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사람을 잠재적 피의자로 보고 수사만 하던 사람이 대통령 된다는게 쉬운일인가"
류근 "자기가 대통령인 줄 안다. 병이 깊어 보인다"
최근 측근을 내세워 '간보기' 정치 행보를 보이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현충원 참배에 이어 K-9 자주포 폭발 사고 피해자와 천안함 생존자를 잇따라 만나 보훈과 호국을 강조했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는 '내려앉은 국격' '내팽개쳐진 국민 자존심' '분노하지 않는 나라' 등으로 문재인 정부를 노골적으로 때리고 나서 뜨거운 논란이 됐다. 현 정부에서 임기 2년 가까이 검찰의 수장 노릇한 정치 본색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현충원 충혼탑에 참배하며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라는 글을 남겼다.
방명록 글을 두고 윤 전 총장은 6일 '조선일보' 전화인터뷰에서 “내려앉은 국격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내팽개쳐진 국민의 자존심을 세우자는 의미”라며 “호국영령과 국가를 위해 남편과 자식을 잃은 가족들이 지금의 안보 태세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에 얼마나 분개하고 있는지 우리가 알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본인은 물론 장모와 부인까지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여 검증을 최대한 늦추는 게 대선으로 가기 위한 유리한 전략으로 판단하고 정계 진출을 공식 선언하지 않았으나 이날의 행보는 곧 대권 선언이 초읽기에 다다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충일을 맞아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비판 메시지를 던지며 대권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보수언론은 추켜세우는 모양새를 보이지만 여론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류근 시인은 이날 SNS를 통해 "미필께서 현충일을 맞아 호국영령과 순국선열들 앞에서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국'을 들먹이며 우회적으로 조국 지지자들을 조롱하고 있는 비열하고 야비한 문장. 자기가 대통령인 줄 안다. 병이 깊어 보인다. 내가 다 부끄럽다"라고 꼬집었다.
김상수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선일보가 1980년 전두환이 반란을 하고 '영광의 새 역사를 국민과 함께'라고 기사라고 냈는데, 2021년 6월 오늘 ‘정치 검사 윤석열’ 전담 선전 홍보지 조선일보는 윤석열이 '내려앉은 국격, 내팽개쳐진 국민 자존심 다시 세우겠다'라고 말했다고 중계한다. 괘씸하고 불쾌하기가 가증(可憎) 스럽다"라고 조선의 띄우기를 후려쳤다.
그러면서 "이자는 수사권 기소권 독점이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법치(法治) 자체를 파괴한 자이다. ‘정치 검사’ 쿠데타라는 헌정사 최초의 사태를 저지른 것"이라며 "지지율이 좀 나온다고 우물쭈물 하면 안 된다. 지지율을 의식해 국기 문란자 일탈 행위를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것이다. 정치 중립의 검찰은 마땅히 윤석열에 대한 전면 수사를 개시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송영길 "尹 특수부 인지 수사로 수사받다 자살한 사람도 많고, 무죄도 많았다"
한편 윤 전 총장의 대선 행보를 두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했다. 매체는 ["윤석열 검증자료 수집..벼락공부로 대통령 되기 쉽나"]라는 제목으로 윤 전 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되면 국민 앞에서 검증 받아야 할 송 대표의 의미 있는 발언을 소개했다.
송 대표는 지난달 25일에도 '개혁국민운동본부 촛불문화제'에서 "윤석열의 수많은, 윤우진 등 사건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라고 '윤석열 파일'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증할 자료를 모으고 있다”라며 “윤 전 총장한테 수사받다 자살한 사람도 많고 무죄도 많았다. 환갑이 되도록 사람을 잠재적 피의자로 보고 수사만 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게 쉬운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깊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유력한 대선후보인 ‘윤석열 파일’의 실체가 있는 건가?" 질문에 송 대표는 “검증할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이해하면 될 거 같다. 그런데 윤 전 총장 쪽에서 짜증을 내는데 이재오 전 의원 말씀처럼 ‘준비가 안 돼 있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인용하고 싶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검사가 대통령 된 거 본 적 없다고 했다"라고 야권의 발언을 전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회동한 자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을 겨냥해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송 대표는 "저는 이렇게 본다. 검사는 직업상 국민을 항상 잠재적 피의자로 사람을 본다"라며 "형사부는 경찰이 잘했는지 못했는지 제3자의 입장에서 평가를 해볼 수 있지만, 특수부는 인지를 해서 그걸 옭아매서 수사한다. 윤 전 총장한테 수사받다 자살한 사람도 많고, 무죄도 많았다. 나이가 환갑이 되도록 사람을 잠재적 피의자로 보고 수사만 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게 쉬운 일인가"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민을 잠재적 피의자가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주권자, 내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국민으로 봐야 한다"라며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로 나를 만들어준 사람에 대해 경청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윤석열에 대해) 의구심 가지고 있다. 벼락공부로 대통령이 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 당연히 검증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내년 대선 전망과 관련해서는 “백신·부동산·반도체·기후위기·남북관계 5개 과제에서 성과를 내면 이긴다”라며 “민주당이 얼마나 변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이들을 흡수하는지가 과제”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