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 측으로부터 받는 금품은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이 없어 사실상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넥슨으로부터 이른바 공짜 주식을 받아 뇌물죄가 인정됐던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다.
뇌물로 보기에는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막연하다는 건데 너무 관대한 판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대법원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2일 거액의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6억원, 추징금 5억여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진경준 전 검사장은 지난 2005년 친구인 김정주 NXC 대표에게 4억 2천 5백만 원을 빌려 넥슨 주식을 산 뒤 100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짜 주식 외에 넥슨에서 승용차를 제공 받고 가족여행 경비까지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1심 재판부는 공짜 주식과 승용차, 가족여행 경비 등은 대가성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뇌물에 해당한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항소심에서 선고받은 김 대표도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2심은 김 대표가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른바 '보험성 뇌물'로 진 전 검사장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진 전 검사장이 주식을 취득할 비용 4억2500만원을 받은 것과 여행 경비, 제네시스 차량 등을 제공받은 부분만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실상 이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 재판부와 생각이 같았다. 승용차나 여행 경비 제공은 검사 직무와 관련되거나 대가를 바랄 현안이 없었기 때문에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는데도 나머지 혐의와 하나의 죄로 묶여 기소됐던 공짜 주식 부분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대한항공 측에 처남의 청소용역 업체로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는 1, 2심과 같이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형사사건을 대가로 금품 등을 받은 경우 뇌물수수나 알선수뢰가 성립할 수 있는지'를 따져 여행경비와 차량제공을 뇌물로 본 원심 유죄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이 때문에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난 넥슨 주식매수 자금을 받은 부분은 면소판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금품을 단순 호의로 본 이번 판결에 대해 소위 보험용 금품 제공은 허락한 셈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시 김 대표나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관련된 사건이 장래에 발생할 개연성이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나 넥슨이 수사를 받은 사건들을 직접 처리할 권한이 있었다거나 담당 검사에게 청탁하는 등 사건처리에 개입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