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지난달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송영길 당대표 체제로 당을 재구성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이 흘러나오며 잡음이 일고 있다.
이는 현재 민주당 내에서 큰 차이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견제로 보인다. 민주당 내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 등을 멀찌감치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룰 변경을 명분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선 연기론은 전재수 의원이 불을 지폈다. 전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지금 국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1년이상 치루고 있다. 지쳐있고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한다면 그것은 민주당만의 리그가 될 것이다.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재수 의원은 "적어도 우리 국민 3천만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때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속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올해 11월을 집단면역 시기로 전망하고 있는 만큼, 대선 3개월 가량을 앞둔 올해 12월경에 치르자는 얘기다.
전재수 의원은 "대선 180일 전에 이미 대선후보를 만들어놓고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현재 당헌은 대통령 선거일 180일 전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내년 대선은 3월 9일, 올해 9월 10일전에는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 120일전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돼 있어, 약 2개월 정도 늦다. 대선 분위기를 국민의힘 측에서 약 2개월 간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
전재수 의원은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과정을 보면, 국민의힘은 후보선출 과정에서 이미 민주당을 압도했다"며 국민의힘에서 단일화 협상을 키운 전략이 유효했다고 봤다.
전재수 의원의 '대선 경선 연기론'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전재수 의원은 지난 2월 MBN 방송 출연 중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전염병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대선 후보 경선은 일국의 대통령을 뽑는 공당의 정당 후보를 뽑는 굉장히 중요한 선거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서 시간표를 조정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대선경선에 참여할 것이 유력시되는 김두관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가 회동한 자리에서도 '경선 연기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의원이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고, 정세균 전 총리는 별다른 의사를 밝히진 않은채 이를 경청했다고 한다.
이에 이재명 지사와 가까운 당내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재명 지사 지지를 공개선언한 바 있는 민형배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경선연기는 대선승리의 길이 아니다"며 반박했다. 그는 "경선연기는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며 "당 지도부가 이런 논란이 더는 뜨거워지지 않도록 서둘러 정리해 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민형배 의원은 '코로나19'로 이유로 경선을 연기자하자는 주장에 "정치혐오에 무릎 꿇는 자세로 보인다"며 "민주당 경선은 국가의 미래비전을 놓고 경합하는 성장의 과정이다. 그 비전 속에는 마땅히 국민고통을 치유하는 안도 들어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형배 의원은 "코로나19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총력전을 벌여야 하는, 일종의 ‘상수 위기’"라며 "가시권에 들어오든 그렇지 않든 ‘종료’ 선언 이전까지 정부여당의 정책기조에 큰 변화를 둘 수 없는 사안이다. 경선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이라고 주장했다.
민형배 의원은 국민의힘의 경선일정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이전투구 싸움을 시작할 때 민주당은 두 달이나 먼저 오직 주권자 시민들만 바라보며 ‘마음을 얻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며 "누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든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내용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형배 의원은 "경선연기는 선거를 공학으로만 접근하는 하책이라고 본다"며 "자칫 당을 분열로 몰아넣고, 주권자 시민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자해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지사의 측근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도 7일 오전 TBN [육각수의 출발 경인대행진] 과의 인터뷰에서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저 당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당헌을 또 저렇게 바꾸는구나'라고 할 수 있다"며 "결국 특정인을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 벌기 아니냐는 프레임에 말려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도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논의 자체가 국민들한테 딴짓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며 역시 경선 연기론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파장이 커지자 '경선 연기론'을 주창한 전재수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지사를 배제시키기 위한 경선연기'라는 지적에 "그럴 의도가 없다. 이재명 지사를 포함해서 민주당내에서 거론되는 모든 주자들은 단 한 분도 예외없이 민주당의 가치와 노선안에 있는 분들"이라고 하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