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5·18 정신' 헌법에 넣자..윤석열도 야당도 같은 뜻"
윤석열 "독재‧전제에 저항, 현재도 진행중..5·18 정신, 선택적으로 써먹고 던지면 안돼"
[정현숙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선일보', '국민일보', '머니투데이' 등 언론 매체들과 연일 인터뷰하며 5·18 정신을 강조하자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17일 조선일보가 윤 총장 인터뷰를 전면에 실으면서 관련 기사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하지만 도저히 그의 언행을 납득 못하는 반응이 들끓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윤 전 총장은 이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5·18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이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담겨 있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인권 탄압과 최근의 미얀마 사태를 거론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5·18에 평소 자신이 강조해온 헌법 정신이 담겼다고 했다. 그는 "5·18은 어떤 형태의 독재와 전제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며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이자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이 우리 국민들 가슴속에 활활 타오르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윤 전 총장은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보편적 인권 정신에 따라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에 이름을 빼서 안 된다”라며 “미얀마 사태에 대해서도 더 강력한 규탄을 해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안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영에 따라 편할 때 쓰고 불편하면 던지는 것이 5·18 정신이냐”라며 “5·18 정신을 선택적으로 써먹고 던지면 안 된다”라며 “자유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와 전체주의다. 그런데 현 정부는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 하지 않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애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지속적으로 폄훼해 온 지만원씨를 무혐의 처분한 윤석열 전 총장은 ‘5·18 정신’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라고 직격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검찰'은 수십 년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지속적으로 왜곡하고 폄훼한 지만원씨를 무혐의 처분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당시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국회 공청회에서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라고 말하며 사자 명예훼손을 한 혐의에 대한 것이었다. 지만원씨의 발언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의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 처벌을 받았음에도 반성은 전혀 없이 수십년 동안 계속해서 역사를 왜곡해 온 아주 죄질이 좋지 않은 사건이었다"라며 "그런 그에게 사법적 단죄를 하는 대신에 윤석열 검찰은 무혐의 봐주기 처분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뻔히 보이는 봐주기 처분을 한 윤석열 전 총장은 5·18 정신을 말할 자격이 없다"라며 "이렇게 자격도 없는 윤석열 전 총장이 ‘어떠한 형태의 독재와 전제든 이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고 말한 부분에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라고 냉소했다.
그는 “수십년간 그 어떤 파쇼보다 강력한 검찰의 카르텔을 이용해서 사건을 봐주고 1년에 수십억씩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뿌리깊은 사법 불신을 만들어 낸 검찰이 이렇게 반성도 없이 독재에 대한 저항을 언급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또 정권의 앞잡이가 돼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검찰, 선택적 수사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해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했었던 정치검찰이 무슨 낯으로 5·18 정신과 헌법정신을 운운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김 의원은 5·18 정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어떤 정치인도 5·18 정신을 자기 정치에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라며 "미안함과 안타까움으로 함께 슬퍼하고 조용히 위로했을 뿐이다. 5·18 정신 메시지로 정부를 돌려까기 하려는 정치인은 처음인 것 같다. 제가 봤을 때는 돌려까기가 아니라 더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자충수'로 생각된다”라고 비판했다.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41주기 하루 전인 17일 "여야의 뜻이 일치됐으니 다음 개헌에서 5·18 정신을 반드시 헌법 전문에 넣자"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국민의힘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5·18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썼다. 그는 앞서 벌어진 여야의 '5·18 정신'에 대한 갑론을박을 두고 "이유와 동기를 불문하고 좋은 일"이라며 "(발언한 이들의) 과거를 묻고 싶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문화하자고 제안하며 "문재인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참조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 헌법전문에는 5·18 민주화운동이 명문화돼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은 개헌안을 직접 발표했다.
"반검찰개혁 윤석열, 5·18 영령에 대한 모독"
앞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반민주적이자 검찰주의자인 윤 전 총장이 5·18 정신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 5·18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윤석열씨가 5·18 민주주의 정신을 제대로 아는가"라며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하고 반드시 망한다는 뜻으로, 대한민국 권력기관 중 가장 독점적 권력이 집중되고 견제받지 않는 민주주의 사각지대가 바로 검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직전 검찰총장으로서 검찰개혁에 저항하다가 사표를 낸 사람이 5·18 정신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라며 "5·18 영령들이 윤석열의 반민주적, 반검찰개혁을 꾸짖지 않겠느냐.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라"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윤씨가 정치적 흉내 내기를 하는 것을 보니 정치적 욕심이 세게 붙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겠지만 정치인으로 성공할 캐릭터는 아닌 듯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이 차기 대선에 나오더라도 중도 낙마할 것으로 내다 봤다. 그는 "정치의 링에 오르는 순간 정치의 매운맛을 보게 될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제2의 반기문이 될 공산이 크다. 정계 은퇴가 아니라 정계 조퇴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했다.
정 의원은 "정치 연습과 정치 흉내 내기가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운운하다니"라며 "너무 심했다. 욕심이 과하다"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