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30년 고위공무원인데 청렴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한 적자 인생"
"문 정부에서 기어코 피맛을 보려는 무리들에게 너무 쉽게 살점을 뜯어내주고 있다"
[정현숙 기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차관이 부인의 영국 벼룩시장 도자기 구입을 야권과 일부 언론이 밀수 등으로 몰아세우면서 끝내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했다. 물론 자진사퇴로 결론 났지만, 박 후보자의 낙마에는 고영인 의원 등 여당 초선들의 가세도 한몫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14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모든 사실은 왜곡이었고 아까운 사람 하나 잃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준영 후보자의 재산은 2억도 아닌 마이너스 161만원이었고 그가 영국 외교관 재임시 가져온 '도자기'도 외교행낭이 아닌 이삿짐으로 적법하게 들여왔고 판매한 금액도 불과 320만원이었다고 한다.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당의 배진교 원내대표는 박준영 후보자를 겨냥해 “외교행낭을 이용한 부인의 밀수행위는 명백히 외교관의 직위를 이용한 범죄행위”라고 불을 질러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관련해 김의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도자기 장관’을 내주고 나서]라는 제목으로 박준영 후보자에 대한 정의당의 왜곡된 뉴스를 차곡차곡 짚고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정의당은 늦은 밤 '외교행낭을 이용한' 대목을 삭제했다. 오류를 인정한 거다. 밀수행위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한국으로 귀국할 때 이삿짐 수입신고, 관세청 통관 등을 모두 적법하게 거쳤다"라며 "범죄행위라는 말도 틀린 말이다. 정의당의 불찰을 지적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왜 정의당 의원조차도, 핵심인 원내대표조차도 이렇게 오해하고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는 "우선은 국민의힘이 거짓된 주장을 내놨고, 일부 언론이 한껏 부풀려 보도를 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런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에 대해 우리(범 여권)가 너무 무력하지 않았나 하는 거다. 최소한의 항변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자책감이 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지만 그래도 한번 따져보겠다"라고 3가지 이유를 크게 들었다.
1) 박 후보자의 신고재산은 마이너스 161만 원이다. 일산에 집이 한 칸 있기는 하지만, 은행과 공무원연금 공단에서 빌린 돈이 6억4천만원이나 돼서 적자 인생이다. 행시 합격해서 30년 동안 고위공무원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이 정도면 청렴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하다. 무능했다는 말이 더 적절해 보인다. 실제로 그 흔한 세종시 공무원아파트 특별공급 청약도 해본 적 없고, 주식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2) 도자기는 숫자가 많아서 그렇지 다 싼 것들이다. 영국의 벼룩시장에서 1개에 1500 원부터 3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고 한다. 1250 점이라고 해봐야 사들인 값으로 따지면 1~2천만 원 되지 않나 싶다. 이 가운데 실제 판 건 32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카페 문을 연 이후 1년4 개월 동안 판 전체 가액이다. 16개월 동안 320만 원어치 팔았으니, 한 달에 20만 원어치이고, 영국에서 구입한 원가를 빼면 한 달에 10만 원이나 벌었을지 모르겠다. 돈 벌 목적으로 도자기를 구입한 거라면 부인 또한 한심한 분이다.
3)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후보자는 ‘욕받이’ 역할을 자처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유가족 지원반장을 맡아 매일 진도체육관으로 출근했다. <뉴스1> 김상훈, 백승철 기자가 보도한 내용 일부다. 아주 소수였고, 그나마 눈에 띄지도 않았지만 진실의 한 조각이나마 알리고자 하는 기자들이 있었던 거다.
“B 씨는 “당시 공무원들 상당수가 유족을 만나는 걸 꺼려했는데 박 후보자는 피하지 않았다. 1주일간 양말 하나로 버티면서 묵묵히 가족들을 지원했다. 주변 동료들이 ‘목욕탕에 가서 씻고 오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며 “당시 박 후보자가 힘들었지만 진심으로 일했고 다들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 후보자를 이렇게 기억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공무원 중에 저런 분이 한 분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김의겸 의원은 이 같이 전하면서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박 후보자를 옹호하고 그릇된 보도에 항변했다면 분위기를 바꿨을 수도 있다"라며 "국회 소통관에 가서 기자회견을 하고, 방송사에 요청해서 여야 토론회를 벌이기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자책했다.
그는 "사실 규명을 한 뒤 사퇴하는 것과 그냥 떠밀려서 사퇴하는 건 천양지차"라며 "최소한 외교행낭을 이용한 밀수행위라는 잘못된 딱지는 떼어줄 수 있었을 거다. 이런 모습이 되풀이되는 걸 보고 공직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정부는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구나. 야당이나 언론에 조금이라도 책잡힐 일은 하지 말자.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더욱더 조심하자.' 이러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는 함께 일하는 공직자들에게 헌신만 요구하지 최소한의 믿음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며 "임기 말이 될수록 관료들에게 포위되고 있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공직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에 발맞춰 헌신적으로 일을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박준영 후보자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태도에 기인한다고도 생각한다"라고 거듭 자책했다.
김 의원은 "박 후보자 생각에 어젯밤 많이 뒤척였다"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기어코 피맛을 보려는 무리들에게 너무 쉽게 살점을 뜯어내주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돈다. 한참 ‘뒷북’이지만 그래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말자는 취지에서 기록해둔다. 저부터라도 하자는 각오를 다져본다"라고 덧붙였다.
고일석 기자는 이와 관련해 이날 SNS로 "저도 부끄럽고 죄송하다"라며 "이런 것을 제때 알아내서 알리고 바로잡는 것이 제 스스로 자임하고 있는 제 역할인데, 미처 살펴볼 틈이 없었다. 이번 난동에 참여한 초선의원들은 반드시 사퇴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