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원 "검사가 기소하면 공직에서 사퇴? 그게 현직에 있을 때 일처리해 온 방식인가?”
정청래 "산불 껐는데 왜 절차 안밟았냐고..출국 막은 이성윤, 오히려 상 줘야
[정현숙 기자]=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김학의 사건'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자진 사퇴 필요성을 언급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도대체 검사 생활을 어떻게 했길래 검사 출신 여성 국회의원은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으로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이기도 한 백혜련 의원은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백 의원은 여당 지도부에서 이성윤 지검장의 자진사퇴 필요성을 처음 거론하면서 당 안팎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백 의원은 지난 11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이 지검장에게 제기되는 검찰 내부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본인이 요청한 수사심의 결과, 기소 권고가 나왔기 때문에 결단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형사사건 피고인으로 재판에 넘겨지게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스스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학의 사건의 절차적인 부분에서 실체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가 충돌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기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과 관련해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백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진혜원 검사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죄추정'이라는 제목으로 백 의원의 이름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지검장의 자진 사퇴를 거론한 것을 두고 법 조항을 들면서 직격했다.
진 검사는 “우리 헌법은 피고인의 무죄 추정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고, 형법에는 정당한 목적을 위해 피할 수 없는 행위는 긴급피난으로 규정하고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업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저지른 행위는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회상규 규정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몰래 법무부 내 인맥을 동원해 출국금지 사실이 있는지를 두 번이나 조회하고,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대역까지 써 가면서 공항을 빠져나가려고 했던 사람, 결국 뇌물죄로 실형을 선고받아야 하는데 해외로 도주하려는 사람의 해외도주를 저지하기 위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는데, 그 조치 과정 중 일부를 기소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 검사는 “제가 변호인이라면 긴급피난과 정당행위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주장하겠다”라며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피고인과 대등한 당사자인데, 검사가 주장(기소)하면 상대방은 공직에서 사퇴해야 되나? 그게 지금까지 현직에 있을 때 일처리해 온 방식인가?”라고 백 의원에게 따져 물었다.
이어 “변호인이 위법성조각사유를 주장하면 기소 검사는 공직에서 사퇴해야 되나?”라며 “변호인의 주장에 검사가 사퇴하지 않아도 되면 왜 검사의 주장에 피고인이 사퇴해야 되나?”라고 거듭 물었다.
진 검사는 아울러 “추가 큰 그림을 그려본다. 얘네(검찰)가 노리는 건 단순히 지검장 하나 사표받는 게 아니다”라며 “내년 3월 9일(대선 일정) 이후 일가족을 몰살시킬 예정인데, 그 때 반대할 사람들을 미리 하나씩 빼내서 ‘우리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아직도 모르겠냐’ 하는 전체 공개 공연을 하는 것이다. 현대판 능지처참이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된 것과 관련해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난 것도 아니라면서 사퇴를 종용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산불이 나서 바로 껐는데 왜 절차를 안 밟았느냐며 산불 끈 게 잘못이라는 이야기”라며 검찰의 처사를 꼬집었다.
정 의원은 12일 KBS1 ‘사사건건’에 출연해 “성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전 차관이 해외도피성으로 공항에 나타난 거고 급박한 상황이었다. 산불이 난 것과 똑같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산불이 나면 바로 꺼야 하지 않느냐. 일단 못 나가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만약에 이것이 시간이 지체돼 어디 해외에 도망가서 지금까지 도피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때 법무부는 뭐 했느냐, 검사는 뭐 했느냐며 똑같이 질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학의 출국을 막았다면 오히려 상을 줘야 하는 일 아닌가”라면서 “저는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가) 검찰 내부의 이성윤 죽이기, 검찰총장 후보 물망에 오르니까 내부의 권력 투쟁이고, 수사권 기소권을 이용한 아주 치졸한 공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