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1부당 800원에 찍은 신문, 포장도 안뜯긴 채 폐지로 수..
사회

1부당 800원에 찍은 신문, 포장도 안뜯긴 채 폐지로 수출

고승은 기자 merrybosal@hotmail.com 입력 2021/05/10 18:08 수정 2021.05.11 07:22
MBC스트레이트, '광고비' 더 받으려고 부수 부풀리기...동남아 등 해외로 곧장 수출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매일 새벽 찍어내는 수많은 신문들이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 계란판 제조공장 등으로 직행한다는 일은 이미 오래 관행이다.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해보면 새 종이신문을 Kg단위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해외 수출용으로 인기있는 상품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MBC [스트레이트]는 9일자 방송에서 필리핀이나 태국 등 동남아에서 한국의 신문들이 길거리 음식점이나 가구, 꽃 등의 포장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비롯해 국내 신문 대부분이 현지에서 발견됐다. 

MBC '스트레이트'의 9일자 방송을 보면, 필리핀이나 태국 등 동남아에서 한국의 신문들은 길거리 음식점이나 가구, 꽃 등의 포장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 MBC
MBC '스트레이트'의 9일자 방송을 보면, 필리핀이나 태국 등 동남아에서 한국의 신문들은 길거리 음식점이나 가구, 꽃 등의 포장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태국의 한 업자는 한국에서 찍어낸 신문지를 창고 가득 확보했다며 홍보영상까지 올리기도 했었다. 해당 업자는 "한국 신문 종이의 품질이 뛰어나고 친환경 잉크로 인쇄됐으며, 기름기도 잘 흡수해 포장지로는 더할 나위 없다"며 극찬까지 했다.

신문사들이 신문 1부를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종이값, 잉크값, 인건비 등을 포함해 800원선이라고 한다. 그러나 폐지업자나 재활용업자에게는 1부당 고작 80원에 팔린다. 원가의 10분의 1의 헐값에 팔리고 있는 셈이다. 신문사들은 입 모아서 늘 '경영이 어렵다'고 푸념하면서 정작 엄청난 돈낭비를 하고 있었다. 

수출된 신문은 동남아 현지에서 30% 정도가 소모되고, 나머지 60~70%는 중국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매일 새벽 각 지국으로 간 신문 중에 40% 가량은 뜯기지도 않은 채, 바로 폐지업자나 재활용업자에게 향했다. 구독자 수가 줄어들었으면, 당연히 할당 부수를 줄여주는 것이 당연함에도 신문사들은 오히려 새 신문을 지국에 얹어주고 있었다. 지국 입장에서는 새 신문을 폐지로라도 넘겨야 이윤을 조금이라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종이신문 구독자의 수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언론수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종이신문 구독률은 6.3%를 기록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가구당 신문 구독률은 거의 70%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그 비율이 10분의 1 수준 아래로 줄었다. 

찍어내자마자 폐지로 직행하는 신문은 왜, 쓸데없이 많이 찍어낼까? 결국은 광고료를 더 많이 받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부수에 따라 광고단가가 결정되고,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광고료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문사들이 신문 1부를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종이값, 잉크값, 인건비 등을 포함해 800원선이라고 한다. 그러나 폐지업자나 재활용업자에게는 1부당 고작 80원에 팔려, 10분의 1이라는 헐값에 넘기고 있다. /ⓒ MBC
신문사들이 신문 1부를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종이값, 잉크값, 인건비 등을 포함해 800원선이라고 한다. 그러나 폐지업자나 재활용업자에게는 1부당 고작 80원에 팔려, 10분의 1이라는 헐값에 넘기고 있다. (사진=MBC 방송 갈무리)

정부는 연간 2400억원의 광고비를 쓰고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경우 지난 5년간 1300억원의 정부 광고비를 챙겼다. 찍어내는 부수가 많을수록 정부나 기업에서 챙길 수 있는 광고비가 많아서 그렇게 무리하게 '수출용 폐지'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한국ABC협회는 신문의 발행·유료 부수를 조사해 공표하고 있다. 한국ABC협회가 제대로 조사·공표했다면 일어날 이유가 없는 사태는 ABC협회의 묵인했다는 내부 폭로까지 있었다. ABC협회 이사회, 전체 25명 가운데 12명이 신문사 출신이다. 그렇게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있는 것은 물론, 협회 예산도 신문사에서 나오니 조사에 객관성이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ABC협회장도 [한국일보] 사장 출신이이다.  

내부 폭로자는 협회장이 '신문사는 ABC협회의 주인이다. 머슴이 주인에게 대드나'는 식으로 직원들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신문사에서 민원 들어오면 직원들에게 호통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ABC협회는 독립된 기구가 아닌, 신문사에 예속된 기관이나 다름없었다. 

고의로 부수를 부풀릴 경우, 미국에서는 '철퇴'를 맞기도 한다. 지난 2004년 미국의 [댈러스모닝뉴스]의 경우 전체부수의 1.5~5% 가량을 부풀려 발표한 것이 드러나며, 광고주 2천여명에게 276억원(200만달러)을 환불한 사례가 있다. 

한국 신문사의 부수 불풀리기는 미국보다 훨씬 심하다. ABC협회는 2019년 [조선일보] 유료부수가 116만2953부라고 발표다. 하지만 올초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신문지국 현장조사 결과 [조선일보]의 성실률(신문사가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실제 유료부수 비율)은 그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겨레]나 [동아일보]의 경우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명백한 부수조작에 대해 [한겨레]만 지면에서 공식 사과했을 뿐, 다른 신문사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댈러스모닝뉴스] 보다 훨씬 큰 규모로 부수조작을 한 한국의 신문사들은 별다른 제재조차 없었다. 지난 3월 김승원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28명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조선일보]와 [ABC협회]를 국가보조금법 위반, 형법상 사기죄 등의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매일 새벽 찍어내는 수많은 신문들이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 계란판 제조공장 등으로 직행한다는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바 있다. 또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해보면 역시 뜯지도 않은 종이신문을 Kg단위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 11번가
매일 새벽 찍어내는 수많은 신문들이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 계란판 제조공장 등으로 직행한다는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바 있다. 또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해보면 역시 뜯지도 않은 종이신문을 Kg단위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사진=관련 화면 캡처)

이런 대폭적인 부수 조작 논란과 동남아 등 해외수출에 대해, 황교익 맛칼럼리스트는 9일 페이스북에서 "한국 신문사 기자들이 엉터리 기사를 쓰는 이유를 알겠다"며 "인쇄되면 곧장 한글을 못 읽는 외국에 팔려나갈 신문이니 정성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비꼬았다. 

그는 또 "폐지를 생산해 돈을 버는 경제 행위를 하는 회사는 '신문사'라기보다는 '폐지사'라고 하는 게 적합하다"며 '조중동'을 겨냥해 "앞으로 조선폐지사, 중앙폐지사, 동아폐지사 등으로 불러주시기 바한다"고도 꼬집었다.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