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일방적 주장을 언론에 흘려 유죄의 예단과 편견으로 회복할 수 없는 사법 피해자 만들어"
[정현숙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직권남용 사건 공소장이 기소 하룻만인 지난 13일 오후 중앙일보에 불법으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출했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공소장엔 이 지검장하고 관련도 없는 다른 이들의 불확실한 혐의까지 싸잡아 사실인양 적혀있다.
중앙일보의 보도 이후 다음날일 14일에는 대부분의 신문이 이 지검장 공소장 내용을 확인했다며 일제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면 ['조국 “유학 가는 이규원, 수사 안받게”... 불법출금 무마 정황'과 5면 '조국 수석과 박상기 장관도 윤대진 시켜 수사 막았다'] 기사에서 “공소장에는 조국 전 민정수석, 박상기 전 법무장관,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이 별도 '트랙'으로 안양지청에 가한 외압의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라고 보도했다.
관련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7일 페이스북에서 이 지검장 공소장 내용이 일부 언론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검찰개혁을 검찰이 일부러 조롱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은 것"이라며 "반헌법적 작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중앙이 기사낸 공소장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실제 공소장의 양식이 아닌 공소장의 내용만 담은 '출처 불명'의 괴문건으로 누가 이걸 중앙일보에 특정해 제일 먼저 유출 했는지, 뻔한 추정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 됐다면서 이 지검장을 기소한 검찰의 이중적 언론플레이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다.
유출된 공소장 형식의 문건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를 무마하는 데 조국 전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적시돼 있다. 만에 하나 이게 사실이라도 쳐도 피의자의 혐의가 낱낱이 적힌 공소장을 유출할 경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일가'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는 '이성윤 죽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추미애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검찰은 그동안 재판도 받기 전에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공소사실을 언론에 흘려 여과 없이 보도하게 해 유죄의 예단과 편견으로 회복할 수 없는 사법 피해자를 만들어 왔다"라며 "심지어 피의사실과 무관하고 공소사실 특정 범위를 넘어 제3자에 대한 추측에 불과한 것까지 그럴싸하게 마구 늘어놓는 '악마의 기술'로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이거나 관련자들에게 나쁜 인상과 불리한 정황을 꾸미기도 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죄를 입증해야할 검찰은 여론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고, 법정에 서기 전부터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피고인이 나중에 무고함을 밝혀내야하는 시대착오적 형사절차의 폐단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성윤 검사장에 대한 공소장 불법 유출도 그런 야만적·반헌법적 작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언론은 공소장 공개에 대한 원칙이 안 보인다고 주장하지만 아니다. 비공개라는 원칙이 있으나 검찰과 언론이 지키지 않았을 뿐"이라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당연한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판기일에 법정에서 공소장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법령에 따라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공개하는 경우에도 언론이 일방적으로 몰래 정보를 빼서 공개해버리는 폭로식 방법이 아니라 공개의 주체, 절차와 방법, 시기가 정해져 있다"라고 했다.
추 전 장관은 "검찰의 보도작전으로 무리한 수사기소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낡은 행태를 혁파해야 한다"라며 "무죄 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에 대해 너무도 무신경함으로써 저지르는 인격살인에 대해 자성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지난 14일 공지사항에서 “법무부 장관은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직권남용 등 사건의 공소장 범죄사실 전체가 당사자 측에 송달도 되기 전에 그대로 불법 유출 되었다는 의혹에 대하여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진상을 조사하도록 지시하였다”라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공소장 내용 불법 유출 파문과 관련해, 대검찰청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박 장관은 취재진에 "(이성윤 지검장 공소장이 본인이 수령하기도 전에 (유출됐는데…)) "차곡차곡 쌓아 놓고 있다."라고 해 이번 사안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님을 분명히 시사했다.
이에 대검은 즉각, 감찰1과와 3과, 정보통신과 등이 합동으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또한 '징계를 염두에 둔 감찰 절차에 들어간 걸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또한 대검의 언플에 불과하다는 불신의 눈초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