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내년 2월이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가 김경준 씨로부터 투자금 140억 원을 회수한 지 만 7년이 된다. 그 과정에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고발됐는데, 이 혐의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 수사하려면 촉박하다. 2008년 BBK 사건을 수사한 정호영 특검이 다스의 120억 비자금을 찾아내고도 덮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언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 보관 중인 특검 수사기록도 들여다보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이, ‘다스 비자금’ 공소시효는 3개월 남짓으로 줄었다. 검찰 안에서도 신속한 수사 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이 대통령 재직 중에 발생한 혐의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까지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1일 “120억 다스 비자금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수사 개시를 하고도 남을 만큼 여러 의혹과 단서들이 나온 상태”라며 “특히 다스 비자금을 찾아내고도 검찰에 인계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 처분한 정 특검의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의 특수직무유기에 해당하며 공소시효가 10년이다. 정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가 2008년 2월21일에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검찰이 수사 가능한) 공소시효는 겨우 90여일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2011년 회계연도 다스의 감사 보고서를 보면 136억 8000만원을 회수해 '영업외 수익'에 반영했다고 돼 있다. BBK 김경준씨에게 받아낸 돈이다. 특가법은 ‘범죄 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을 인지하고 그 직무를 유기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제15조)고 규정하고 있다. 또 BBK 특검법에는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사건은 수사하도록 하고, 기한 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한 사건은 수사 종료 ‘3일 이내’에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인계하라고 돼 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은 지난 10월 이 전 대통령이 외교부와 청와대를 동원해 자금을 회수해 갔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미국 법원은 김경준씨의 동결된 스위스계좌 재산이 다스가 아닌 옵셔널캐피탈에 우선 지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MB 정부가 관여해 140억 원을 먼저 받아갔다는 것이다. 직권남용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어서 일반인이라면 내년 2월까지 수사가 이뤄져 재판에 넘겨져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소유주로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고 의심받고 있지만, 이는 정호영 특검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수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스 소유주를 밝히는 것이 정 특검의 특수직무유기 혐의 유무를 판단하는 전제가 되기 때문에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횡령·배임 또는 조세포탈 혐의 유무는 대통령 재임기간 5년간 정지되는 공소시효를 감안하더라도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시민단체 정의연대 등은 지난 17일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이 전 대통령과 정 전 특검을 각각 횡령·배임과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국정감사에서 “2008년 정호영 특검팀이 덮은 120억원 규모의 비자금은 17개 개인 명의의 총 40개 계좌로 운용되다 특검 종료 이후 다스 명의로 전액 입금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는 2020년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이미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때 발생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내란, 외환죄를 제외한 대통령의 재직 중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근거가 됐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 퇴임 이후인 2013년 2월부터 공소시효가 시작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최근 변창훈 검사 투신으로 이어진 국정원 파견 검사 수사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가 동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특검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수사하게 되면 당시 특검 파견 검사들도 조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비케이 특검에 파견돼 다스 비자금을 맡았던 검사는 박정식 현 부산고검장(당시 팀장), 차맹기 수원지검 1차장, 조재빈 대검 연구관 3명이다.
최근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행정관 등을 조사한 검찰은 다스 안팎의 관계자들을 부르고 계좌 추적을 벌이는 등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지휘부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장호중 검사장(구속) 등 2013년 국정원 파견 검사 3명이 검찰 수사를 ‘방어’하고 ‘방해’하는 수동적 입장이었다면, 이 사건의 경우는 특검이 범죄를 파악하고도 덮어버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위”라며 “특히 정 특검은 다스 비자금을 검찰에 인계하지 않은 채 자체 종결해 버려 계속 수사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