상·학술상·봉사상 등으로 표창장 종류가 정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경심 교수 측 변호인은 딸이 받은 표창장과 유사한 옥모 씨의 ‘어학교육원 2012-1호’라는 일련번호가 기재된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반박 증거로 제시했다. 옥 씨는 2012년 당시 영광고 1학년으로 그해 7월 12일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 2기를 수료한 뒤 ‘최우수 노력상'이라는 표창장을 받았다.
정 교수 변호인은 “이런 양식도 있습니까”라고 묻자 최 전 총장은 당황한 듯 “없습…없습니다”라고 말을 더듬었다. 이어 정 교수 변호인이 “옥씨가 ‘최우수노력상’을 받았다고 한다”고 묻자 최 전 총장은 “어학원에서 임의로 나갔을 것”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재판부가 "조 씨가 받은 것이 총장상이냐, 상장이냐"고 묻자 그는 "상장"이라고 했다가 "총장상"이라고 번복하기도 했다.
당시 정경심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나 “최성해 전 총장이 그 많은 상장을 준 것을 구체적으로 기억할리가 없다”며 “총장 직인 관리에서 누락된 표창장들이 실제 존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경심 "최성해, 곽상도가 동양대에 공문 보낸 날 한국당 관계자 만나" (2020년 3월 30일자 경향신문)
언론보도 통해서 표창장 처음 알았다 → 정경심이 얘기해서 처음 알았다→ 동양대 교직원 통해서 처음 알았다
최성해 전 총장은 지난해 3월 30일 정경심 교수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증인 명의로 된 조국 전 장관 딸에 대한 표창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느냐"는 질문에 "(압수수색 당일인 9월 3일)언론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표창장 수여 사실을 처음 안 시점에 대해, 최성해 전 총장은 증인신문이 진행될수록 진술이 바뀌었다. 압수수색 하루이틀 전에 정경심 교수로부터 관련 얘기를 들었다고 당초 진술을 번복했고, 또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동양대 교직원으로부터 처음 들었다고 또 말을 바꾸었다. 진술이 상당히 오락가락했던 것이다.
이에 정경심 교수 측 변호인은 "(최성해 전 총장이) 처음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았다. 2~3일 전 알았다'고 하다가, '직원으로부터 들어서 알았다'고 하다가 또 '정경심 교수로부터 들어서 알았다'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늘 한자리에서 횡설수설했다"며 "최소한 이 사건이 언론에 의해서 표면화되기 전에 본인은 알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5일 <대구MBC> 보도에 따르면, 동양대가 검찰의 압수수색 일주일 전인 2019년 8월24일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문학 강좌 수료증 발급 등에 대해 조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동양대가 압수수색 이전부터 상장 관련 조사에 들어갔다면, 최 전 총장의 최측근이 전 동양대 관계자들에게 사전에 준비했다고 말한 내용의 신빙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앞서 최성해 전 총장의 최측근 J씨는 "최성해 전 총장이 준비없이 경솔하게 확 터뜨린 게 아니다. (2019년) 8월20일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라며 "학교는 어떻게 갈 것인가? 갈림길에 서 있었는데 조국 편을 잘못 들었다가는 자한당이 정권을 잡으면 학교 문 닫아야 돼"라는 증언을 했다.
"표창장 위조" "청탁 거절하자 돌변"..정경심 재판, 엇갈린 주장과 발언 (YTN, 2020년 3월 31일)
최성해 '조국 딸 표창장 인지 시점' 훨씬 이전? (대구MBC, 2021년 5월 5일)
상장대장에 조국 딸 이름 없다 → 동양대 측에서 상장대장 소각했다→ 태운 게 아니고 파쇄한 거다
최성해 전 총장은 검찰의 동양대 압수수색이 있던 다음날인 2019년 9월 4일자 <국민일보>에 "상장 발부 대장에 (조국 전 장관 딸의) 이름이 없다”며 “이 대장은 소각되지 않고 계속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상장 대장은 소각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직인을 일일이 직접 찍지는 못하지만 대장에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대구MBC> 보도에 따르면, 최성해 전 총장은 공판 출석 석달 전인 2019년 12월 동양대 A교수와 나눈 대화에서는 다른 말을 한다. A교수가 "우리 학교에 (상장)대장에 빠지고 나간 (표창장이) 숱하게 많다"고 하자, 최 전 총장은 "숱하게 많은 건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최성해 전 총장은 "표창장 등의 발급은 규정대로 관리됐으며, 허가하지 않은 표창장은 있을 수 없고 위조"라고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주장해왔으나, 정작 관리가 매우 엉성했음을 녹취록에서 시인한 셈이다.
또 표창장이 진짜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상장대장을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기소할 무렵, 동양대 측에서 불태운 점을 최 전 총장이 시인하기도 했다. 증거인멸과 함께 위증 논란이 짙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A교수가 "우리 학교 (상장)대장 다 불태웠다면서?"라고 묻자, 최 전 총장은 "(상장) 대장 그거는 항구 보존해야 하는데 대장 소각하는 놈이 그냥 소각해서 지금 이렇게 힘들게 만들고 있잖아"라고 답했다.
여기서 최성해 전 총장은 또 말을 바꾼다. 지난 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내가 옛날에 군대 있을 때를 생각하고 불태워진 거로 (잘못) 생각했다"며 "(상장대장은) 소각된 것도 아니고 파쇄라고 그러더라"고 밝혔다. 이번엔 소각이 아닌 '파쇄'라고 바꾼 것이다.
[단독] 최성해 동양대 총장 "정경심 교수가 '죄송하다'고 전화" (국민일보, 2019년 9월 4일)
최성해 '표창장 관리 엉망, 상장대장 소각' 실토 (대구MBC, 2021년 4월 26일)
또 말 바뀐 최성해 "상장대장 못 봤다, 소각 아닌 파쇄" (오마이뉴스, 2021년 5월 4일)
이처럼 최성해 전 총장의 발언들이 오락가락하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관성도 구체성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성해 전 총장의 경우 과거 내세웠던 5개의 학력 중 3개가 허위(단국대 학부 수료, 미국 템플대 경영학석사(MBA)과정 수료, 워싱턴침례대 박사학위)임이 드러나며, 총장직에서 퇴출(2019년 12월)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휘하 검찰과 1심 법원(임정엽·권성수·김선희)은 무슨 이유로 '그를 진실하고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한 것인지 매우 의문이다. 어쨌든 대부분 받았어도 관심조차 없었을 '동양대 표창장'이 부른 파장은 소위 '기사 100만건' 사태를 불렀으며, 거의 모든 언론에 의해 문재인 정부의 초대형 게이트처럼 불리웠고 조국 전 장관 일가가 '불공정의 화신'으로 찍힌 계기가 됐다.
그렇게 검찰에서 흘려주는 내용을 받아쓰기하며 조국 전 장관 일가 난도질에 앞장섰던 수많은 언론들은 최성해 전 총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음이 계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으니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만 거론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