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당 대표 책무는 대선 국민승리..광주 당원들의 역할이 중요"
국힘당, 지난해 '5.18왜곡 처벌법'에는 모조리 기권+반대
[정현숙 기자]= 국민의힘은 최근 호남 지역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기현 권한대행은 첫 지역 일정으로 지난 7일 광주 5·18민주묘역을 방문했다. 지난 10일에는 초선 의원 10여 명이 5·18민주묘역을 방문해 무릎을 꿇고 앉아 5·18 비석을 닦았다.
이번에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나경원 전 의원이 20일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5·18 정신을 당의 강령에 명시해 당원들 사이에서 왜곡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또한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을에는 "5·18 민주화운동 41주년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이어가겠습니다"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무릎을 꿇고 참배한 후 방명록에 "5·18 정신을 계승하여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이룩하겠습니다"라고 남겼다.
출마 선언 이후 첫 지방일정으로 광주 민주묘지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의 당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책무는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라며 "내년 대선을 통합의 선거를 만들어가는데 광주 당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과거 국힘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나경원 전 의원의 행보를 봐온 혹자들은 이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정치쇼'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정작 지난해 '5·18왜곡 처벌법'에는 모조리 기권과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9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최대 징역 5년의 처벌을 하는 '5·18 왜곡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225명 중 찬성 174명, 반대 31명, 기권 20명이었다. 이 중 반대나 기권은 모두 국힘당 의원들이었다.
김종인 국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19일 5·18 광주 민주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당의 과오를 사과하고 정강·정책에 '5·18 정신 계승'을 넣었지만, 입법에 동참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못한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대학생들은 지난 17일 오전 국힘당의 5·18관련 행보에 대해 항의하며 국힘당 광주시당 당사를 방문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에게 면담을 요청하던 중 경찰은 단 1회의 경고방송 뒤에 면담을 요구하던 11명의 대학생 전원을 연행했다.
이들은 "무릎 쇼, 눈물 쇼! 국민의 힘 해체하라!", "5·18 학살후예 국민의 힘 해체하라!", "사죄는 해체이다! 국민의 힘 해체하라!", "5·18 역사왜곡 국민의 힘 해체하라!" 등의 구호 등을 외치며 항의 농성을 벌였다.
또한 김순례 전 의원 등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이력 등을 거론하며 맹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최근 5·18국립묘지를 참배하고 묘비를 닦았지만 뒤로는 소속 국회의원들이 5·18망언을 일삼고, 5·18역사왜곡처벌법을 반대하고 5·18진상조사 등을 방해하는 등 오히려 오월 영령들을 욕보이는 눈물 쇼를 하고 있다"라며 "국민의힘은 말로만 하겠다고 하고 실제로 행동하지 않는다"라고 힐난했다.
자한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난 2019년 5·18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린 극우인사 지만원 씨를 국회에 초청해 공청회를 열었다. 당시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은 "5·18 문제 있어서만큼은 우파가 물러서면 안 된다",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이라는 망언을 해 전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2월 지만원 씨에게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배후조정'을 요청한 장본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 씨는 5·18 조사위원에 자신을 뽑아달라면서 자한당 원내대표로 있던 나 전 의원과 모처에서 회동했다. 이일이 틀어지자 지만원 씨는 "나 전 의원이 당신에 대한 세간의 평이 너무 안 좋다. 대신 다른 사람을 내보내 배후 조종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관련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달 9일 서면브리핑에서 "나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지만원 씨와의 회동에서 '다른 사람을 앞세우고, 당신은 코치해주면 안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라며 "이는 나 원내대표가 지 씨에게 5·18 진상조사위원회의 '배후조종'을 사실상 요청한 것으로, 충격을 넘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이 진상조사위에 지 씨 추천 인사들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진상조사를 방해하고 민주화 운동을 훼손하겠다는 것"이라며 "지 씨와 같은 인사를 비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전두환 군사 독재 권력을 계승하고 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다"라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