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수사외압 등 불법행위 한 사실 결코 없다..재판서 명예회복 할 것"
[정현숙 기자]= 조중동 보수언론이 기소 여부에 촉각을 세우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끝내 기소를 피하지 못했다. 12일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이 지검장을 기소하라고 최종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직접 결정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수사를 진행한 수원지검 수사팀(이정섭 형사3부장)은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피고인 신분이 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지검장은 지난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지 못 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이성윤 지검장은 연가를 내고 기소에 대한 입장문을 내놨다. 그는 입장문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서 당시 수사외압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라고 했다. 그는 “향후 재판절차에 성실히 임하여 진실을 밝히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지검장은 “저와 관련된 사건의 수사로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수사과정을 통해 사건 당시 반부패강력부 및 대검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였으나, 결국 기소에 이르게 되어 매우 안타깝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검 조남관 차장검사의 승인으로 수원지검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를 발령받아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대검은 수원지검 수사팀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을 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협력해 온 이성윤 지검장이 성범죄자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에 개입했다고 내치는 대내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술수라는 지적이다. 대검이 중앙지검의 부하 검사가 기소하는 하극상을 만들어 압력을 느낀 이 지검장이 결국 자진 사퇴 하도록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누구든 검찰개혁에 동조하는 검사는 조직의 이름으로 처단한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여 섬찟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서울중앙지검장의 자리에 문 대통령의 동문인 이 지검장이 앉아 있다는 자체가 거슬린다는 것으로 이는 검찰 내에 서울법대 카르텔의 공고함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애초에 검찰이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 성폭행 혐의자인 김학의 전 차관을 성명불상으로 처리해 덮은 것 자체가 제대로 된 절차였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검찰이 선택적으로 절차의 정당성을 따져 이성윤 지검장을 기소한 것은 '윤석열 검찰의 복수'라는 비판이다.
이날 조중동 기사를 보면 익명의 검찰 관계자를 내세워 이 지검장의 사퇴를 검언이 대놓고 압박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직무대리)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을 기소하게 되는 것인 만큼 이 지검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계속 남아 있으면 자신의 공소 유지에 개입하게 될 소지가 있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만약 자신의 기소에 관여한다면 또 다른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2일 동아일보-
앞서 전 동아,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이강윤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에서 '정의란 도피권까지 보장해주는 것?'이라는 제하로 검찰의 처사를 비판했다. 그는 "절차와 정의를 다시 생각한다'라며 "새벽을 틈 타 쥐새끼마냥 외국으로 도망가려는 범죄 혐의자(김학의)를 편법으로 출국 금지시켰다. 절차대로 하다가는 눈 뻔히 뜨고 놓칠 상황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명백한 범죄자다. 그대로 출국시키느니, 편법으로라도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게 정의를 구현하는 걸까, 아니면 놓치더라도 절차를 따르는 게 정의일까"라며 "주요 피의자에게 출국금지조차 걸어놓지 않은 수사팀이 1차 잘못이지만, 도피자를 붙잡은 사안으로 정의와 절차를 다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론, 교과서는 '놓치더라도 절차대로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어느 게 더 정의에 부합할까. 아니, 사회의 실제적 이익에 부합할까"라고 검찰의 작태를 두고 거듭 물었다.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본질을 외면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김학의에게 '곧 정식수사로 전환될테니 해외로 도피하라'고 수사기밀 유출한 검사에 대해서는 어떤 취재도 없고, 피의자 못도망가게 만들려다 무리한 선의의 검사들만 집중취재하고 비판하는 언론들"이라고 했다.
이어 "범인한테 수사정보 유출한 사건이 문제의 발단이자 근본 원인 아닌가?"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자유가 꽃 피었지만 너무 좋은 나머지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거 같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 지검장은 앞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2019년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이규원 파견검사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서 재판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