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국민의힘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늘 딴지를 걸어 오다 지난해 말부터 백신 수급 문제와 백신 부작용을 지적하는 데 사활을 걸며 '가짜뉴스'의 전파도 서슴치 않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비난과는 달리 정부의 코로나 방역이 효과적이었으며, 희생자가 속출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타격을 덜 입었다는 지표가 외신의 극찬 등을 통해 확인됐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조경태 의원은 지난 11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부분도 보면, 지금 우리나라가 거의 아프리카 수준 아니냐"며 문재인 정부를 폄훼했다. 조경태 의원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과 같은 검증된 백신을 맞고 싶어 한다. 그래서 성능이 좋고 또 검증된 그런 안전한 백신을 맞도록 하는데 있어서 정부가 솔선수범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검증이 덜 됐고,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은 보다 검증됐다는 것이다. 이에 최경영 기자는 "정치적인 주장인지 과학적인 사실인지 여쭤보겠다"고 되물었다. 그러자 조 의원은 "그게 과학적으로도 증명돼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가 아스트라제네카보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효능면에서도 더 좋다고 밝혀지지 않았나"라며 "임상실험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60%의 효능이 나타난 걸로 드러나 있는데, 모더나나 화이자는 95%의 효능이 있는 거로 드러나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최경영 기자가 "이런 식으로 백신 불안을 선전하고 선동하는 건 굉장히 좀 (아니다)"고 지적하자 조 의원이은 “제가 불안을 선전하는 게 아니고 그걸 국민들한테 물어보시라니까"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검증이 안 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라 보기 어렵다. 미국에선 데이터 수집 문제로 인해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허가를 아직 받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2월 16일 WHO(세계보건기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했으며, 그보다 앞선 지난 2월 10일 한국의 식약처도 승인을 허가했다. 그 전에는 영국이나 EU 등 50여개국에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1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 3가지를 언급하며 반박했다. 우선 선진국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다는 데 대해 "세계 130개국 이상에서 접종하고 있다"며 "독일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총리 등도 접종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는 신고는 현재까지 51건에 달했으나, 화이자 백신(44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건은 한 건도 없다고 했다. '백신 부작용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대해서도 손영래 반장은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례는 독립적으로 구성된 의과학자들로 이뤄진 전문위원회에서 세계 표준 기준에 따라 심의한다"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지원 폭이 가장 넓다"고 반박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효능이 많이 떨어진다?
또 아스트라제네카의 효능이 모더나나 화이자보다 확연히 떨어진다는 주장도 단언하기 어렵다. 지난달 26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만 75세 이상 연령층에 대한 접종 효과를 조사한 결과 접종 2주 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0%, 화이자 백신은 93.2%의 예방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1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코로나19 백신의 1분기 접종대상자 90만 7천531명을 분석 대상으로 하여,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접종자의 경우 10만명당 발생률이 10.8명, 미접종자의 경우엔 79.3명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후 14일 경과 기간을 고려해 접종 대상자 중 확진자 비율을 나타내는 백신 효과를 분석한 결과 화이자(약 6만명 접종)는 100%, 아스트라제네카(약 70만 6천여명 접종)는 92.2%였다. 화이자가 아스트라제네 백신은 아직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라 보기는 어렵다.
한국의 백신 수급률·접종률이 정말 아프리카 수준일까?
일주일 전인 지난 4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도 의원총회에서 "백신 확보는 세계 꼴찌 수준인데 호언장담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에도 지난달 13일 "우리나라 백신 접종 속도가 아프리카 나라 평균보다 느리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발언을 '팩트체크' 해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송영훈 [뉴스톱] 기자는 지난 8일 [YTN] 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듀크대학교 홈페이지 자료(Global Health Innovation center)를 인용, 한국은 구매가 확정된 것만 1억2600만회 분량으로 전 세계 18번째(지난달 30일자 업데이트 기준)라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는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등 세계 주요 매체에서도 인용하는 자료라고 한다.
국가별로 공급이 확정된 백신을 갖고 1인당 접종 분량으로 따져볼 경우, 한국의 순위는 더욱 올라간다. 한국은 인구 1인당 2.55회로 세계 10번쨰로 높은 순위에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화이자 백신 4천만회분을 추가 계약했으며, 백신 총 1억 9,200만 회분(약 9,900만 명분,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의 약 2배)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접종 목표인 3,600만명의 2.75배 물량이다.
백신 접종률의 경우,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구축한 데이터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한국은 9일(현지시간) 기준으로 7.17%다. 세계 평균인 8.34%보다 약간 낮으며 아시아 평균 4.58%에 비하면 높다. 일본은 2.59%에 그쳤으며, 아프리카 평균은 1.06%다. 오세훈 시장이 말한 시점인 지난달 13일 기준으로도 한국은 2.42%로 아프리카 0.72% 보다 높았다.
물론 미국(45.48%), 유럽연합(24.09%) 접종률에 비하면 많이 낮은 편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경우엔 한국보다 코로나 확진자·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기에 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당초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백신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등을 확인한 뒤 순차적으로 안전하게 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국민의힘에선 올초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1번으로 백신을 접종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달라"고 솔선수범을 외쳐왔었다. 이에 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3월 23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자 공식 대변인 논평을 통해 '특혜' 시비를 걸었다.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는 “정치적 쇼로 (백신 부작용 우려를) 불식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고 역시 시비를 걸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 연설에서 “대통령이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 국민이 잘 믿지 않으려 한다"며 백신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다. 당선 뒤 오세훈 시장은 "4월 30일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다"먀 "별다른 부작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 야당 정치인들 이상으로 백신 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역시 언론이다. 지난 9일 태권도 세계 챔피언 출신의 50대 영국 남성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휴유증으로 다리를 절단했다는 소식이 포털을 장식했다. 이를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이데일리] [세계일보] [서울경제] [뉴스1] [인사이트] [위키트리] 등이 잇달아 기사로 송고했다.
이들이 낸 기사 제목들은 '백신 접종 후 다리 절단', '붓더니 다리 폭발', '다리에서 피 뿜어져' 등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BBC]나 [가디언] 등을 비롯한 영국의 많은 매체들이 다뤘을 사안임이 분명하나, 정작 그런 소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사 원문이 게재된 [데일리스타]는 영국의 황색언론이 전한 것으로 신뢰성 없어 별도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10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데일리스타]가 '나는 외국인에게 납치됐었다', '시간여행 가능하다'와 같은 황당한 소식들이나, '강력범죄 뒷이야기', '연예인 파파라치', '누드사진 영상'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다룬다고 언급했다. 해당 기사 원문을 봐도 다리를 절단한 당사자가 "백신 관련 때문 아니냐"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며 기사 후반부에선 전문가의 인터뷰로 "백신 맞는 것이 훨씬 낫다"고 전했다.
당사자에 대한 정확한 사연은 '스탬퍼드 머큐리'라는 지역 신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가 당뇨 합병증으로 발가락 세 개를 절단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결국 당뇨 합병증으로 감염이 깊게 진행되어, 다리까지 잃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분명하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인해, 제자들이 모금 운동에 나섰고 독자들에게 후원을 독려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언론들은 당뇨 합병증이 아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으로 다리를 잃은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