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 기자]법원이 차량 급발진 현상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의 면허를 정지시킨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한지형 판사는 권모씨가 서울 마포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권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시내 한 세차장에서 자신의 차량을 세차하고 나오던 중 차량이 갑자기 출발해 인도를 지나 편도 4차로 도로를 횡단했다. 이후 다른 차량 두 대를 부딪친 뒤 중앙선을 넘어 건물 외벽을 들이박고 나서야 멈췄다. 이 사고로 지나가던 차량 2대를 들이받아 사고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등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권씨의 SUV 차량을 검사한 결과 브레이크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세차장 폐쇄회로(CC)TV 영상 속 모습에서도 브레이크등이 꺼져 있었다며 급발진이 아니라고 했다. 급발진이 발생했다면 권씨가 차를 멈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올해 3월 마포경찰서는 권씨에게 안전운전 의무 위반과 인적 피해 교통사고에 따른 벌점 60점을 부과해 권씨는 운전면허가 60일간 정지됐다. 권씨는 “급발진으로 일어난 사고이므로 면허정지는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국과수가 인정한 사실만으로 이 사고가 권씨의 고의나 과실에 의해 일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엔진음이 갑자기 커지면서 차량이 출발했고, 동승자가 “왜 이러느냐”며 소리친 상황 등이 다른 급발진 사고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한 판사는 “급발진 현상의 실체와 원인은 현재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다”며 “급발진 현상 원인으로 제기되는 전자제어시스템 오류 가능성은 엔진 파손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차량이 갑자기 가속돼 도로에 진입한 것은 이른바 급발진 현상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권씨에게 정신적인 장애가 있다고 볼 자료도 없는 만큼 면허정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